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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오를 의심하는 뉴시스에 보내는 조언
등록 2019.04.0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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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나 관련 자료를 수집해 판매‧제공하는 통신사 중 하나인 뉴시스가 돌연 <기자수첩/‘증인’ 윤지오와 장자연 사건>(4/8 최지윤 기자/현재 기사 삭제)이라는 칼럼을 냈습니다. 기자수첩은 취재 기자가 자신의 의견이나 취재의 소회를 밝히는 기자의 기명칼럼입니다. 이 칼럼에서 고 장자연 씨와 같은 소속사에 있던 배우로,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정치‧방송‧언론계에 성 접대를 했다는 의혹이 있는 장자연 사건의 최초 진술자인 윤지오 씨에 대해서 다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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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오 씨가 거짓 증언을 하고 있다는 뉴시스 칼럼(4/8)

 

그런데 이 기사에 대해서 윤지오 씨 본인이 정정보도를 요청하며, “그렇지 않으면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윤지오 씨의 반박에 뉴시스는 이 날 칼럼을 수정했습니다. 기획사 직원이나 검사 발언 사이 사이에 윤지오 씨의 반박을 추가한 것입니다. 칼럼을 수정하면서 따로 수정하게 된 이유를 밝히진 않았습니다. 그리고 오후에는 아예 해당 기사를 삭제했습니다.

 

이상한 뉴시스 보도행태, 반복될 수도 있기에 보고서 작성키로

민주언론시민연합은 해당 기사를 조목조목 비판하는 보고서를 작성해야할지 침묵해야할지 고민했습니다. 윤지오 씨의 인격을 심각하게 훼손한 보도이지만, 이미 삭제까지 되었으니, 해당 보도의 심각한 내용을 거듭 확대재생산하지 않는 것이 도리어 나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뉴시스는 이런 식의 일탈(?)을 처음 한 것이 아닙니다. 뉴시스는 작년에도 “장자연 어머니의 제적등본을 확인한 결과 장자연이 술접대를 한 날로 알려진 '2008년 10월 28일'은 장자연 어머니의 기일이 아니며, 그날 장자연은 차 안에서 울다가 술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면서 장자연 진술이 거짓인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이에 장자연 관련 방송프로그램을 내놨던 MBC <PD수첩>은 <단독/장자연, 어머니 기일에 술접대 하지 않았다>(2018/12/24), <단독/MBC PD수첩 '장자연'편, 조서 대신 준비서면 방송…왜?>(2018/12/30)에 대해 정정보도를 요청했습니다.

 

실제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은 "뉴시스 보도와 관련해 과거조사단이 조사, 확인한 결과 장자연 어머니의 제적등본과 다르게, 장자연 어머니의 제삿날은 음력 9월 30일이 맞다는 것을 확인드린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이에 뉴시스는 지난 1월 11일 <'PD수첩 장자연편 프로그램' 관련 정정보도문>을 게재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뉴시스의 ‘이상한 보도행태’가 앞으로도 나올 수 있다는 점, 정식 해명이나 정정보도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보고서를 발표하기로 했습니다.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는 최지윤 기자의 엉망진창 기자칼럼

이 글을 쓴 문화스포츠부의 최지윤 기자는 ‘윤지오 씨가 거짓 증언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오는 자연이와 친하지 않았다”는 전 소속사 직원의 발언을 인용하더니 나중엔 “윤지오는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생활 중이다”, “윤지오는 팔로워 76만명이 넘는 SNS스타가 됐다”며 장자연 사건의 실체와 관련 없는 윤지오 씨의 근황을 걸고넘어지며 이 같은 주장을 이어갔습니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성범죄 피해자와 미투 운동에 대해 아무런 이해가 없는 기자의 궤변이었습니다.

 

아마 최지윤 기자는 뉴시스 문화스포츠부 소속으로, 장자연 사건을 줄곧 취재해왔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던 도중에 ‘더컨텐츠엔터테인먼트’에서 고 장자연 씨와 윤지오 씨의 매니지먼트를 한 권모 씨와 같은 회사서 고 장자연 씨 담당 매니저였던 백모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을 것입니다. 칼럼에 따르면 그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오는 옛날부터 유명해지고 싶어 한 친구다. 3년 전 내게 연락이 와 ‘한국에서 연예계 일을 다시 하고 싶은데 도와 줄 수 있느냐’고 하더라. 실제로 지오는 자연이와 친하지 않았다. 당시 지오가 싸이월드에 자연이와 찍은 사진 한 장 올린 적이 없다. (후략)

 

지오는 자연이와 그렇게까지 친분이 있지 않았다. (중략) 오히려 지오는 술자리에 안 불러주면 섭섭해했다. ‘나 어제 누구 만나서 뭐 했어~’라며 유명한 사람들과 친분을 과시했다. 지금 하는 행동이 이해가 안 된다.

