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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쇼크 보도’에 이어 ‘실업쇼크 보도’가 나왔다
등록 2018.09.14 10:11
조회 1760

9일 고용노동부는 ‘2018년 8월 노동시장 동향’에서 8월 구직급여 지급액은 615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708억 원)보다 1450억 원(30.8%) 늘어났고, 8월 구직급여를 받은 사람은 43만 6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3.4%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한국고용정보원은 올 2분기(4~6월) 실업급여 수급자 수가 63만 5004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만 505명(10.5%)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9일 통계가 발표되자 일부 언론에서 ‘실업쇼크’라는 보도가 쏟아졌습니다. 뉴스1 <이번엔 '실업쇼크'…2분기 실업급여 수급자 63만 '역대 최대'>(9/9 https://bit.ly/2xar3ju), 조선비즈 <2분기에도 '실업쇼크'…실업급여 63만명에 1.7조원 넘어 역대 최고>(9/9 https://bit.ly/2CRGYIY)에서는 실업자가 폭증해 실업급여 수급자와 지급액 수가 늘어났다고 호들갑을 떤 것이죠.

 

이번엔 ‘실업쇼크 보도’, ‘고용쇼크 보도’의 아류작

정부가 경제 관련 지표를 통상적으로 발표하면 일제히 공격적 보도를 내는 이러한 광경이 낯설지 않습니다. 지난 8월 17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고용 동향’에서 7월의 전년도 동월 대비 취업자 수 증가폭이 5000명에 그친 것으로 나오자 조선일보는 <정부의 독선이 빚은 일자리 파국>(8/18 https://bitly.kr/tXhN)이라는 자극적인 제목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고용쇼크’라고 대서특필했죠. 그러나 고령화 및 저출산에 따른 경제활동인구의 감소를 볼 때 취업자 수 증가폭 감소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반론이 나왔습니다. 최근엔 ‘자영업 폐업률 87.9%’을 앞세운 보도들이 쏟아졌으나 ‘신규 대비 폐업자 비율’을 왜곡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물론 최근 많은 지표들이 경기 호황 및 고용 개선보다는 침체와 실업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은 수많은 복잡한 통계들 사이에서 경제의 실상을 보여줄 수 있는 객관적인 분석을 내놓아야 합니다. 어려운 전문 용어나 통계의 의미를 풀어주고 각 수치들의 상관관계를 짚어줄 필요도 있죠. 그러나 최근 언론은 극히 일부의 수치, 직접적이거나 유일한 원인이 아닌 통계를 근거로 ‘실업쇼크’ ‘고용쇼크’ 등 격한 묘사들은 쏟아내고 있는데요. 이런 ‘통계 왜곡’ 보도가 모두 현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 비판의 도구로 사용됐다는 것도 주목해야 할 점입니다. ‘8월 노동시장 동향’에 쏟아지는 ‘실업쇼크’ 보도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실업급여 지급 증가’에 또 ‘최저임금’ 탓한 ‘실업쇼크’ 보도 봇물

9일부터 ‘실업쇼크’라는 보도들이 나오자 10일 고용노동부는 “사회안전망 확충에 따른 피보험자 수 증가”, “실업급여 하한액 상승에 따른 신청 유인 증가”을 감안할 때 “‘실업쇼크’ 라고 단정하기는 곤란”하다고 해명 자료를 냈습니다. “실업급여 수급자 수 증가는 실업자 수 증가 외에도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실업쇼크 여부는 경제활동인구조사 등과 같이 실업 동향을 직접적으로 조사하는 통계를 기초로 판단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지적도 더했습니다. ‘실업급여 수급자 수’는 실업 실태를 파악하는 데 쓰이는 통계가 아니며, 실업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으므로 모두 살펴봐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고용노동부가 해명 자료를 낸 10일에도 ‘실업급여’를 빌미로 한 ‘실업쇼크’ 보도는 이어졌습니다. 10일, 6개 주요 일간지 중 ‘실업급여 수급자 및 지급액 증가’를 보도한 것은 동아‧서울‧조선‧중앙 4개 신문사입니다. 조선일보만 2건을 보도했고 동아‧서울‧중앙은 1건씩입니다. 이들 중 중앙일보를 제외한 3개사는 통계를 과장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습니다. 서울신문은 10일에도 제목에 ‘실업쇼크’를 명시해 대서특필했고, 조선일보는 ‘재앙의 전조’라는 묵시록까지 동원해 또 최저임금을 재물로 삼았습니다. 동아일보 역시 ‘최저임금 인상의 결과’로 보도한 점이 눈에 띕니다.

