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중앙일보 ‘삼성합병 압력’ 문형표 실형 보도에 없는 세 가지
등록 2017.06.09 17:31
조회 811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찬성하도록 국민연금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문형표 전 장관 등에 대해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이는 문 전 장관이 소속 공무원들에게 합병 성사를 부당하게 지시한 사실과 임무를 위반해 합병을 성사시킴으로써 공단에 손해를 입힌 사실을 인정한 것인데요. 이에 더해 재판부는 두 회사의 합병으로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그룹 대주주가 상당한 재산상 이익을 얻었음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을 통해 합병이 성사될 수 있도록 잘 챙겨보라는 박 전 대통령 지시를 받았다’고 기재되어 있었음에도, 이 같은 압력의 배후에 삼성이나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6개 일간지는 이와 관련해 각각 어떤 보도를 내놓았을까요? 

 

 

모두 ‘삼성합병 압력’이라는데 나홀로 ‘국민연금 압력’이라는 중앙

 

경향

  <삼성 합병 도운 문형표․홍완선 유죄… 박근혜 이재용은?>

동아

  <‘삼성합병 찬성 압력’ 문형표 징역 2년6개월>

조선

  <삼성합병 압력 문형표 징역형>

중앙

  <국민연금에 압력 넣은 혐의 문형표 징역 2년6월>

한겨레

  <박근혜 뇌물 핵심 ‘국민연금, 삼성합병 찬성 외압’ 유죄>

한국

  <법원 “삼성 합병에 개입했다”… 문형표 실형>

△ 문형표 실형 관련 보도 제목(6/9)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제목에서의 차이점입니다. 이날 중앙일보를 제외한 5개 일간지는 관련 보도의 제목에 모두 문형표 전 장관이 ‘삼성 합병’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점을 명시했습니다. 이를테면 경향신문은 ‘삼성 합병 도운’, 동아일보는 ‘삼성합병 찬성 압력’, 조선일보은 ‘삼성합병 압력’(1면), 한겨레는 ‘삼성합병 찬성 외압’(1면), 한국일보는 ‘삼성 합병에 개입’이라는 문구를 관련보도 제목에 포함시켰는데요. 조선일보의 경우 전체 5건의 기사 중 3건, 한겨레는 5건의 기사 중 4건의 제목에 ‘삼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중앙일보는 관련 보도 제목을 <국민연금에 압력 넣은 혐의 문형표 징역 2년6월>(6/9 김선미·문현경 기자 https://goo.gl/GSYEUM)으로 꼽고, “삼성 합병에 찬성표 던지게 유도”라는 구절을 부제로 덧붙여 놓는데 그쳤습니다. 


중앙일보 보도의 문제점은 이게 다가 아닙니다. 이날 중앙일보는 6개 일간지 중 유일하게 재판부가 ‘삼성 대주주가 재상상 이득을 얻었다’고 명시한 사실을 기사에서 누락하기도 했습니다. 이재용이라는 단어를 관련 보도 어디에도 등장시키지 않은 것도 중앙일보뿐입니다. 

 

 

‘어떤 결정도 못 내리는 조직 될 것’ 국민연금 넋두리 전달한 조선 
이 와중 조선일보는 국민연금 측의 ‘변명’을 <국민연금 술렁… 엘리엇 막기위해 나섰는데>(6/9 이진석․신은진 기자 https://goo.gl/cqhXub)라는 별도의 기사로 전하기도 했습니다. 부제부터 <“법원이 당시 사정 감안했으면”> <공무원들 “누가 민감한 일하겠나”>인 해당 기사는 당시 “국민연금이 국익 보호 차원에서 ‘백기사(현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에 우호적인 주주)’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며 국민연금의 삼성 합병 찬성 결정을 마치 ‘합리적 판단’인양 포장하고 있는데요. 

