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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입장’ 표명했으면 블랙리스트는 당연하다 말하는 조선일보
등록 2017.09.25 19:13
조회 649

MB 시절 국가정보원이 만든 정부 비판 성향이라고 보이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좌파 연예인 대응 TF’를 구성해 이들이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도록 압박했음이 드러났지요. 검찰은 이 사안에 대해 수사하고 18일 배우 문성근․김미화 씨를 소환 조사했는데요. 조선일보 최보식 선임기자는 이들이 검찰에 출두하면서 말 한 “이명박을 고소하겠다” “이명박 정권이 내 밥줄을 끊었다”는 발언이 너무 불쾌했는지 칼럼 하나를 내놨습니다.

 

“이명박을 고소하겠다”가 마음에 들지 않은 최보식 선임기자

조선일보 <최보식 칼럼/해묵은 ‘블랙리스트’ 꺼내 들며 탄압받은 정의의 사도처럼…>(9/22 최보식 선임기자 https://bit.ly/2xW5eX8)은 먼저 문성근 씨의 “경악하고 개탄스럽다”는 발언을 인용하면서 “그의 발언을 신호탄으로 김미화․김여진 씨 등도 보수 정권 시절의 아픔을 떠들어대고, 그 대열은 꼬리를 물것이다. 물 들어올 때 배 띄운다고 했다”며 칼럼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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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 블랙리스트’가 해묵었다며 문성근·김미화 씨를 비난한 조선일보(9/22)

 

최 기자는 처음엔 “MB 정권의 국정원은 정말 치졸한 짓을 했다”며 “음지에서 ‘합성 나체사진’이나 유포하라고 국민 세금을 줬던 게 아니다”고 짐짓 국정원 행태가 과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그뿐이었습니다. 최 기자는 “하지만 과거 국정원의 작태를 비판하는 것과 문 씨 등이 마치 사회정의를 위해 싸우다 탄압받은 인물처럼 행세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문성근 씨 등 블랙리스트에 의해 피해 입은 사람들의 “이명박을 고소하겠다” “백주대낮에 그가 거리를 활보하는 현실이 어이 상실”과 같은 발언을 보니 “자기들 세상이 도래했다고 믿는 것 같다”고 비판했습니다. 

 

‘블랙리스트’ 왜곡하며 문성근 비판
조선일보는 문성근 씨 등의 발언을 비판하기 위해 탄핵 사유이기도 한 ‘블랙리스트’를 “피아 성향 분류의 리스트는 크게 새로운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는데요. “정치색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권력 한쪽에 줄을 대거나 맞서는 언론인․학자․문화예술인 등은 그 대상이 돼 왔다”면서 “블랙리스트가 보수 정권의 ‘음습한 작품’만은 아니라는 뜻”이라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는 블랙리스트의 본질을 전혀 설명하지 않은 사항입니다. 블랙리스트가 비판받는 건 단순히 ‘정치색’때문이 아닙니다. 실질적으로 해당 인물들의 지원을 배제하거나, 직접적으로 출연 등에 개입하기 때문에 비판받는 것입니다. 권력이 개인의 삶에 개입해 피해를 준 것이죠. 이런 설명 없이 블랙리스트 작성을 마치 ‘권력의 속성’처럼 설명하는 건 매우 부적절합니다. 게다가 “아직 못 찾아냈을 뿐 진보 정권에서도 다 작성됐을 것이다”라며 전혀 확인되지 않은 추측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최 기자는 또한 “진보 정권에서는 문 씨 등은 ‘대접’을 받았고, 그렇지 않은 연예인들이 물먹었던 것도 현실”이라며 그 예로 “문 씨는 진보 정권에서 영화진흥위원회 부위원장과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이사장을 맡았다. 반면 그 시절 여배우 김지미 씨는 영화인협회 이사장직을 중도에 물러났다”고 설명했습니다. 2010년 김지미 씨가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말 한 “영화 역사를 지켜온 사람이 누군데, 그때 명계남․문성근 이런 사람들이 갑자기 혁명군처럼 ‘구세대는 다 물러가라’는 식으로 나왔다”는 발언을 인용하기도 했습니다. 
문성근 씨가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에 영화진흥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문성근 씨는 당시 다른 진흥위원들의 반발로 세달 남짓 재임하곤 사퇴했습니다. 게다가 2010년 한국에 돌아온 김지미 씨의 인터뷰에 대해서도 반박이 있었는데요. 오마이뉴스 <배우 김지미, 문성근․명계남 비판할 자격 있나>(2010/10/11 성하훈 기자 https://bit.ly/2wanuay)에를 보면요. 당시 영화인 회의에 관여했던 한 영화 제작사 관계자가 “당시 대종상 심사 과정의 문제도 있었고 구세대 영화인들의 문제가 많았다. 그래서 ‘영화인협회’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영화인회의’가 만들어졌던 것이고 영화인들의 지지를 받게 된 것이었다.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다 영화계 흐름에 밀려났던 인사들이 이제 와서 당시 자신들의 옳았다는 식으로 억지 주장을 말하는 것 같다” “당시 영화계 개혁을 주도했던 사람이 문성근, 명계남 밖에 없었냐”면서 “젊은 영화인들을 우습게 보는 가벼운 발언”이라고 김지미 씨의 당시 인터뷰를 반박했더군요. 독립영화계 인사가 “김지미 선생은 신문도 안 보는 모양이다. 두 분 다 작품 활동 열심히 하고 있는데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한 것도 보도되었습니다. 실제 당시 문성근 씨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 <옥희의 영화>로 베니스 영화제에 다녀왔고 명계남 씨는 연극 <어느 독재자의 고백>에 출연하고 있었습니다.


