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2023)_

향후 분노한 시민사회의 이익 대변할 언론과 정치 집단 부상 가능성

‘박근혜 게이트’와 언론, 어떻게 볼 것인가?
등록 2016.11.16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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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혁명적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상전벽해의 변화가 단시간 내에 현실이 되고 있다. 이 게이트와 언론의 관련을 살피면, 게이트의 폭로와 그 이후는 종편 채널의 긍정적 역할이 단연 돋보인다. JTBC가 태블릿 PC를 폭로한 뒤 박근혜 대통령이 담화를 통해 자신의 과오 일부를 자백하면서 상황은 급전직하로 전개되고 대통령 지지율 5% 상황으로 치달았다. 

 

‘주군’에게 ‘칼’ 겨눈 종편

 

게이트 폭로가 진행되면서 지상파TV가 여전히 청와대 눈치를 보는 듯 하나마나한 보도를 한 반면 종편 채널은 대담 프로 등을 통해 재탕, 삼탕 보도를 하면서 의혹 규명에 목마른 시청자의 궁금증을 충족시켰다. 이명박 대통령이 보수 세력의 영구집권을 위한 사회적 인프라로 만들어 놓은 종편 채널이 박 대통령 몰락을 재촉하는 칼잡이로 변신했다고 할까.  

 

종편의 보도 태도를 보면, 게이트 폭로 전에는 JTBC를 제외하고 거의 모두 ‘박비어천가’를 부르는 청와대의 강력한 지원군이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2번에 걸친 게이트 관련 자백 또는 거짓말 담화 이후 전 종편은 박 대통령과 최순실의 치부를 들춰내고 각인시키는 방송의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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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이 JTBC 첫 폭로 뒤 정체불명의 비선 세력에 의해 치밀하게 기획된 듯한 정치 스케줄을 시차를 두고 언론을 통해 공지한 것과 함께 종편 또한 모두 한목소리로 박의 시대는 끝났다는 조종을 울리는 방송을 양산했다. 

 

87년 6월 항쟁 이후 최대의 인파가 몰린 11월 12일 광화문 집회와 시위는 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공식적인 탄핵 선언이다. 이후 여야나 일부 종편은 박 대통령이 임기 이전에 하야를 하느냐 아니면 탄핵으로 임기를 거의 채우는 쪽으로 가느냐를 놓고 견해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이미 생명이 다한 대통령으로 전락한 것에 대한 공감대는 너무도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화염병 세례’ 걱정하게 된 지상파TV

 

이번 게이트의 전개 과정을 보면서 대중매체와 소셜미디어, 그리고 제도 정치권과 시민사회 등의 한국적 특성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종편 채널의 게이트 보도가 긍정적 평가를 받고, 지상파TV 소장파 언론인들이 사장 퇴진 주장 등을 하면서 과거의 위상을 되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KBS, MBC 경영진은 쇠귀에 경 읽기의 반응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세상이 변하는데 눈과 귀를 막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지상파TV 젊은 언론인들은 4·19 혁명, 광주항쟁에서 일부 언론사가 불탄 사례를 들어 향후 어느 지상파TV가 화염병 세례를 받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종편은 이명박 정권의 언론 악법에 의해 태어나서는 안 될 방송으로 지탄의 대상이었지만 게이트 국면을 거치면서 화염병 맞을 걱정은 크게 안 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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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이후’ 언론의 숙제

 

이번 게이트 사태가 일단락된 뒤의 언론의 지형은 어떻게 될까? 이른바 권선징악이 될까, 아니면 언론이 제 기능을 회복하는 정상화가 실현될까? 이 질문은 지난해 이후 영국 브렉시트, 미국 대선의 샌더스, 트럼프 돌풍과 콜롬비아 내전 평화협정 부결, 한국의 4월 총선 등에서 나타난 유사 현상에 주목하면 그 해답이 보인다. 

 

이들 국내외 사례의 공통점은 주류 언론이 기성정치권의 지향성을 지지하는 보도 논평에 주력했으나 빗나갔고 여론조사 결과가 현상의 점검과 전망에 전혀 기여하지 못했다는 점 등이다. 


이런 현상은 신자유주의에 의한 양극화와 불평등 심화, SNS의 대중화 속에 출현한 21세기형 사회적 변화로 설명할 수 있겠다. 이런 변화는 1%의 기득권층에 대한 99%의 반발로 특징지어질 수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고 이런 변화 속에서 적자생존의 법칙이 적용되면서 게이트 청산 이후 우리 사회의 변화도 가속화될지 모른다. 이번 게이트는 개발독재자 박정희 향수로 무장한 30%의 콘크리트 보수 지지층이 와해되면서 상대적 박탈감에 분노한 시민사회의 이익을 대변할 정치 집단과 언론의 부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기존의 정치집단이나 제도권 언론은 여전히 과거의 체질을 바꾸지 못하고 있어 그런 변화를 적극 담아낼 것 같지 않다. 정치권은 당리당략을 챙기는 구태를 반복하고 많은 언론은 선정주의, 황색저널리즘에 여전히 매몰된 채 사회적 파수견이나 목탁, 소금과는 거리가 멀다. 자본주의 체제 속의 민주주의 사회가 병들게 만드는 언론은 반체제 언론으로 규정되어야 하는데 그런 반사회적 언론, 그 종사자들을 어떻게 가려내 청산할 것인가 하는 것도 큰 숙제다.

 

고승우(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