 

K-008.jpg

△ 사안의 불법성 외면한 채 ‘앞으로 일 못하겠다’는 국민연금 관계자 발언 부각한 조선(6/9)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해당 기사는 익명의 국민연금 관계자와 익명의 경제부처 관계자의 “앞으로 국민연금은 어떤 결정도 안 내리고, 못 내리는 조직이 될 것 같다” “이번 판결로 관료들이 ‘일 안 하면 욕먹을 일도 없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될 것 같다. 민감한 일은 손대지 않는 게 최선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겠느냐”는 주장을 나열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번 판결의 핵심이 ‘삼성합병’ 과정에서 복지부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불법적으로 개입해 대기업 총수 일가의 배를 불리는 결정을 이끌어냈다는 점에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그야말로 사안의 본질과 무관한 넋두리인 셈입니다. 

 

 

청와대 외압, ‘그것 말고는 설명 어렵다’ 강조한 한겨레
재판부가 청와대 지시 여부를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한 ‘해석’도 매체별로 갈렸습니다.   


먼저 한겨레는 <문형표 삼성합병 압력, ‘청와대 지시’ 말고는 설명 어려워>(6/9 김민경·현소은 기자 https://goo.gl/s46VqD) 등을 통해 ‘법원의 판단 유보’에도 “이번 판결이 박 전 대통령과 이 전 부회장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평가”라 강조했습니다. “연금전문가로서 국민 2100만명의 노후자금 관리 중요성을 아는 문 전 장관이 이 부회장에게 이익을 떠안기는 부당한 압력을 행사할 동기는 ‘청와대 지시’ 말고는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한국일보도 <법원“삼성 합병에 개입했다”… 문형표 실형>(6/9 김현빈․김민정 기자 https://goo.gl/DlHWBj)를 통해 “재판부는 이날 판결에서 문 전 장관 배후에 청와대나 박 전 대통령이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정부부처 장관이 윗선 지시 없이 독자적으로 범행을 했으리라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라 전했습니다.

 

 

경향․동아․조선․중앙은 재판부 판단 유보 단순 전달 혹은 공방 예상 덧붙여
그 외 경향신문과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재판부의 판단이 없었다는 점을 건조하게 전달하거나 이후 공방이 예상된다는 해설을 덧붙이는 수준이었습니다.


이를테면 경향신문은 <삼성 합병 도운 문형표․홍완선 유죄… 박근혜 이재용은?>(6/9 박광연 기자 https://goo.gl/P3KyYv)를 통해 “법원이 국민연금의 ‘삼성 합병’ 찬성에 복지부가 부당 개입한 것을 인정함에 따라 향후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재판에서 청와대의 지시까지도 인정될지 주목된다” “향후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공판에서 이를 둘러싼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관측된다”고 언급하는 선에 그쳤습니다.

 

동아일보는 <‘삼성합병 찬성 압력’ 문형표 징역 2년6개월>(6/9 김민 기자 https://goo.gl/2LCjq5)을 통해 법원의 판단 유보에 대해 “현재 진행 중인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영향을 주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는 해설만을 덧붙였습니다. 


조선일보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삼성 합병에 문형표 장관 외압… 윗선 개입 여부는 판단안해>(6/9 최연진 김정환 기자 https://goo.gl/q53rWk) 등에서 조선일보는 “재판부는 삼성 합병에 문 전 장관 등의 외압이 있었다는 것만 인정했을 뿐, 그 외압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청와대로부터 왔는지, 삼성이 청탁을 한 것인지 등 뇌물 사건의 핵심 쟁점이 될 문제들은 건드리지 않았다”며 향후 공방이 예상된다고 말하고 있을 뿐입니다.

 

중앙일보는 <국민연금에 압력 넣은 혐의 문형표 징역 2년6월>(6/9 김선미·문현경 기자 https://goo.gl/GSYEUM)에서 법원이 “선을 그었다”고만 언급했습니다. 

 

*모니터 기간과 대상: 2017년 6월 9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monitor_20170608_233.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