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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이 ‘을들의 싸움’을 부추기는 네 가지 방법
등록 2018.07.20 17:16
조회 1748

14일 새벽,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9%(820원) 오른 8,350원으로 결정했습니다. 매년 비슷한 양상이지만 올해에는 노사 간 갈등이 더욱 두드러졌습니다. 노동자 측은 최근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확대하고 노동자 동의 없이 상여금 지급 방식 변경이 가능하도록 변경한 최저임금법 개정에 반발해 보이콧했습니다. 사용자 측도 업종별 최저임금 차별 적용 및 최저임금 동결을 요구하며 최종 협상에 불참했습니다. 사실상 공익위원들만 참여한 가운데 결정된 2019년 최저임금에 여전히 노사 양측의 불만이 큽니다. 

 

500만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존 마지노선’, 조중동은?
한국사회의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고 저임금․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중이 커지면서 최저임금은 최소한의 노동자 생존권을 보장하고 양극화를 개선하는 효과적 방책으로 꼽힙니다. 최저임금법이 명시한 입법 취지 역시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번 인상안으로 임금이 상승하는 노동자가 290만~501만명(18.3%~25.0%) 정도라 밝혔고 최저임금의 수혜자는 명목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500만 명 정도로 산정되는 ‘저임금 노동자’입니다. 


그러나 이 시기마다 조중동을 필두로 한 이른바 보수언론이 내놓는 보도는 한결 같았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 불황의 원인’이고 ‘기업‧소상공인 죽이기’라는 겁니다. 편의점 가맹점주 등 소상공인의 ‘임금 비용 부담 증가’를 내세워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을’인 가맹점주를 또 다른 ‘을’인 노동자와 대립시키는 왜곡된 프레임 설정이 대표적 방식이죠. 올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난해 16.4%에 이어 올해도 두 자리 수 인상폭을 기록하며 노사 간 대립이 첨예해지자 올해는 더 다양하고, 더 노골적인 방식으로 ‘을들의 싸움’을 부추기고 최저임금을 비난했습니다.

 

 ‘29% 인상’․‘사실상 1만원’…‘급격․과도한 인상’ 이미지 씌우기

14일 최저임금위의 인상안 결정 이후 첫 보도가 나왔던 16일, 조선․중앙․동아는 1면 톱보도에서 일제히 “최저임금 사실상 1만원”을 내걸었습니다.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과도하게 인상됐다는 인상을 주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중앙일보는 <실질 최저임금 1만원…속도조절 없었다>, 동아일보는 <2년간 29% 인상…최저임금 사실상 1만원>, 조선일보는 <최저임금 2년간 29% 올려…사실상 1만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1면 머리기사로 내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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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16일 1면 머리기사 비교 

 


특히 조선‧동아는 “2년간 29% 인상, 사실상 1만원”을 똑같이 명기하며 한 몸이 됐습니다. 중앙일보는 1면은 아니지만 16일 3면에서 <최저임금 2년 만에 29%인상…근로자 25%가 대상이 됐다>(7/16)라는 제목의 보도를 냈습니다. 보도 내용도 비슷합니다. 조선일보 1면 머리기사 <최저임금 2년간 29% 올려…사실상 1만원>(7/16 곽창렬 기자 https://bit.ly/2O05FEG)은 “대다수 근로자에게 의무 지급되는 주휴수당까지 포함하면 최저임금은 1만 30원에 달해 실질적인 최저임금이 1만원이 넘게 됐다”면서 “최저임금을 2년 만에 29.1%나 급격히 올리면서 최저임금을 못 주는 업체, 결과적으로 위법 상태에 몰리는 사업주가 속출할 것이라는 지적”으로 보도를 마무리했습니다. 중앙‧동아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는 같은 날 다양한 시각에서 1면 톱보도를 낸 경향‧한겨레‧한국일보와 크게 대조됩니다. 경향신문 <갈 길 먼 공정사회…‘갑’은 비켜서 있다>(7/16), 한겨레 <산입범위 확대의 덫 최저임금 인상 ‘착시’>(7/16), 한국일보 <주는 을도 받는 을도 못마땅한 8350원>(7/16)은 ‘을 간의 대결’로 비화된 최저임금 갈등,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인한 문제점’과 같이 더 구체적이고 근본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들은 ‘2년 간 29%’나 ‘사실상 1만원’처럼 표면상의 숫자를 부각한 내용을 보도하지도 않았습니다. 

