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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돗자리 저널리즘’에 ‘반미 낙인’까지…선거 보도의 흑역사
등록 2020.04.08 21:48
조회 463

4월 1주차, 이주의 나쁜 선거보도

 

1. 총선 임박하자 더 횡행하는 ‘돗자리 저널리즘’

선거가 임박하면 총선 이후를 예견하는 기사들도 으레 나오기 마련입니다. 단순히 정치권 세력 구도를 예상하는 걸 넘어 사회상 자체를 내다볼 수도 있죠. 그러나 그런 기사도 철저하고 논리적인 분석을 전제해야 합니다. 도가 지나친 상상은 유권자를 현혹하고 선동할 뿐이죠.

중앙일보 이정재 칼럼니스트의 <이정재의 시시각각/재앙은 어떻게 권력을 바꾸나>(4/2)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 칼럼은 “4.15 총선 후 모습은 대충 짐작이 간다”더니 여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면 “윤석열 검찰총장이 공수처 1호 수사 대상이 될 것”이며, “몰락한 경제, 사라진 일자리를 나랏빚으로 떠받치는 일도 계속될 것”이고, “적폐청산·탈원전·소득주도성장·친노조·퍼주기에 공수처법과 선거법까지 입맛대로 다 했던 정권의 폭주는 더 심해질 것”이라 ‘예언’했습니다. 심지어 “코로나20, 코로나21 재앙이 다시 닥쳐도 중국발 입국자는 여전히 대한민국 도심을 활보할 것”이고 “몰려든 중국인 환자를 한국인이 병수발할 것”이라며 철 지난 ‘중국 봉쇄론’도 고수했습니다. 이런 상상을 진지하게 읽을 독자는 아무도 없을 겁니다. 독자를 무시하는 칼럼입니다.

 

정치적 의도로 다른 나라 재난상황 이용하면 안 된다

이정재 칼럼니스트는 코로나19 정부 대응에 대한 여론이 나쁘지 않은 이유로 “남들이 못해서다”라고 꼬집기도 했는데요. 그 근거로 “주변 동남아 국가와 비교해 보라. 반대로 우리가 크게 초라해진다. 세계의 방역 모범국, 싱가포르·홍콩·대만뿐이 아니다. 중국발 입국을 초기에 차단했던 베트남·인도네시아·태국·필리핀과도 비교가 안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정재 칼럼니스트 생각과 달리 해당 국가들의 상황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이 칼럼이 게재된 4월 2일과 비교해 인도네시아의 확진자는 1,800명에서 2,700명까지 늘었고 사망자는 한국보다 많은 221명입니다. 필리핀도 확진자가 2,600명에서 3,800명까지 증가했고, 베트남도 코로나19 발생 우려로 4월 8일 하노이 일부를 봉쇄했습니다. 한국 정부를 비난하기 위해 다른 나라의 재난 상황을 함부로 이용하면 안 됩니다.

이미 중앙일보는 <사설/정부의 우왕좌왕·뒷북·눈치보기가 신종 코로나 사태 키워>(2020/2/7)에서 일본의 크루즈선 봉쇄 조치를 본받아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을 했는데요. 이후 일본의 크루즈선에서 대량 감염이 발생했으며, 일본의 야만적 행태에 대한 국제적 비난이 있었습니다. 이는 사실 ‘중앙일보 사설 참사’라고 봐야할 수준의 망신거리였습니다.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중앙일보의 예측이 맞냐 틀리냐가 아닙니다. 감염이 언제 어디서 얼마나 퍼질지 예측하는 것은 ‘중국발 외국인 입국금지’ 여부와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그리고 정치적 목적을 위해 그런 예측을 남발하는 것은 언론이 할 짓이 아닙니다.

