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언련 칼럼_
‘잘못된 처방’ 찬양하는 언론, 삼성 위기의 진앙김영훈(전 민주노총 위원장)
난무하는 ‘삼성 위기론’ 과 ‘노조 리스크’
▲ 전국삼성노동조합 파업예고 관련 조선일보 5월 30일자 기사와 사설 갈무리 ©조선일보
최근 언론을 통해 삼성전자 위기론이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정부의 대규모 세수 결손, 기업의 실적 부진은 해마다 갱신 중이다. 실질임금이 삭감된 노동자부터 줄폐업의 자영업자까지 정부, 기업, 가계가 총체적 위기 상황이지만 유독 삼성 위기를 전하는 언론 보도가 압도적이다. 문제는 쏟아지는 삼성 관련 보도량에 비해 대책은 변죽만 울리거나 위기를 심화시키는 잘못된 처방만 나열하는 데 있다.
올해 초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이 출범하고 삼성과 단체교섭을 시작하자 주요 언론은 “노조 리스크”를 들먹이며 노조 혐오 보도를 이어갔다. 특히 노조 파업에 대해 국민일보, 서울신문, 한국경제 등 여러 언론이 사설과 해설기사를 통해 노조를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 지키자 노조 스스로 업무 복귀>(8월 23일)로 삼성전자의 대응을 추켜세웠는데 과연 노조 무력화로 삼성 위기가 극복될까?
삼성 노동자 투쟁은 삼성 위기의 ‘결과’
▲ 9월 11일 전삼노가 주최한 ‘방사능 피폭 사고, 신속하고 공정하게 판단하라! 고용노동부 결단 촉구’ 기자회견 모습 ©오마이뉴스
노사 간 교섭과 투쟁이 한참이던 지난 5월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방사선 피폭 사고가 발생했다. 언론은 침묵하거나 단신으로 처리했다. 미디어오늘 <‘손가락 7개 절단 위기’삼성전자 방사선 피폭사고 외면하는 언론>(9월 10일 박재령 기자)에 따르면 사고 발생 3개월간 삼성전자 기사 1만 6675건 중 ‘방사선 피폭’ 기사는 47건에 불과했다. 민중의소리는 방사능 피폭 사고를 알리는 노조의 이메일 소식지 발송을 거부한 삼성전자의 단체협약 위반과 노조 탄압 소식을 전했다.
전삼노는 사측의 현장 통제와 언론의 무관심에 대해 “삼성이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하기 위해 방사능 피폭 사고를 ‘질병’이라고 주장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비판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방사능 피폭 사고가 삼성전자의 안전관리 부실로 일어났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한겨레를 제외한 주요 언론은 보도하지 않았다.
「노사가 함께 보는 중대재해처벌법」 공저자인 산업안전지도사 한창현 노무사는 산업현장 중대재해를 줄이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실제 작업을 담당하는 현장 노동자가 위험성 평가에서부터 안전보건체계구축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사고 발생 시 신속한 전파는 동종사고 예방을 위한 기본 조치이며 이를 의도적으로 막는 것은 대표적 사고 은폐 시도라고 말한다.
반도체 시장 초일류 기업 삼성전자 위기의 진앙은 여전히 무노조 경영을 고수하고 있는 구시대적 조직문화가 아닐까? 누가 보더라도 순식간에 엄청난 방사능에 피폭되어 발생한 사고를 질병이라고 은폐하려는 삼성에 맞서 투쟁하는 노동조합은 삼성 위기의 원인이 아니라 변하지 않는 삼성의 위기가 만들어 낸 결과이다.
구시대적 조직문화와 변죽만 울리는 언론
최근 한 커뮤니티에서는 인공지능이 분석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조직문화에 대한 글이 화제가 되었다. 1. 내부갈등과 노사문제 2. 구식의 조직문화 3. 경쟁력 저하 4. 성과중심 평가시스템으로 삼성전자 조직문화를 분석한 인공지능은 “방사능 피폭 사건과 같은 안전문제로 노사 간 신뢰가 크게 무너진 상황에서 직원들 사기저하가 생산성 저하”로 이어진다고 경고했고, 위기 극복을 위한 혁신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직원 상호 간 소통과 협력은 필수적이라고 결론 내렸다.
지난 30년 간 삼성전자는 초미세 공정개발 역량과 무노조 전략을 통한 원가절감으로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독보적인 우위를 점해왔지만 AI 인공지능 시대로의 전환이라는 산업재편과 미중 패권 경쟁 가속화라는 지정학적 이유 등 복합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 누구나 얘기하듯 혁신이 해법일 것이다.
그러나 혁신이 기술에만 국한된다면 결국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될 것이다. 사회혁신이 동반될 때 비로소 인간을 위한 기술혁신이 그 목적을 달성하듯 삼성의 조직문화 혁신이 기술혁신과 동반될 때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삼성을 만들었다는 이건희 회장의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혁신 선언에 무노조 경영, 구시대적 조직문화는 포함되지 않는 것인가. 그런 차원에서 처방이라고 내놓은 “삼성이 쏜 임원 주6일 근무, 비상경영 체제” 운운하는 보수언론의 찬양보도 역시 삼성 위기의 또 다른 진앙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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