 

‘구직급여 증가’도 또 최저임금 때문? 조선일보의 요상한 ‘삼단논법’

조선일보 <8월 구직급여 6158억원, 역대 최고>(9/10 https://bit.ly/2p3RXoL)는 구직급여 인상 수치에 대해서 설명하더니 “최저임금 인상이 전 산업에 걸쳐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면서 구직급여 지급액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는 단국대 경제학과 김태기 교수 분석을 덧붙였습니다. 이어 “이 밖에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구직급여 지급 기준액이 높아지게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고도 말했습니다. 2단짜리 짧은 기사 안에서 ‘최저임금 상승→ 일자리 감소→ 구직급여 지급액 증가’라는 논리를 완성한 겁니다.

이 짧은 보도에서 고용노동부가 해명한 내용도 언급됩니다. 조선일보는 “한편”이라며 방향을 틀더니 “지난달 고용보험에 가입된 피보험자 수는 1321만2000명으로 작년 8월에 비해 36만1000명(2.8%) 증가했다. 이는 지난 2016년 6월(36만3000명) 이후 가장 크게 상승한 수치”라 밝혔습니다. “정부가 일자리안정자금을 받기 위해서는 고용보험 가입을 의무로 한 것 등이 고용보험 피보험자 증가에 영향을 준 것”이라는 김태기 교수 발언도 인용했는데요. 이는 사실 ‘최저임금 상승→ 일자리 감소→ 구직급여 지급액 증가’라는 조선일보 자신의 논리에 대한 반론이기도 합니다.

고용노동부 해명대로, 또 조선일보에서 김태기 교수가 말한 것처럼, 구직급여 지급 증가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습니다. 그 중 정부의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등 고용보험 유인책과 사회안전망 확충에 따라 사용자의 의무인 고용보험 가입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 주요하게 꼽힙니다. 이는 과거와 같은 실업자 수가 발생하더라도 과거보다 더 많은 구직급여 수급이 이뤄질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이를 반론으로 처리하지 않았고 고용노동부 발표에 포함된 부차적 수치인 것처럼 받아쓰기만 하고 보도를 마무리했습니다.

 

“구직급여 지급 증가는 재앙의 전조”, 조선일보의 ‘최저임금 묵시록’

같은 날 조선일보 <사설/실업급여 5개월째 폭증, 무슨 전조인가>(9/10 https://bitly.kr/Xj5W)는 아예 구직급여 증가를 “재앙의 전조”로 규정했습니다. 그 근거는 앞선 보도와 똑같습니다. “구직 급여 수령자가 급증했다는 것은 그나마 경영 사정이 괜찮은 기업에서 그만큼 사람들을 많이 내보냈다는 의미”, “구직 급여액과 수령자가 5개월째 폭증하는 것은 기존 일자리마저 급속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증거”라는 겁니다. 더불어 지난 8월 자사가 쏟아냈던 ‘취업자 수 증가폭 감소는 고용쇼크’라는 보도도 거론했는데요. 당시 자사와 같은 논리를 내세운 보도에 정부가 “인구구조 탓까지 들고 나왔다”고 비판하면서 이번에는 “인구구조 요인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단언했습니다. 정부가 ‘이번 통계는 못 빠져나갈 것’이라 호통치고 있는 셈이죠. 다만 조선일보는 ‘고용쇼크 주장은 인구구조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과장’이라는 반론에 따로 재반박하지는 않았습니다. 이어서 “이것이 어떤 재앙의 전조는 아닌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엄포와 함께 사설은 마무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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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업 급여 지급 증가’를 ‘재앙의 전조’로 규정한 조선일보(9/10)

 

‘실업쇼크’라는 서울신문, ‘최저임금 탓’이라는 동아일보

서울신문은 <구직급여․실업급여 역대 최대…‘실업쇼크’ 가리키는 노동 지표>(9/10 오경진‧정은석 기자 https://bitly.kr/YWVh)에서 ‘실업급여 지급 증가’를 “‘실업 쇼크’를 가리키는 각종 노동 지표들”로 규정했습니다.