 

권모 씨와 백모 씨의 주장에는 장자연 사건의 실체는 없고 증언자 윤지오 씨의 성격이나 인간관계에 대한 추측성 발언만 있습니다. ‘장자연과 윤지오는 친하지 않았다’, ‘윤지오는 다시 연예계 일을 하고 싶어 한다’, ‘윤지오는 술자리에 안 불러주면 섭섭해했다’ 등과 같은 말은 어떻게 봐도 윤지오 씨에 대한 ‘흠집 내기’입니다. 이 사건에서 진정성 있게 진술할 ‘피해자의 지인’이란 자격도 없고, 설령 지인이라 하더라도 ‘사건의 증언자’답지 못하단 말을 그들은 하고 싶은 것입니다. 좋게 봐서 이들의 발언이 사실이라고 해봅시다. 그러나 설령 사실이라 하더라도 윤지오 씨가 장자연 사건에 대해 증언하고 있는 바를 거짓이라 말할 근거가 되진 못합니다.

 

윤지오 씨는 당일 자신의 SNS를 통해 해당 칼럼에 실린 내용에 대해 아래와 같이 조목조목 해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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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칼럼에 대한 윤지오 씨의 반박(4/8) 윤지오 씨 SNS 화면 갈무리

 

권모 씨는 방송국 FD출신으로 현재도 소속사에서 배우를 관리하고 있으며 처음 JTBC와 인터뷰 당시 제가 언론에 이용당하는 것 같다며 그만하라고 타일렀습니다. (중략)

 

권모 씨는 고모 대표 생일파티가 있었던 날도 저와 언니(장자연) 로드매니저로 파티와 가라오케에 데려다주고 나왔습니다. 언니와 찍은 사진은 당연히 게시할 수 없었고 모든 사진첩도 닫았다가 이번에 오픈했고 현재 미니홈피에도 언니와 찍은 사진들은 비공개입니다.

 

백모 매니저는 가끔 언니와 제 로드매니저를 해준 사람입니다. 저와 언니와 통화 문자 기록을 경찰, 검찰 측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반대로 친하지도 않은 저 사람에게 저는 가타부타 이야기를 늘어놓은 적 없고 저는 그런 성격의 소유자이지도 않습니다.

 

검사의 과거 발언만 인용하고, 이후의 사과 사실은 보도 안해

보도에 등장한 검사는 직접 만난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기자는 2009년 당시 이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가 지난달 이데일리와 한 인터뷰 내용을 칼럼에서 윤지오 씨가 조사 과정에서 보인 발언과 행동이 신빙성이 떨어졌다는 주장을 발췌 인용했습니다. 이데일리의 기사는 <단독/‘고장자연 사건’ 검사 “윤지오 진술, 저도 기대 컸지만”>(3/18 박현택 기자)입니다. 칼럼에 인용된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당시 검찰은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는 윤지오의 진술에서 신빙성을 얻기 위해 상당한 고민을 하며 수사에 집중했지만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윤지오는 2008년 8월 강제추행 장면에 대해 매우 상세히 진술하면서도 정작 강제추행한 사람의 인상착의는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당시 참석한 남자가 3~4명에 불과하고 상당시간 동안 같은 공간에 있었음에도 강제추행한 사람의 인상착의를 잘못 기억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었다.

 

성범죄 사건에선 피해자나 증인들의 일관되고 합리적인 진술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 검사는 ‘윤지오 씨의 진술이 오락가락했다’는 주장을 일방적으로 펼칠 뿐, 당시 검찰 수사가 어떠했는지, 왜 그런 수사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하는지 등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데일리 기사에서도 해당 검사의 발언만 따옴표 처리해 실려 있으며 기자가 비판적으로 취재한 지점은 보이지 않습니다.

 

게디가 검사의 인터뷰에 대해선 윤지오 씨가 지난 4일 자신의 SNS에서 반박한 바 있습니다. 또한 최근 윤지오 씨는 대검찰청 검찰 과거사 진상조사단이 조사 과정에서 ‘과거에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미안하다’고 사과했음을 연합뉴스 인터뷰를 통해 밝히기도 했습니다.

 

누가 유명해지려고 목숨을 걸까

이 칼럼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부분은 단연코 ‘여기’입니다. 윤지오 씨가 대중의 환심을 사려고 장자연 사건을 이용하고 있는 것처럼 묘사한 부분입니다. 기자는 그가 ‘최초 진술자’ 또는 ‘유일한 진술자’라는 지위를 이용해 무슨 SNS 스타가 된 것처럼 말하고 있습니다.