최 선임기자는 “세상이 다 알다시피 문 씨는 ‘노사모’ 결성을 주도한 대표적 친노 인사”라면서 “보수 정권 시절 영화․드라마 출연에 제약을 받았다고 하지만, 그 전부터 출연이 뜸했던 게 사실이다”라며 “그는 정치판에 뛰어들어 당대표 대행까지 맡았다. 큰일을 하는데 한낱 영화 출연에 관심이 있었겠나 싶다”라고 비아냥거렸습니다. 그러나 문 씨가 밝힌 증언을 살펴보면 문성근 씨에 대한 블랙리스트가 단순히 ‘출연이 뜸한’정도에 그친 것은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문성근 씨는 15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과거 OCN에서 연출한 10부작 <처용>에서 4회 분량까지 촬영한 것이 통편집되었고, 뺄 수 없다고 저항하던 PD까지 잘렸다고 밝혔습니다. 아무 이유 없이 절반 가까이 촬영한 분량을 삭제하고, 이에 저항하는 PD까지 해고하는 블랙리스트를 최 선임기자는 그저 ‘출연이 뜸했다’는 식으로 비아냥거린 셈입니다.

 

‘정치 연예인’은 뒤로 물러나라는 조선일보
게다가 조선일보는 “정치판에 몸을 담갔으면서 대중 연예인으로서의 권리를 주장하고 만인의 사랑을 받겠다는 것은 자기 착각과 탐욕”이라 비난했습니다. “연예인도 정치적 성향과 입장이 있고, 정치판에 못 들어갈 이유가 없다”면서도 “하지만 선택에는 자기 책임이 따르는 법”이란 것이 조선일보의 입장입니다. 그 예로 “잘나가던 정치 실세라도 정권이 바뀌면 뒷전 신세로 밀리고, 더 운이 나쁘면 검찰에 불려간다”고 말 한 것입니다. 그러나 ‘뒷전으로 물러난’ 것은 그의 정치적 주장이 사람들의 동감을 얻지 못해서이고, ‘검찰에 불려간’ 것은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마찬가지로 ‘정치 연예인’도 힘을 뽐내고 혜택을 누리는 시절만 지속될 수 없다. 정권이 바뀌어 ‘블랙리스트’에 오르고 출연 제약을 받는 영락의 세월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라는 조선일보의 주장은 말이 안 되는 것입니다. 


게다가 조선일보의 ‘정치적 책임’은 다른 정당의 경우와 비교해도 전혀 맞지 않습니다. 1991년 민주자유당 소속으로 시의원 선거에 출마한 가수 이선희 씨, 1988년엔 민주정의당, 1992년엔 민주자유당 소속으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배우 이순재 씨 역시 문성근 씨와 비슷한 ‘정치 연예인’ 행보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블랙리스트’ 논란에 휩싸이지도 않았고, 이후에도 방송 활동에 큰 제약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비슷한 ‘정치적 행보’를 보였지만, 개인이 받았던 피해는 달랐던 것입니다.