 

‘29% 인상, 사실상 1만원’, 조중동의 주장은 사실일까
그렇다면 ‘내년에 사실상 1만원’이라는 조중동의 주장은 사실일까요? 타 매체 보도만 봐도 이는 무리한 논리입니다.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내년도 월 단위 환산 최저임금은 174만 5150원입니다. 이는 유급주휴를 포함한 월 209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한 것이며 이 경우 시급은 8,350원입니다. 하지만 조선․중앙․동아는 유급주휴를 임의로 뺀 월 174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해(1,745,150÷174) 시급 10,030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JTBC <팩트체크/내년도 최저임금 ‘사실상 1만원’ 넘어섰다>(7/16 https://bitly.kr/F6bt)는 ‘조중동’ 류의 주장을 반박하며 “(이러한 계산방식은) 노동법 학계에서 쓰지 않는 방식”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는 지난 4월 조중동식 계산법이 부적절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주휴수당은 근로기준법이 제정된 1953년부터 도입된 제도이고 지금까지 주휴수당을 포함해서 임금체계를 구성하고 최저임금을 정책을 설계해 왔는데, 이제 와서 주휴수당을 빼고 계산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겁니다. 


‘2년 간 29% 인상’이라는 조중동의 프레임 또한 눈속임에 가깝습니다. 조중동은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률인 16.4%에 이번 인상안 10.9%를 단순 합산하여 ‘2년 간 29%’라는 숫자를 강조했습니다. 이는 인상폭을 최대한 부풀려 과도하게 보이도록 한 장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이렇게 물가 상승률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변수를 무시한 채 인상률을 더하기만 하면 그 무엇이든 부풀려 보이기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 제도가 처음 시행된 1988년 최저임금은 487원 가량이었는데 2년 뒤인 1990년엔 690원으로 무려 41.7%가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이를 두고 과도하게 인상됐다고 하는 사람은 현재 아무도 없습니다. 조중동의 논리라면 이 역시 ‘2년 새 41.7%, 과도한 인상률’이 되어야 합니다. 

 

② ‘대기업 갑질’도 아무 문제 아니고 오로지 최저임금만 문제라고?
조중동이 최저임금을 공격하는 두 번째 방식은 ‘수수료‧임대료‧로열티’ 등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을 어렵게 만드는 다른 요소들을 은폐하거나 왜곡하는 겁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영세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이 타격을 받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러나 높은 카드수수료와 가맹점 로열티, 그리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임대료가 더 본질적인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경향신문은 16일 <갈 길 먼 공정사회…‘갑’은 비켜서 있다>(7/16 https://bitly.kr/xigh 남지원 기자)에서 <높은 임대료·프랜차이즈 갑질…본질은 ‘하청사회’ 구조적 문제>라는 소제목과 함께 ,“프랜차이즈 업체의 갑질과 카드수수료, 여전히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문제 등 구조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을들의 싸움’을 넘어설 해법이라는 지적”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조선․중앙․동아는 그러한 근본적 문제점을 전면으로 짚은 기사가 단 1건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카드수수료‧임대료‧본사로열티’는 아무 문제가 아니고 이를 바로 잡으려는 정부의 노력 역시 경제를 망친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사설/최저임금 공약 불이행 아니라 고용쇼크에 사과해야>(7/17 https://bit.ly/2uAvVx7)는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갑질 횡포와 불공정 계약, 높은 상가 임대료가 문제”라는 여당을 향해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 결정 이후 소상공인 등이 격렬하게 반발하자 정부와 여당은 화살을 대기업 등에게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대기업의 납품 단가 인상을 요구했고,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카드 수수료 인하와 임대료 인상 억제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작년에 했던 그대로다. 그 결과가 지금의 고용 쇼크”라 단언했습니다. ‘대기업 갑질 근절’은 ‘대기업 죽이기’이며 심지어 ‘고용 쇼크의 원인’이라는 주장인데, 그 근거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중앙일보의 16일 <칼럼/편의점의 눈물>, 동아일보의 16일 <사설/2년간 30% 올리는 최저임금, 고용재앙 우려된다> 역시 비슷한 내용입니다.