 

‘여당이 이기면 마지막 선거?’ 도 넘은 예견은 ‘선거운동’이나 다름 없다

동아일보 김순덕 대기자도 4월 2일 칼럼 <김순덕 칼럼/돌아온 김종인 일당 독재 막아달라”>(4/2)에서 ‘돗자리 언론’ 행렬에 가세했습니다. 김순덕 대기자는 “지금은 민주당 독재시대”라고 전제하더니 “(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비상사태를 선포해 민간기업 경영 개입이나 파격적 남북관계, 굴욕적 한중관계로 나아간다면 국민은 방법이 없다”, “어쩌면 이번이 국가비상사태 같은 끔찍한 일이 벌어지기 전 마지막 선거가 될 수 도 있다”고 예견했습니다. 이런 칼럼들의 문제는 현실과 동떨어진 예측을 의도적으로 내놓으면서 사실상 특정 정당에 불리한 방향으로 선거에 개입한다는 겁니다. 하물며 정부‧여당과 가장 각을 세우는 미래통합당도 상대당을 향해 ‘중국인 수발을 한국인이 들게 할 것’, ‘이번 선거가 마지막 선거가 되게 할 것’이라고 공격하지는 않습니다.

 

* 심사위원 한줄평

- 언론의 선을 넘은 칼럼, 대놓고 선거운동하는 신문입니다.

논설위원이 쓴다고 다 논설, 칼럼은 아닙니다. 식견이 아니라 사견을 휘두르는 칼럼은 그야말로 언론의 격을 떨어뜨리는 자해도구입니다.

 

 

2. 검증보다 생트집에 가까운 조선일보의 검증보도

더불어시민당 7번째 비례후보인 윤미향 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20년 이상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함께 일본대사관 앞 수요집회를 이끌어 온 시민활동가입니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 외에 별다른 사회 이력은 없습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뜬금없이 3월 31일자 기사 <반미 앞장서온 시민당 윤미향, 정작 딸은 미국 유학중>(3/31, 김은중 기자)에서 윤미향 후보에 ‘반미 인사’ 낙인을 찍었습니다. 조선일보가 윤 후보를 “대표적 반미 인사”로 규정하면서 내세운 근거는 SNS에 사드 배치를 두고 “미국의 무기 장사 시장 바닥”이라고 썼다는 것 하나뿐입니다. 윤 후보가 SNS에 남긴 글 대부분은 자신이 199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몸 담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 관련 내용들입니다. 윤미향 후보가 미국 하원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미국에 위안부 소녀상을 건립하기 위한 운동을 벌이기까지 했다는 걸 생각하면, 조선일보의 ‘반미’ 딱지는 더욱 황당합니다.

더 황당한 게 남았습니다. 조선일보가 윤미향 후보의 자녀가 미국 유학 중이라며 “내로남불”이라는 야권 비판까지 덧붙인 겁니다. 실제로 윤미향 후보의 딸은 미국 유학 중인데, 내내 한국에서 살다가 2018년 9월 미국 UCLA대학 석사과정에 합격해 그때부터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논리대로라면 한국에서 공부하다가 학업을 이어가기 위해 미국 유학을 택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다 미국에 비판적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 같은 논리로 일본 유학을 갔던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가 박열, 윤동주 선생도 다 ‘내로남불’이 됩니다. 조선일보가 얼마나 당치 않은 보도를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비슷한 내용의 조선일보 3월 30일 인터넷판 보도 <단독/반미 구호 외친 시민당 비례, 자녀는 미국 유학>(3/30, 김은중 기자)는 더 가관인데, 이 보도는 “윤 씨 남편은 김삼석 수원시민신문 대표로, 1993년 이른바 ‘남매간첩단’ 사건 당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4년을 받았었다”며 윤 후보 남편까지 거론했습니다. “20년이 지난 후 재심이 이루어져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고만 말해 무슨 혐의가 무죄인지 밝히지 않은 채 ‘간첩’ 이미지만 남겼죠. 그러나 김삼석 대표는 1993년 국가안전기획부가 조작한 ‘남매간첩단 사건’의 피해자로서, 2014년 재심을 통해 반국가단체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한통련)에 군사기밀을 넘겼다는 핵심 혐의에 무죄가 인정됐습니다. 조선일보가 ‘일부’라고만 한 것은 한통련 의장 등을 만나 금품을 받은 사실에만 집행유예가 선고됐기 때문입니다. 결국 조선일보는 아무 이유도 없이 윤미향 후보에 ‘반미’ 낙인을 찍고 그 가족에게도 부당하게 ‘간첩’ 딱지까지 붙인 겁니다.