 

윤지오는 여성가족부에 이어 경찰이 지원한 숙소에서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생활 중이다. 민간경호원 2명도 고용했다. 한 달에 경호비용이 2000만원이 넘는다며 후원계좌를 오픈했다. (후략)

 

윤지오는 신변의 위협을 느낀다면서도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으로 일상을 공개 중이다.

 

윤지오는 팔로워 76만명이 넘는 SNS스타가 됐다. 그녀의 말은 곧 ‘진실’이자 ‘정의’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장자연 문건에 이름이 특이한 국회의원이 있었다’ ‘장자연, 술이 아닌 다른 무언가에 의식을 잃었다’ ‘장자연의 죽음이 자살인지, 타살인지부터 가려야 한다’···. 윤지오가 TV에 출연해 한 말이다. 이들 발언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없다.

 

윤지오 씨는 지난 달 10년 만에 신상까지 공개하면서 장자연 사건의 증언자로 나섰습니다. 그는 신상을 공개하기 전부터 신변에 대한 위협이 있었다고 언론에서 말한 바 있고,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에도 보호가 필요하다고 줄곧 말해왔습니다. 게다가 이 사건을 덮으려는 권력과 싸우면서 시민들의 지지와 연대를 계속 요구했고, 이를 위해 방송에 출연해 생방송으로 인터뷰하기도 했습니다. 이 일련의 사건을 꾸준히 보아 왔다면 뉴시스의 칼럼과 같은 평가를 내릴 수 없습니다. 오히려 용기 있는 행동을 응원했을 것입니다.

 

재작년 미투 운동 이후 ‘백래시’라는 말을 종종 들어보셨을 겁니다. 백래시(Backlash)는 사회 변화에 따라 나타나는 대중의 반발을 의미하는 사회학적 용어로 쓰입니다. 주로 기득권과 권력을 가진 이들이 자신의 영향력에 위협을 느낄 때 나타나곤 합니다. 미투 운동에서 ‘누군가 미투 운동을 이용하고 있다’거나 ‘순수한 피해자일 때만 지지하겠다’ 등의 생각이 백래시의 예시입니다. 뉴시스 칼럼은 권력에 대항하는 윤지오 씨의 행보를 막고 장자연 사건의 실체를 못 밝히게 하려는 백래시의 전형입니다.

 

스피커를 때리면 일단 의심해봐야

칼럼은 이처럼 “장자연 사건의 진실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며 시종일관 윤지오 씨를 허언증 환자처럼 몰아갔습니다. 그러더니 칼럼 후반부에 느닷없이 장자연 사건에 ‘배우가 연루돼 있다는 설’과 ‘국정원이 개입했다는 설’을 설명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맥락으로 이 두 사안을 넣었는지조차 짐작키 어렵습니다. 추정컨대 윤지오 말고 이미숙 씨나 유모 대표의 말을 믿어보자는 말 같기도 합니다.

 

어쩄든 이 칼럼은 엉망입니다. 칼럼이라고 보기엔 자신의 의견은 없고, 사실기사라고 보기엔 근거가 없습니다. 정제된 내용도 아닙니다. 작성자는 최지윤 기자이지만, 바이라인은 문화스포츠부 plain@newsis.com입니다.

 

너무 많은 것이 이상한 이 기사에 대한 비평의 끝은 이렇게 맺겠습니다.

 

‘메시지를 반박할 수 없을 때는 메신저를 공격하라’는 정치 전술은 워낙 고전적이라 다들 들어보셨을 겁니다. 누군가의 발언이 사실이거나 여러 이유로 반박하기 힘들 때, 발화자 자체를 공격해 발언에 대한 신뢰를 깎아내리는 수법입니다. 한국 정치에서도 자주 볼 수 있고, 성범죄 피해자의 피해 사실에 대해 피고인 측에서 반박할 때도 자주 쓰입니다.

 

누가 봐도 메신저나 스피커, 즉 말하는 이를 공격하는 것처럼 보일 때, 이를 의심해 주십시오.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이를 취재원에게 질문하고, 이런 취재 내용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정보를 시민에게 전달하는 게 기자의 역할 아닐까요.

 

뉴시스 칼럼은 “올해는 장자연 10주기다. 윤지오는 장자연 사건과 리스트의 유일한 목격자가 아니다”란 문장으로 끝을 맺습니다. 그런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맞는 말입니다. 올해는 장자연 10주기입니다. 윤지오 씨는 현재 여러 목격자 중 유일한 증언자입니다. 하루 빨리 진실이 밝혀지길 바랍니다. 언론의 힘이 중요합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4월 8일 뉴시스 해당 칼럼

 

<끝>

문의 임동준 활동가 (02-392-0181) 정리 조선희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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