 

소상공인이 처한 현실 왜곡한 조중동
이는 왜곡된 프레임입니다. 조선일보는 대기업 횡포를 비판한 소상공인들의 입장은 전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는 전체 여론을 왜곡한 셈이 됐습니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16일, “근로자와 영세자영업 간 ‘을과 을의 싸움’을 원하지 않는다”며 본사에 부당한 물품 강요 중단 등을 호소했습니다. 본사에 가맹수수료 인하와 근접 출점 제한 등을 요구했고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등의 가맹점주 모임인 전국가맹점주협의회도 “지배계층이 그들의 이익을 위해 사회적 약자 간 싸움을 조장하지 말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처럼 소상공인 스스로 ‘대기업 갑질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데도 이를 ‘대기업 죽이기’라니, 조선일보가 과연 소상공인들을 위해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것인지 의심할 만한 대목입니다. 


또한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 특히 가맹점주를 향한 대기업들의 횡포는 오랫동안 지적된 사회적 문제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한국미니스톱은 2013부터 2016년까지 236개 납품업자와 거래계약을 맺으면서 판매장려금(본사가 납품업자로부터 받는 일종의 수수료) 내용을 제대로 기재하지 않은 채 2914차례에 걸쳐 모두 231억원을 챙겼고 갑을 분쟁을 조정해주는 공정거래조정원은 올해 상반기 조정신청 건수가 1788건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0%나 급증했습니다. 이런 현실을 두고도 ‘대기업 갑질 근절’이 ‘대기업 죽이기’라 주장하는 것은 기만에 해당합니다. 조선일보는 모든 문제의 원인을 최저임금 인상으로 돌리기 위해 상당히 많은 사실관계를 은폐하고 실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마저 외면하고 있습니다. 

 

③ 노조가 ‘악의축’인가, 최저임금에서도 노조 때리는 조선일보
조선일보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을 워낙 부정적으로 평가하다 보니 그 ‘원흉’을 지목하는 데 열중하기도 했는데요. 조선일보가 지목한 원흉은 바로 ‘노조’입니다. ‘노조가 최저임금을 좌우해 문제가 크다’는 식입니다. 최저임금을 ‘사회악’처럼 바라보는 기본적인 시각도 문제지만 노조가 최저임금 결정을 좌우한다는 전제도 사실이 아닙니다. 


조선일보의 17일 1면 머리기사 <양대 노총 손에 휘둘린 최저임금>(https://bitly.kr/hTj5, 곽창렬 기자)은 이미 제목에서 ‘최저임금이 노조에 휘둘렸다’고 단언했습니다. ‘노조에 휘둘린 끝에 최저임금이 과도하게 인상됐다’는 취지입니다. 소제목은 <전체 근로자 2000만명 중 9%인 양노총이 최저임금위 근로자 대표> <대부분 ‘상위 20%’ 고연봉…최저임금 영향 거의 안 받는 사람들> <근로자 62%가 “인상률 9% 아래로” 원했지만…현장 목소리 왜곡>입니다. 조선일보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달 낸 '최저임금 적용효과 실태조사 분석 보고서'”를 근거로 “'(인상률)9% 이하'가 62.4%에 이른다”고 주장했고 이를 토대로 ‘노조가 인상률 9% 이하를 원한 현장 목소리를 왜곡했다’는 소제목을 뽑은 겁니다. 또한 근로자 위원을 구성하고 있는 한국노총 및 민주노총이 “전체 근로자의 10% 미만”에 불과하다며 “양대 노총이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근로자 전체를 대표하면서 최저임금 결정이 번번이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도 덧붙였습니다. 양대 노총을 향해 “상위 20%에 속하는 고연봉 근로자”라며 “최저임금 영향이 거의 없는 대규모 사업장 대표들이 최저임금 협상을 하고 있는 것”이라 비꼬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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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한국노총이 소상공인을 절벽으로 내몰고 있다는 조선일보(7/17) 

