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토론·시사프로_
정치적 공방 벌인 MBN <판도라>, ‘네거티브’로 얼룩진 TV조선 <강적들>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모니터위원회는 본격적인 대선 기간을 맞아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의 토론‧시사 프로그램 22개를 모니터합니다. 해당 프로그램에서 방송한 선거 관련 아이템으로 다룬 경우, 유권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합리적인 방식으로 전달했는지 분석하겠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4월 11일부터 4월 17일까지 일주일간의 선거 관련 방송에 대한 비평입니다.(JTBC <밤샘토론>과 KBS <생방송 일요토론>은 패널 구성의 타 프로그램과 달리 각 정당 선대위 위원들이 나와 토론을 펼쳐, 별도의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판세예측과 네거티브로 꽉 찬 한 주
4월 3주차(4월 11일~17일)에도 종편4사 정치토크쇼 채널A <외부자들>(4/11), TV조선 <강적들>(4/12), MBN <판도라>(4/13), JTBC <썰전>(4/13)은 어김없이 대선 소식을 전했습니다. 이번 주 방송엔 공통점이 있었는데요.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한 판세예측과 네거티브 공방이 주를 이었다는 점입니다. 판세예측은 경마저널리즘으로 흐를 우려가 크고, 네거티브는 근거를 갖추지 않을 경우 또 다른 네거티브 양산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방송 시간의 대부분을 이런 내용에 할애하는 건 부적절합니다. 특히 TV조선 <강적들>와 MBN <판도라>는 그러한 한계를 잘 보여줬습니다.
네거티브 재생산하는 TV조선 <강적들>
TV조선 <강적들>은 네거티브 논쟁의 위험성을 보여줬습니다. TV조선 <강적들>은 대선을 다룬 총 열 두 꼭지 중 절반에 가까운 다섯 꼭지를 네거티브와 관련된 내용으로 채웠습니다. 게다가 ‘국민의당 렌터카 경선’과 ‘문재인 아들 특혜채용’을 다루면서도, 검증은 하지 않았습니다. 패널들은 사실 관계를 따지기보다 네거티브가 지닌 의도와 대응방안만을 제시했습니다. 그마저도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발언들이었습니다.
문제발언은 함익병 패널과 정미경 변호사에게서 나왔습니다. 국민의당 렌터카 경선에 관해서 함 씨는 “특정 종교 집단이 투표에 집단으로 참여해도 어떤 후보도 시비를 삼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논란을 일축했습니다. 이에 더해 정 변호사는 “안철수 후보 쪽으로 가고 있는 기독교 보수층의 표심을 돌려놓으려는 네거티브라는 게 사건의 핵심”이라며 사안을 축소시켰습니다.
반면 문재인 후보 네거티브에 관해선 전혀 다른 태도를 보였습니다. 함 씨는 “20대 취업난에 시달리는 유권자들은 그 사실 자체가 부정이 있었든 없었든 기분이 나쁘다. 노무현 대통령이 했던 쿨한 인정이 필요하다”라며 사실 여부를 떠난 문 후보의 인정을 종용했습니다. 문재인 후보의 아들 특혜 의혹은 사실관계를 치열하게 따져야 할 문제입니다. 함씨의 발언은 검증의 본뜻을 훼손한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며, 문 후보에게 불리함 강요한다는 점에서 편파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근거 없는 네거티브까지 만들어낸 TV조선 <강적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습니다. 패널들은 근거 없이 네거티브를 다뤄 또 다른 네거티브를 확대‧재생산하기도 했습니다. 문제 발언은 △19대 대통령도 비선 있다? △안철수 뒤에 <상왕> 있다? 꼭지에서 나왔는데요. 정미경 변호사는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됐을 때 3철이 문고리 3인방하고 똑같아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준석 패널은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 받은 결정적 원인은 소통구조를 막았기 때문”이라며 “과연 문재인이 대통령이 됐을 때 소통 구조가 뚫리겠느냐”면서 박 전 대통령과 문재인 후보를 비교했습니다. 이에 더해 김진명 작가는 “지금 문재인 후보가 모든 걸 논의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 성이 박씨라는 것만 얘기하겠다”라며 의문을 자아냈습니다. 세 패널의 발언엔 공통점이 있는데요. 바로 구체적인 근거가 없다는 점입니다. 개인적인 판단만으로 문 후보에게 불리한 프레임을 씌우고, 불확실한 정보로 혼란을 가중시켰습니다.
