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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보도 행태 변화’, 어떻게 볼 것인가

종편의 변심, 그 이유는?
등록 2016.12.01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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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을 분노와 허탈감에 빠뜨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종합편성채널(종편)과 지상파 방송사의 위상을 흔들어 놓았다. 그동안 방송 시청률에서 기득권을 누려왔던 지상파 방송사들은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시청률 경쟁에서 종편에 참패를 당했다. 그동안 후발 주자로 시청률 경쟁에서 지상파 방송사에 밀렸던 종편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이라는 존재를 대중 앞으로 이끌어내면서 일약 대중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대중들은 매시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새로운 정보를 쏟아내는 종편의 시사토크 프로그램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수’를 맞은 종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보도는 TV조선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지난 2014년 최순실과 갈등을 빚게 된 고영태로부터 비선실세 최순실 관련 제보를 받은 TV조선은 1년여 동안의 준비과정을 거쳤고, 지난 7월 관련 내용을 처음 보도했다. 그러나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 사건이 터지면서 <TV조선>이 관련 사건에 대한 보도에 주춤해 이 사안이 묻히는 듯했다. 최순실의 컴퓨터 파일을 입수해 ‘국정 개입’의 구체적 정황을 보도한 또 다른 종편 <JTBC>에 의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시청자들은 드러난 권력의 실체에 대해 허탈해하고 분노하면서도 오랜만에 보는 언론의 ‘권력 비판’ 보도를 반겼다.

 

이후 모든 종편 방송사들은 정규 시사토크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뉴스특보와 뉴스특집 프로그램을 편성하면서 거의 매시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내용을 방송하고 있다. 정부가 종합편성으로 허가한 허가사항과 달리 이미 시사보도 전문채널로 전락한 종편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거의 실시간으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소식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며 시청자들의 정보소비 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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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이 ‘주인을 무는’ 두 가지 이유

이유 1. ‘썩은 동아줄은 놓는 것이 상책’

 

그런데, 이 대목에서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다. 이명박 정부의 특혜로 출범해 박근혜 정부 탄생에 중요한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부와 밀월관계를 유지해오던 종편이 왜 갑자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보도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옹호하거나 보호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공격하는 입장으로 돌아선 것일까? 

 

TV조선, 채널A, MBN 등 JTBC를 제외한 종편들이 박근혜 정부를 옹호하던 그동안의 보도 태도를 바꾼 첫 번째 이유는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박근혜 정권 말기에 일어난 사건이기 때문이다. 이미 레임덕 상태에 빠진 박근혜 대통령의 비리를 덮고 넘어가는 것이 자신들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지지율 하락이 지속되고 있는 임기 말 대통령을 지지하다가 대통령과 함께 공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나 옹호 대신 비판으로 돌아선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나아가, 얼마 남지 않은 대선 과정에서 보수정권 재창출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그리고 현 정권의 부정부패를 강하게 비판함으로써 합리적이고 정의로운 보수언론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차기 대선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한 전략이 숨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종편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보도 태도의 변화는 차기 대선에서 보수정권 재창출과 이를 통한 자신들의 이익 극대화를 위한 치밀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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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2. ‘시청률은 보수정권 재창출의 자본’

 

두 번째로 JTBC를 제외한 종편들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보도과정에서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는 이유는 시청률 확대를 통한 지상파와의 경쟁을 위해서다. 종편은 출범 초기 일명 ‘애국가’ 시청률이라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존재감이 희미했다. 그런데, 시사토크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편성하면서 정치, 경제, 사회분야뿐만 아니라 문화와 연예 등 거의 모든 분야의 뉴스와 이슈에 대해 시청자들에게 자세한 해설(왜곡과 편파적인 정보임에도 불구하고)을 함께 제공해 줌으로써 시사토크 프로그램의 오락화를 이루어 시청률을 지속적으로 끌어 올려왔다.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보도도 전 국민의 관심사인 대통령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이라는 매우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소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지상파 방송사들과의 시청률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종합적으로 편성해야 하는 지상파 방송사들과 달리, 뉴스특보와 뉴스특집과 같은 프로그램들을 활용해 거의 하루 종일 뉴스 토크 프로그램을 편성하여 새로운 정보들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주는 전략을 통해 시청률을 끌어 올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전략은 일정 부분 달성된 것으로 보인다. 종편은 레임덕에 빠진 대통령 비선실세 비리 관련 이슈를 실시간 업데이트한다는 방송 전략을 통해 시청률을 지속적으로 견인하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비판적인 보도를 통해 그동안 종편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던 젊은 층과 중도성향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데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종편의 변심은 그 이유가 분명하다. 그동안 종편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던 시청자들을 종편의 시청 층으로 끌어들여 시청률 경쟁에서 지상파와 어깨를 나란히 하여, 새로운 보수정권 재창출에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레임덕에 빠진 박근혜 대통령을 버린 것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