서울신문은 “성장 둔화가 이어지는 데다 조선업과 자동차 등 주력 산업의 구조조정 등으로 고용 상황이 악화”된 것으로 파악했는데요. 이는 고용노동부도 10일 해명 자료에서 “건설경기 불황, 조선 및 자동차 산업 등 일부 제조업 구조조정으로 신규 신청자가 증가”했다고 인정한 바입니다. 서울신문은 조선일보처럼 ‘재앙’을 거론하거나 최저임금을 탓하지는 않았습니다. 또한 “실업 쇼크라기보다는 최근 사회안전망 강화 추세로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건설경기 불황과 조선업 침체로 신규 신청자가 증가한 게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발언을 “고용부 관계자” 입장으로 처리하면서 아주 짧지만 반론을 보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제목부터 ‘실업쇼크 가리키는 노동 지표’라 뽑은 만큼 ‘실업급여 지급 증가→실업쇼크’라는 논지는 조선일보와 동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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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업급여 역대 최대치 증가가 ‘실업쇼크’라고 지적한 서울신문(9/10)

 

동아일보 <실업급여 지급 역대 최대…4050 가장들 급증>(9/10 유성열 기자 https://bitly.kr/Zs9m) 역시 큰 틀에서는 ‘구직급여 지급 증가→실업 악화’라는 틀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동아일보는 여기에 최저임금을 실업의 원인으로 꼽았다는 점이 두드러집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충격이 실업 충격으로 옮아가는 모양새”, “최저임금 인상으로 실직 근로자와 실업급여 수급자가 같이 증가하는 악순환이 현실화”라는 것이 동아일보의 주장입니다. 조선일보와 똑같은 논리이지만 동아일보도 최소한의 반론권은 보장했습니다. 보도 말미에 “실업급여 지급액과 수급자가 최대 규모인 것은 맞지만 이를 실업 충격으로 단정하는 것은 곤란하다”, “사회안전망 강화로 고용보험 가입자가 늘고 실업급여 하한액(5만4216원)이 크게 인상된 점이 가장 큰 요인”이라는 ‘고용부 관계자’ 입장을 간단히 덧붙인 겁니다.

 

고용노동부 “실업쇼크’ 단정은 곤란…여러 요인이 작용한 결과”

‘구직급여 지급 증가=실업 쇼크’라는 이들 신문의 주장, 더 나아가 그 원인을 최저임금으로 진단한 조선‧동아의 주장은 굉장히 허술합니다. 앞서 살펴봤듯이 ‘구직급여 수급자 수 및 지급액’이라는 수치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나’를 보여주는 도구가 아닙니다. 실업 실태를 나타내는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실업률’ 등 더 직접적인 통계들이 있습니다. 물론 8월 기준 실업률도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4%를 기록하면서 고용 시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조선‧동아‧서울신문이 ‘구직급여 증가’를 ‘실업 악화’에 갖다 붙인 것은 ‘정부에서 비슷한 통계만 나오면 일단 때리고 보겠다’는 프레임을 짜놓고 수치를 끼워 맞췄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조선‧동아처럼 최저임금까지 걸고넘어진 것은 대단한 무리수입니다. 최저임금은 구직급여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그나마 구직급여는 실제로 실업을 한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지원금이므로 ‘실업’과 간적접인 관계라도 있으나 최저임금은 그런 실마리조차 없습니다. 심지어 조선‧동아가 주장하는 ‘최저임금으로 일자리가 줄어들었다’는 주장 역시 백보 양보해서 논란의 여지가 있을 뿐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습니다.