 

‘광우병 광풍’ 언급하며 김규리 씨 연기력 힐난도 서슴지 않는 조선
조선일보는 다른 연예인에게도 비난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이번 블랙리스트에 올라온 연예인들 가운데 문성근 씨가 “보수 정권 블랙리스트의 최대 피해자는 김규리 씨다. 한창 자신의 역량을 발전시키고 활동해야 할 20대와 30대 시절에 집중적으로 배제당하고 불이익 받았다”고 말한 것을 인용하며 김규리 씨를 비판했습니다. 최 기자는 김규리 씨의 “광우병이 득실거리는 소를 뼈째로 수입하다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입 안에 털어 넣는 편이 낫겠다”고 SNS 글을 트집 잡으면서, “당시 국민 절반이 넘는 보수층에서 그런 연예인을 그전처럼 선입견 없이 볼 수 있었을까. 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의 문제다”라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당시엔 대부분의 국민들이 정부의 쇠고기 검역 문제를 믿지 못했고, 먹거리 불안에 많은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나왔습니다. 그런 점에서 김규리 씨의 SNS 글은 당시 일반 국민들이 가지고 있던 불안감을 드러낸 표현이었을 뿐, 전혀 문제될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보수 정권에서 김규리 씨가 집중적으로 배제와 불이익을 받았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사실 그녀는 꾸준히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해왔다”면서 “그 작품과 연기력이 대중에게 어필했는지는 모르겠다”고 평가했습니다. 최 기자는 기본적으로 연기력을 어필할 상황 자체에서 배제된 사람을 두고, ‘연기력’까지 트집 잡은 것입니다. 

 

‘방송 개입’등의 과오는 잊은 채 ‘피해자 비난’만 일삼아
문성근 씨와 김규리 씨에게 ‘연기력’까지 운운한 조선일보의 비난은 김미화 씨에게로 넘어갔습니다. 조선일보는 “김미화 씨는 진보 정권에서 호시절을 보냈다”면서 “대중을 웃겨온 개그우먼이 라디오 시사프로와 ‘TV 책을 말하다’를 진행했다. 지적 이미지의 ‘개념 연예인’으로 변신을 할 수 있게 해줬다”고 정리했습니다. 당시 김미화 씨가 진행한 프로그램들은 사뭇 딱딱하게 진행될 수 있는 시사․교양프로그램을 편안한 개그우먼이 진행하면서 대중들에게 어려운 내용을 쉽게 전달했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조선일보는 “그녀는 자신의 능력 때문에 발탁됐다고 여기겠지만, 상당수 국민은 그런 김 씨를 보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녀가 방송 프로에서 퇴출된 것은 단순히 국정원의 개입 때문이 아니라 대중의 사랑을 잃은 측면이 더 컸다고 본다”고 평했습니다. 


그러나 미디어스 <굳이 김미화를 교체해야 하는 이유는? “없다”>(2011/4/13 송선영 기자 https://bit.ly/2wa7s0r)에서 “김미화 씨는 매 청취율 조사에서 배철수씨와 함께 ‘진행자 선호도 1,2위’에 오르는 MBC 라디오의 얼굴이며, 또 <시사저널>의 ‘영향력 있는 언론인’ 조사 결과 연예인으로서는 유일하게 10위 안에 올랐다”고 보도했습니다. 실제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은 프로그램 시작부터 단 한 번도 동시간대 청취율 1위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고, 라디오 프로그램 중에서 청취율 순위 6,7위에 언제나 랭크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김미화 씨를 두고 인기가 없었다는 식으로 몰아간 것도 말도 안 되는 억지입니다. 

 

연예인들의 ‘본업’ 묻는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결국 문성근, 김규리, 김미화 씨에 대해 “보수 성향의 국민은 한때 명연기자였던 문성근 씨를 배우가 아닌 아예 ‘골수 정치인’으로 받아들이고, 유능한 개그우먼이었던 김미화 씨를 보고는 더 이상 웃지 않게 됐다. 왜 이 지경이 됐는지 스스로가 자기 책임에 대해 물을 때가 됐다”고 정리했습니다. 또한 그들이 “해묵은 ‘블랙리스트’를 꺼내 들며 박해받은 정의의 사도처럼 스스로를 포장하면 보수층은 ‘저 인간들 보기 싫어 애초에 정권 교체만은 막으려고 했는데…’라고 혀를 찰 것이다”라고 우겼습니다. 칼럼은 “우리 곁에서 오래 사랑받는 대중연예인들은 대부분 자신의 본업이 무엇인지를 알고 거기에 최선을 다했다”고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연예인들에게 ‘본업’ 운운하는 조선일보야 말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실에 기반한 공정 보도라는 언론의 ‘본업’을 다 하고 있는지 묻고 싶네요.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9월 22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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