횟수는 적었지만 안철수 후보에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정미경 변호사는 “여의도에서 또 정치권에서는 국민의당을 안철수당이라고 하지 않고 박지원당이라고 그냥 다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역시 박지원 의원이 국민의당 내에서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안철수 후보에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 구체적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근거 없이 네거티브를 다루는 건 상당히 위험한 태도입니다. 확실치도 않은 정보로 유권자의 눈을 가려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러한 논의가 지속될 경우 정치무관심‧정치혐오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네거티브를 다룰 땐 팩트체크로 후보를 검증하는 데에 초점 맞출 필요가 있습니다.
MBN <판도라>, 정보는 없고 말싸움만 난무
MBN <판도라>는 방송시간의 대부분을 판세 예측에 쏟아 부었습니다. 논란은 게스트로 섭외된 김영환 국민의당 대선기획단장이 가져온 주제, ‘19대 대선 안철수 후보의 득표율은?’부터 시작됐습니다. 김 단장은 “19대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의 득표율이 50대 이상이 될 것이다. 겸손하게 말씀드리지만 실제로는 60대 40, 또는 55대 45까지 갈 수 있다”며 안 후보의 압승을 예상했습니다. 호남 지지율에 대해서도 “단언하건대 7대3 내지 8대2로 나온다”라며 자당에 유리한 예측을 쏟아냈습니다. 아무리 여론조사 결과가 많다고 해도 지지율 예측은 좋지 않은 토론거리입니다. 판세는 예측해봤자 바로 내일이면 바뀔 수 있는 판단과 해석에 해당하고, 유권자가 후보를 판단할만한 의미 있는 정보를 담고 있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더욱 심각한 건 이런 예측이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에 의존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김 단장은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 상승 원인을 ‘지난 1년간의 고생’과 ‘정치적 결단’에서 찾았습니다. 특히 ‘보수 껴안기’ 행보에 관한 해석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는 “모든 정치인이 촛불을 영합했을 때 안철수는 자기 정치생명을 건 결단을 하고 현장에 가지 않았다. 만약 촛불로 가서 거기서 대통령이 나온다면 태극기를 지지하는 애국자 보수들을 어떻게 통합할 수 있겠는가. 그 결단을 내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라며 우클릭을 ‘정치생명을 건 결단’으로 포장했습니다.
편파적인 것은 고정패널인 정청래 전 의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정 전 의원은 “문재인 후보는 현찰표지만 안철수 후보표는 약속어음도 아니다”라며 안 후보의 지지율을 “미루나무에 걸린 뜬구름”에 비유했습니다. 또한 안철수 지지율 상승의 원인을 “문재인 네거티브가 계속되니까 갑자기 안철수가 예뻐 보이는 것”이라고 표현했습니다.
△ 자기 당 입장에서 공세를 펼친 김영환‧정청래(MBN <판도라> 4/13)
김영환 단장은 감정이 격해지자 정청래 전 의원을 향해 막말을 내뱉기도 했습니다. 정 전 의원이 안철수 후보의 사드배치 입장 선회를 거듭 지적하자, 김 단장은 “대리인 자격도 없을 것 같지만 묻겠다”라며 “문재인 후보가 집권하면 사드 돌려보내나? 개성공단 바로 여나? 한반도가 일촉즉발의 위기에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지금 개성공단 열자고 할 수 있나? 이런 사람을 대통령 찍을 수 있나?”라고 분노를 내비쳤습니다. ‘대리인 자격’ 운운하며 정 전 의원뿐만 아니라 논의에서 벗어나 있던 문재인 후보까지 싸잡아 비난한 것입니다. 한마디로 MBN <판도라>는 대선 관련 정보는 없고, 기싸움과 말싸움만 두드러진 방송입니다.