또한 ‘구직급여 증가’의 원인은 상당히 다양합니다. 고용노동부가 해명한대로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크게 늘어나 구직급여 등 실업급여의 지급 대상 자체가 확대됐습니다. 2017년 8월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1285만 명이었지만, 올해 8월은 1321만 2천명으로 36만 2천명 늘었습니다. 정부는 최저임금을 인상하면서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원하고 있는데, 그 조건으로 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했죠. 이에 따라 피보험자가 늘어났고 실업자 수와 관계없이 당연히 실업급여 신청자도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총 실업급여액 증가는 실업급여 하한액의 상승이 주요 요인으로 꼽힙니다. 실업급여 하한액은 17년 8월 46,584원에서 54,216원으로 16.4% 인상되었습니다. 하한액은 최저임금의 90% 적용을 받습니다. 또 상한액은 올해부터 5만 원에서 6만 원으로 증가했습니다. 역시 실업자 수와 관계없이 총 급여액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배경입니다.

 

실업급여? 구직급여? 구분도 안 해놓고 객관성 어찌 담보하나

실업급여 지급 증가를 두고도 최저임금을 때린 조선‧동아의 경우 아주 기본적인 부분에서도 허점을 드러냈습니다. 바로 실업급여와 구직급여를 구분하지 않은 겁니다.

실업급여는 구직 급여, 취업촉진수당, 연장급여, 상병급여를 포함합니다. 구직급여는 실직 전 12개월 동안 고용보험가입 사업장에서 6개월 이상 근무하다 정당한 사유로 회사를 그만 두게 된 노동자가 모두 받을 수 있어 가장 폭넓게 적용되는 실업급여입니다. 통상적으로 실업급여를 구직급여라 하는 경우가 있으나 엄밀하게는 구분해야 하는 용어입니다. 그런데 조선‧동아가 이런 개념을 설명하지 않는 것은 독자를 혼란스럽게 할 뿐 아니라 스스로의 신뢰도를 하락시키는 행태입니다.

조선일보 <8월 구직급여 6158억원, 역대 최고>(9/10)의 경우 “구직급여(실업급여) 지급액이 지난달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면서 “지난달 구직급여 지급액은 6158억원으로 작년 8월(4708억원)보다 30.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는데요. 조선일보가 “구직급여(실업급여)”라 표기했기 때문에 독자는 구직급여와 실업급여가 똑같은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조선일보는 이 보도에서 ‘구직급여 지급의 증가’만 전하기도 했죠.

조선일보 <사설/실업급여 5개월째 폭증, 무슨 전조인가>(9/10) 역시 제목엔 ‘실업급여 폭증’이라 해놓고 정작 사설 안에서는 “구직 급여 지급액이 6158억원으로 석 달 만에 역대 최대 기록을 또 갈아치웠다”고 열을 올렸습니다. ‘실업급여=구직급여’라는 도식입니다.

동아일보는 더 심각합니다. 동아일보 <실업급여 지급 역대 최대…4050 가장들 급증>(9/10)은 “지난달 실업급여 지급액은 6158억 원으로 지난해 8월(4708억 원)보다 1450억 원(30.8%)이나 급증했다”고 전했는데 ‘6158억 원’은 ‘8월 실업급여 지급액’이 아니라 ‘구직급여 지급액’입니다. 서울‧중앙 모두 ‘구직급여 지급액’이라고 정확히 보도했고 ‘실업급여=구직급여’로 보도한 조선일보도 이 액수만큼은 ‘구직급여 지급액’이라고 명시했습니다.

물론 실업급여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구직급여이고 통상적으로 구직급여를 많이 사용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구직급여 지급이 증가한 만큼 실업급여가 증가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실업급여가 곧 구직급여인 것은 아닙니다. 실업급여는 구직 급여, 취업촉진수당, 연장급여, 상병급여 등 4개를 포함합니다.

이에 따라 서울신문 <구직급여․실업급여 역대 최대…‘실업쇼크’ 가리키는 노동 지표>(9/10)는 제목에서 볼 수 있듯, 구직급여와 실업급여를 병기했으며 중앙일보 <‘사실상 실업자’ 342만5000명…16개월 연속 늘어났다>(9/10 https://bit.ly/2N9GKSc) 역시 “실업급여 수급자는 63만5004명”, “구직급여 지급액은 6158억원” 등 각각의 수치를 정확히 구분하여 표기했습니다.