 

최소한의 근거를 갖춰야 ‘검증보도’, 아니면 정치적 공세에 불과

조선일보는 4월 1일에는 더불어민주당의 강선우 후보가 대학 교수 시절 낙제 수준의 강의평가를 받았다고 ‘단독’보도했는데요. 그러나 조선일보 <단독/금태섭 꺾은 강선우 교수 강의평가, 학생들 끔찍”>(4/1, 김은중 기자)에서 근거로 내세운 것은 해외 강의평가 사이트 ‘rate my professors’의 강의평가 2건 뿐이었습니다. 실제 보도 당시 해당 사이트의 강선우 후보 강의평가는 오직 그 2건뿐이었죠. 최근 한국에서도 대학원생 처우가 열악하다는 문제의식이 대두되면서 ‘김박사넷’ 등 교수 평가 사이트가 주목을 받고 있어 교수 출신 후보의 강의평가는 검증 기준이 될 수는 있습니다. 당연히 평가할 자료는 충분해야겠죠. ‘김박사넷’의 경우 누적 강의평가가 적으면 평가 자료를 공개하지도 않습니다.

조선일보 보도는 더 해괴한 후속 보도도 냈습니다. 조선일보 보도 후 해당 강의평가 사이트에 4년 만에 최고 평점을 준 강의평가가 새로 올라오자 조선일보가 이것도 단독을 붙여 또 보도한 겁니다. 조선일보 <단독/낙제점 강의 평가 나왔던 강선우 후보뒤늦게 좋았다글 올라>(4/1, 김은중 기자)가 전한 강의평가 대상인 강선우 후보의 강의 코드는 HDFS227인데, 해당 강의평가의 강의 코드는 HDFS225로 되어 있어 허위 작성된 강의평가로 추정됩니다. 조선일보가 사실상 ‘인터넷 댓글 받아쓰기’ 수준의 보도로 후보를 ‘검증’하고자 한 겁니다. 이런 것은 ‘검증보도’가 아니라 ‘흠집내기’에 가깝습니다.

 

* 심사위원 한줄평
- 검증과 낙인을 구분 안 하는, 공정성은 없고 편파성만 있는 나쁜 검증 보도입니다.

미국의 입장을 반대하는 쪽에 서면 미국 유학도 가서는 안 된다는 무논리, 생트집을 기사로 쓰다니 독자 수준을 어떻게 보고 이러십니까!

 

 

3. 3년 전 팩트체크 끝난 여론조사 응답률 트집, 또 나왔다

이번 총선에서 유난히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여론조사의 신빙성을 의심하는 기사가 많은데요. 이번 주에도 조선일보는 비슷한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조선일보는 4월 1일 1면 <못믿을 여론조사>(4/1, 홍영림·김경필 기자)와 이어지는 기사 <100통 전화해 3명 응답, 그걸 여론이라 발표>(4/1)에서 이번엔 응답률을 문제 삼았습니다. 요지는 이렇습니다. 현재 한국에서 공개하는 응답률은 전화를 받은 사람 중 여론조사에 응답한 사람의 비율로 계산하는데, 미국 여론조사협회 기준에 따르면 응답률은 전체 전화를 건 숫자 대비 응답자의 비율로 계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조선일보는 이런 근거를 바탕으로 “여론조사에 응답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인 유권자’가 아니라 정치에 관심이 매우 높은 ‘적극적인 정당 지지층’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얘기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여기다 “여당과 야당의 지지율 격차가 현재 공개되는 여론조사 결과에 비해 많게는 6%포인트 정도 좁혀질 수 있다”는 허명회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 발언, “(최근 여론조사에서)‘양극단’에 있는 계층이 과도하게 참여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여론조사에 적극 응답하는 계층이 실제로 투표에 참여할 가능성도 크다”는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의 진단도 덧붙였습니다. 요컨대 한국의 응답률 계산에 따른 여론조사 결과들은 실제 여론보다 무언가 과장되어 있고 ‘적극 지지층’과 구별되는 ‘일반적인 유권자’의 여론이 누락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실제로 여론조사 결과가 총선과 다르더라도, 이는 모두 의미 없는 논증일 가능성이 큽니다.