 

 

왜곡했던 통계 또 왜곡한 조선일보, 기본부터 지키고 비판해야
이러한 조선일보의 주장은 한마디로 ‘아전인수’라 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조선일보는 일전에 왜곡했던 통계를 재차 입맛에 맞게 각색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인상률 9% 이하를 원하는 노동자가 62.4%에 이른다”고 주장했는데요. 스스로 밝힌대로 이는 ‘최저임금 적용효과 실태조사 분석 보고서’의 <2019년에 적용될 최저임금 인상액의 적정 수준>이라는 근로자 대상 여론조사 결과에 근거한 겁니다. 조선일보는 이 결과를 그래프로 만들어 게재하기까지 했는데요. 조선일보의 그래프만 봐도 조선일보의 해석이 이상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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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조선일보가 인용한 통계


해당 조사의 인상률 구간별 응답자 비율을 보면 동결이 14.9%, 3%미만이 13.9%, 3~6%가 16.8%, 6~9%가 16.8%, 9~12%가 11.6%, 12~15%가 7.5%, 15% 이상이 18.5%입니다. 이 통계를 두고 조선일보는 실제 인상률인 10.9%에 착안해 그 아래 구간 응답률, 심지어는 ‘동결’ 응답률까지 모조리 단순 합산하여 ‘62.4%의 노동자가 이번에 결정된 최저임금 인상률을 반대했다’는 결론을 도출했습니다. 이는 말장난에 가깝습니다. 해당 조사는 말그대로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인상률’을 물은 것이지, ‘해당 인상률에 대한 찬반’을 물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선일보처럼 9% 아래에 응답한 노동자들이 전부 ‘9% 이상 인상’을 반대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정반대의 해석이 가능합니다. ‘동결’이 아닌 3% 이상, 즉 ‘최저임금 인상’을 원한 노동자는 무려 85.1%에 이르며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인 인상 구간은 최고 수준인 15%이상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감안하면 오히려 대다수 노동자들은 이번 결정을 환영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조선일보가 통계를 제멋대로 해석하여 노동자들의 진의를 왜곡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놀랍게도 이 통계는 조선일보가 지난 13일 칼럼 <기자의 시각/최저임금 43% 올리라고?>(7/13 https://bitly.kr/zwa8)에서도 왜곡했던 바로 그 통계입니다. 해당 칼럼에서 ‘동결’에 응답한 14.9%라는 수치만 거론하며 “상당수 근로자도 이미 최저임금이 충분히 올랐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인상을 하더라도 ‘9% 미만으로 해야 한다’는 응답자 수는 전체의 63%에 달했다”며 “근로자들조차 ‘최저임금이 너무 많이 올랐으니 혹여 사장이 나를 해고하지 않을까’라고 우려하는 것”이라 결론지은 바 있습니다. 

 