 

‘실업자 수’에 초점 맞춘 중앙일보, 그나마 ‘합리적’

결과적으로 10일, ‘실업급여 증가’롤 보도한 신문사 중 합리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중앙일보뿐입니다. 중앙일보 <‘사실상 실업자’ 342만5000명…16개월 연속 늘어났다>(9/10)는 ‘실업쇼크’와 같은 과장된 표현을 쓰거나 최저임금을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조선‧동아‧서울처럼 보도 전면에 ‘실업급여 지급 증가’를 내세우지도 않았습니다. 보도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중앙일보가 실업 실태 우려의 핵심 근거로 본 것은 실업급여가 아니라 ‘사실상 실업자’의 수입니다.

중앙일보는 보도 첫 머리에서 “실업자이거나 사실상 실업 상태인 인구가 16개월 연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7월 기준으로 실업자와 잠재경제활동인구, 시간 관련 추가취업 가능자를 합한 인원은 전년 동월 대비 19만2000명(5.9%) 늘어난 342만5000명”이라는 통계청 발표를 지목했습니다. “잠재경제활동인구는 당장 경제활동을 하고 있지 않지만, 잠재적으로 취업이나 구직이 가능한 사람을 말한다. 주부나 취업준비생이 여기에 속한다. 시간 관련 추가 취업 가능자는 취업자이지만 취업시간이 36시간 미만이고, 일을 더 하길 희망하는 사람이다”라는 구체적인 설명도 더했죠. 또한 “올해 들어 실업자는 7개월 연속 100만 명을 웃돌고 있다”며 실제 실업자 수도 덧붙였습니다. 이렇게 ‘실업자 수’에 국한해 중앙일보는 “고용시장이 구조적 한계에 봉착했다는 신호”로 해석했습니다.

중앙일보는 이렇게 실업자 수에 초점을 맞춘 후에야 “올 2분기 실업급여 수급자는 63만5004명으로 전년 동기(57만4499명)보다 10.5% 증가”, “지난달 구직급여 지급액은 6158억원으로 지난해 8월(4708억원)보다 30.8% 늘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를 두고 ‘실업으로 인한 현상’이라는 묘사도 하지 않았고 ‘실업자 수 증가’의 부차적인 통계 정도로 처리했습니다.

 

‘실업자 수’ 대신 최저임금만 때린 조선‧동아

중앙일보 보도의 구성은 조선‧동아‧서울과 아주 대조적입니다. 조선‧동아의 경우 ‘실업 실태 악화’를 보도 내내 강조하면서 정작 ‘실업자 수’는 보도에 아예 거론하지 않은 채 오로지 ‘실업급여’만 물고 늘어졌습니다. 서울신문은 중앙일보처럼 “잠재경제활동인구, 시간 관련 추가 취업 가능자를 합한 인원수의 증가”를 거론하기는 했습니다. 다만 보도 구성이 정반대입니다. 서울신문은 보도 제목부터 기사 전반에 걸쳐 ‘실업급여 지급 증가’를 ‘실업 쇼크’의 원인으로 삼고서 보도 말미에 이르러서야 ‘잠재적 실업자 수’를 부연했을 뿐입니다. 중앙일보가 ‘실업자 수’에 초점을 맞춘 후 ‘실업급여 지급 증가’를 부차적으로 거론한 것과 반대입니다.

 

공포 부추기는 ‘경제 기사’, 오히려 악영향

이처럼 고용 시장 등 경제 관련 지표는 굉장히 복잡하고 그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욱 세밀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보도를 해야 합니다. 시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한 설명이 있다면 더욱 좋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보도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나마 합리적인 중앙일보 보도 역시 ‘잠재적인 실업자 수 증가’의 구조적 원인까지 나아가지는 못했습니다. ‘실업자 수’는 거론하지도 않은 채 ‘실업 쇼크’를 거론하고 최저임금까지 끌어들인 조선‧동아‧서울은 사실상 눈속임에 가까운 보도를 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업급여=구직급여’라 보도한 조선‧동아의 불친절함은 덤입니다. 문제는 이런 식의 보도가 시민들의 공포를 부추겨 오히려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겁니다. 언론은 경제 관련 보도에 있어 더 엄밀한 객관성을 갖춰야 합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9월 10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지면에 한함. 민언련은 다양한 매체를 모니터링하기 위한 목적으로 당분간 신문모니터 대상에서 한국일보를 제외하고, 서울신문으로 추가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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