3년 전 대선에서 홍준표 후보는 ‘미국에서는 응답률 30% 미만 여론조사는 공표하지도 않는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네이버와 제휴하고 있는 서울대 팩트체크팀의 <팩트체크/“미국은 응답률이 30% 안 되면 여론조사 결과를 폐기한다”>(2018/4/25)에 따르면, 이는 완전히 거짓이었습니다. 서울대 팩트체크팀은 “미국 여론조사협회에서 공개하도록 권고하는 항목에 응답률은 아예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따라서 응답률 30% 이상일 경우에만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해야 한다는 규정도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즉, 미국에서는 애초에 여론조사 응답률을 공개하는 것이 필수사항도 아니라는 것이죠. 서울대 팩트체크팀이 인용한 우정엽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의 여론조사 문제점과 대책은>(2016/8/16)에서 “응답률이 낮을 경우의 문제는 여론조사의 응한 사람들과 응답하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체계적인 차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중략) 그러나 현재 미국 학계의 결론은 현재의 응답률은 체계적인 오류를 발생시키고 있지 않다는 데에 있다”며, “우리 여론조사의 문제는 낮은 응답률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데에 있다.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접근을 회피하면서 응답률만을 문제 삼게 되면, 제 아무리 응답률을 높이는 방법을 쓰더라도 조사의 품질 향상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 심사위원 한줄평

- 못 믿을 여론조사가 아니라 믿을 만 한 구석이 없는 기사

 

 

4월 1주차, 좋은 선거 보도

안타깝게도 찾지 못했습니다.

 

 

번외 : 총선과 같이 치러지는 기초의회 보궐선거 모두 잊었나요?

이번 4·15총선은 각종 이유로 공석이 된 기초의회, 기초단체장, 광역단체장에 대한 재·보궐선거도 같이 치러집니다. 물론, 국회의원 선거가 중요하기 때문에 꼭 총선과 재·보궐선거를 같은 비중으로 다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어느 지역에서 재‧보궐선거가 있고 누가 후보로 나왔는지 정도는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된 이번 주에도 보궐선거를 조금이나마 언급한 보도는 경향신문 보도 2건 뿐이었습니다. 지방 소식을 다루는 별지까지 확대해도 6개 종합일간지에서 4건에 불과합니다.

경향신문 보도조차도 선거 기본 정보가 아닌 출마 후보의 논란을 다룬 보도들이었습니다. 경향신문 <시의원 보궐선거에 피선거권 상실한 인사 공천 사퇴 안해 끝내 후보 못 낸 통합당의 황당 실수>(3/30)에서는 성남시의원 보궐선거에 공천된 미래통합당 후보가 뒤늦게 피선거권이 박탈된 사실이 알려졌다고 전했습니다. <성차별주의자 공천한 정당들>(4/3)에서는 경북 구미시의원 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후보자가 유흥업소에 여성 접대부를 소개해주는 일을 한 전력이 있다는 것이 밝혀져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후보자격을 박탈당한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별지 섹션에 있는 두 보도는 모두 천안시장 재보궐선거를 다룬 보도였습니다.

기초단체장 재보궐 선거가 있는 지역은 모두 8곳입니다. 아무리 코로나19 등 다른 주요 현안이 있고, 재‧보궐선거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진다고 해도, 언론은 유권자에게 최소한의 정보라도 제공할 의무가 있습니다.

 

* 2020총선미디어감시연대가 시민 여러분의 후원을 기다립니다. 올바른 선거 보도 문화를 위한 길에 함께 하세요. 링크를 통해 기부하실 수 있습니다. https://muz.so/aatw

 

* 부적절한 선거 보도나 방송을 제보해주세요. 2020총선미디어연대가 확인하여 대응하도록 하겠습니다. 링크를 통해 제보를 하실 수 있습니다. https://muz.so/aatx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3/30~4/4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지면보도에 한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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