무난한 JTBC <썰전>, 유시민 조언 눈에 띄어
JTBC <썰전> 또한 대선 판세와 네거티브 공방을 다뤘습니다. 전체적인 구성과 내용면에서 크게 문제될 만한 사안은 없었습니다. 네거티브 공방과 관련해선 문 후보의 △아들 특혜 채용 논란, △노 전 대통령 사돈 음주운전 은폐’ 등 2가지를, 안 후보는 △1+1 교수 임용 논란, △딸 재산 공개 거부 논란, △국민의당 관련 의혹 등 3가지를 다뤘습니다. 양적으로 보면 안 후보에게 불리했는데요. 그러나 ‘국민의당 관련 의혹’같은 경우 두 패널 모두 “안철수 후보가 직접적으로 잘못한 건 없다”고 못 박아 사실상 굵직한 사안은 2개씩 다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내용적 측면에선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특정 후보의 편에 서서 발언하거나 근거 없는 주장을 덧붙이지는 않았습니다.
눈에 띄는 점은 정치평론과 네거티브에 관한 유시민 작가의 생각이었습니다. 정치평론과 관련해서 유 작가는 “정치평론가들이 개인적인 호불호, 취향에 따른 평가를 너무 많이 한다”며 “그런 비평보다는 ‘저 사람이 왜 저렇게 할까’를 얘기해주는 것이 낫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네거티브 공방과 관련해선 ‘비방과 검증을 가르는 기준’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유 작가는 첫 번째 조건을 ‘사실 여부’, 두 번째 조건을 ‘후보 본인의 선택‧생각과 관련된 것’, 세 번째 조건을 ‘대통령 후보로서의 자질이나 업무능력과 관계있는 것’으로 정의했습니다. 시청자들이 정치평론을 평가할 때, 혹은 후보를 검증할 때 참고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될 것 같습니다.
검증 포문 연 채널A <외부자들> ‘군계일학’
채널A <외부자들> 또한 네거티브 공방을 다뤘습니다. 다른 프로그램과의 차별점은 ‘검증’에 있었습니다. 문재인 후보 ‘아들채용 논란’과 관련해선 약 7분 동안 의혹과 사실관계를 꼼꼼하게 다뤘습니다. 시청자들이 알고 넘어가야 할 정보를 제공하는 데에 집중한 <외부자들>은 타 방송보다 유익했습니다.
그러나 후보자들 간의 형평성을 고려할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안철수 후보와 관련해선 ‘조폭 동원 의혹’과 ‘부인 특혜 임용’을 다뤘는데요. 두 사안에 대해 이야기 한 시간은 약 5분여 가량으로 한 가지 사안만 다룬 문 후보보다 짧습니다. 당연히 사실관계가 명확히 전달되진 못했는데요. 제대로 된 인물검증은 좋은 시도였으나 두 후보 모두에게 공평한 잣대를 적용해야 합니다.
유일하게 ‘공약검증’에 나선 것도 채널A <외부자들>의 차별점입니다. ‘헬조선’ 담론의 시발점이라고 볼 수 있는 일자리 공약 검증부터 시작했는데요. 후보별 공약의 장‧단점, 실현가능성 등을 꽤나 꼼꼼하게 따져봤습니다. 이에 더해 일자리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무엇인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도 짚어봤습니다.
채널A <외부자들>은 이번 ‘일자리 공약 검증’을 시작으로 앞으로도 분야별 공약을 검증해나갈 것이라고 합니다. 유권자들이 자기 자신에게 맞는 후보를 선택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의 대선방송에선 ‘경마저널리즘’과 ‘네거티브 재생산’과 같은 무의미한 논쟁이 아닌, <외부자들>과 같은 시도가 계속됐으면 합니다.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4월 11일부터 4월 17일까지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의7개 방송사 토론‧시사 프로그램의 대선 관련 방송(정당 경선 토론회 제외) : KBS <일요진단>, <추적 60분>, <KBS 스페셜>, <취재파일K>, <시사기획 창> / MBC <100분토론>, <시사매거진2580>, <이슈를 말한다>, <PD수첩>, <MBC스페셜>, <다큐프라임> / SBS <그것이 알고 싶다>, <SBS스페셜>, <뉴스토리> / JTBC <스포트라이트>, <썰전>, <밤샘토론> / TV조선 <강적들>, <다큐 스페셜> / 채널A <외부자들>, <청년, 대선주자에게 길을 묻다>(비정기 편성) / MBN <판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