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2023)_
파국으로 가는 방송통신위원회, 구조적 한계 드러난 결과다송경재(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상지대 교수)
위원장은 면직, 야당 추천 위원은 임명 보류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30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면직안을 재가했다. ©KBS
방송통신위원회가 결국 파국으로 가고 있다. 5월 30일 윤석열 대통령은 방송통신위원회 TV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한상혁 위원장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 한 위원장은 이에 부당함을 강조하며 6월 1일 서울행정법원에 면직처분 취소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 등 법적 조치를 취했다.
이로써 그동안 설로만 나돌던 윤석열 대통령의 방송통신위원회 장악 이후 MBC·KBS 경영진 교체, YTN 민영화 등이 속도를 낼 것이란 분석이 많다. 언론계에서는 차기 위원장이 내정돼 있다는 소문도 퍼졌다. 특히 그 인사가 이명박 정부 때 언론계를 흔들었던 실세이자 아들의 학교 폭력 문제까지 거론될 정도로 회자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미 차기 방송통신위원회원장을 낙점하고, 면직안을 재가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시작부터 의도가 분명했던 이번 과정을 지켜보면서, 법리적 다툼 여부를 떠나 앞으로 방송통신위원회 조직이 과연 정상화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에 따르면 지금 상황이 아주 민감한 부분과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면직안 재가로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당분간 공석이 될 전망이다. 그러면 방송통신위원회는 3인 체제로 운영돼 파행이 불가피하다다. 방송통신위원회 내 상임위원 구성은 현재 여권 2명(김효재·이상인), 야권(김현) 1명으로 반쪽 신세가 되었다(편집자 주 : 방송통신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해 5명의 상임위원으로 구성된다. 위원장을 포함한 2명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3명은 국회에서 여당 1명·야당 2명을 각각 추천해왔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최민희 전 의원은 3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결격사유에 대한 법적 해석을 둘러싸고 두 달이 넘도록 대통령의 재가가 중단되었다.
2달 동안 인사청문회 2번?
그런데 언론계와 정치권에서는 방송통신위원장 선임이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상혁 위원장이 낸 면직처분 취소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질 경우 과거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때 그랬던 것처럼 복귀할 수 있다. 그러면 방송통신위원회 파국의 정치적 책임은 고스란히 윤 대통령이 부담해야 한다.
더 결정적인 문제도 있다. 현재 7월까지 임기인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결석에 대한 보궐 임명은 전임자의 잔여 임기가 적용되는데, 만약 새로운 위원장을 보궐 임명하면 인사청문회를 두 번 치러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청문회를 준비하는데 최소 15일~20일이 걸리는데, 현재 여야 대치 상황이라면 6월 말 청문회가 열리고 야당의 반대로 청문보고서가 미채택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이내 재송부 결과를 요청하는데, 그 결과가 없으면 대통령의 신임 방송통신위원장 임명은 빨라야 7월 초에야 가능하다. 그런데 보궐 임명이라서 7월 말 임기가 종료된다. 그러면 또 8월 다시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 웃지 못할 촌극이다.
방송통신위원회, 근본 개혁이 필요하다
이번 방송통신위원회 파국은 원인과 과정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그것은 방송통신위원회의 기형적인 모습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우리나라 방송과 통신 정책을 결정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시작부터 독립성과 전문성 문제가 있었다. 대통령을 지명을 포함한 여당과 야당의 추천 관행(정부·여당 3명, 야당 2명)으로 정치구도가 반영되고, ‘대통령 직속 합의제 독립기구’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독립성 보장 여부는 모호한 상황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정치편향 문제는 정권마다 재연되며 비판 대상이 된 지 오래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수많은 난제가 있음에도, 여전히 방송과 통신의 경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더 이상 방송통신위원회가 정치논리에 휘둘려서는 안 될 것이다.
‘방송’과 ‘통신’이 하나로 합쳐진 현재 조직의 전문성도 의문이다. 방송·통신이 융합하던 2000년대까진 가능했겠지만, 모든 미디어가 하나로 융합하고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가 등장하는 지금은 방송·통신만 관장하는 위원회가 맞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과거부터 말이 방송통신위원회이지, 실제 방송이 중심이었고 통신분야 전문가는 거의 임명되지 않았다.
방송통신위원회 조직에 관한 근본적 논의를 시작할 때다. 방송은 공영성과 정치적 중립을 강화하는 방향의 조직이 필요하고, 통신은 미래를 예측하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도전적인 업무를 담당할 조직이 필요하다. 국민들도 방송과 통신이 왜 하나의 위원회에서 논의돼야 하는지 모를 것이다. 이에 대한 학계와 언론계, 시민사회 그리고 정치권 등의 발전된 논의가 필요하다. 더 이상 방송통신위원회가 정치적 논쟁의 자리가 아닌 방송과 통신을 아우르는 공정하고 중립적인 정책조직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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