양대노총이 ‘근로자 대표 자격’ 없다? 조선일보는 조선일보로 반박 가능
조선일보는 “최저임금 영향이 없는 고연봉 노동자들의 대표인 양대노총이 최저임금 협상을 하고 있다”고도 비판했는데요. 이 역시 조선일보 보도 안에서 반박이 됩니다. 조선일보는 “고용부와 최저임금위 자료”를 근거로 “300인 이상 사업장의 노조조직률은 55.1%인 반면, 이 사업장의 최저임금 영향률(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임금이 올라가야 할 근로자 비율)은 4.2%에 불과”하고 “반면 3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최저임금 영향률이 23.0~51.8%인 반면 노조조직률은 0.2%”라 지적했는데요. 실제로 최저임금의 영향을 많이 받고, 최저임금의 입법 취지에서도 그 목적으로 하는 ‘저임금 노동자’ 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조 조직률이 0에 수렴합니다. 대다수 저임금 노동자들이 노조 설립을 의무화한 근로기준법의 둘레 밖에 방치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하루 13시간 이상의 노동시간, 과도한 자비 부담, ‘사장님이자 노동자’인 특수고용형태 등 열악한 환경에 처해 최근 대대적인 파업에 들어간 전국택배연대노조의 경우 지난해 말에야 노조 설립이 인정됐습니다. 원청인 CJ 및 대리점주들은 여전히 이들을 노조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게 열악한 노동자들이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의 노조 조직률은 10.2%(2015년 기준)으로 OECD 평균 27.8%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대다수 노동자들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조와 관계없이 강제하는 최저임금이라는 안전장치가 있는 것입니다. 조선일보는 이런 배경을 모두 생략한 채 낮은 노조조직률을 ‘양대노총이 근로자들을 무시한 채 최저임금을 결정한다’는 논리에 악용했습니다. 

 

조선일보 주장처럼 양대노총이 저임금 노동자들을 대변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민주노총은 오히려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계 보장, 즉 ‘최저임금 1만원’에 집중적인 투쟁을 벌였습니다. 지난 6월 30일 ‘2018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해 비정규직 철폐와 최저임금법 개악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죠. 지난해 6월에는 양대노총의 근로자위원들이 일자리위원회를 찾아 영세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개선 방안을 건의하기도 했습니다. 모두 조선일보가 은폐한 사실관계들입니다. 

 

④ 해고‧고용대란 위협하는 조선일보, ‘을의 고통’ 뒤에 숨었다
조중동이 최저임금을 때리는 네 번째 방법은 영세자영업자의 절박한 사정을 단순 나열하여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입니다. 기사 어디에도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저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해고 당할 수 있다’는 협박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는 자영업자들의 고통 뒤에 숨어 ‘을들의 전쟁’을 부추기는 가장 악의적인 보도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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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와 알바생 모두 실업자, 빈곤총으로 내몰 것”이라는 편의점주 인터뷰로 설명된 7월 16일 조선일보 게재 사진


대표적인 사례는 조선일보 <최저임금, 편의점주와 알바생 ‘을과을 생존게임’ 내몰았다>(7/16 https://bitly.kr/Hao0, 채성진․김충령․임경업기자)입니다. 이 기사의 소제목은 <결국 직원부터 줄일 텐데…알바생들 잘릴까봐 노심초사>입니다. 조선일보는 “알바 문의 사절”이라는 내용이 적힌 공고문을 확대하여 게재했고 “우리와 알바생을 모두 실업자, 빈곤층으로 내몰 것”이라는 인터뷰 내용을 사진 설명으로 달았습니다. 본문에서는 서울 종로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모(65)씨의 “2년 새 최저임금 30% 가까이 올려버리면 이거 죽으라는 얘기 아닌가”, “자영업자는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라는 인터뷰를 소개했습니다. “이참에 무인 주문 기계를 도입하겠다” “직원들 다 내보내고 가게 규모를 줄이겠다”는 한국외식업중앙회 입장도 덧붙였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이 저숙련 비정규직의 노동 시장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영세 자영업자의 경우 인건비 부담으로 미리 인력을 줄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의 단면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비난에 이용하는 것은 협박에 불과합니다. 최저임금의 목적은 ‘노동자의 최저 임근 수준 보장’으로, 취지대로만 이행된다면 오히려 저임금‧저숙련 노동자에게는 이익이며 실제로 그렇습니다. 따라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 자영업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불공정한 하청 관계 개선, 중소기업 지원,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를 통한 저소득 가구 지원 등 복지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안타깝게도 조중동은 이러한 대안을 단 한 줄도 보도하지 않고 오로지 ‘편의점주가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알바를 자르려 한다’는 ‘현상’만 나열하고 있습니다. ‘을들의 전쟁’을 부추기는 동시에 비정규직, ‘대기업-중소기업 간 불공정 관계’ 등 본질을 은폐하는 행태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7월 16일~17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지면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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