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2023)_
윤석열 정권 지지의 분수령, 방송통신위원장 면직
김서중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
등록 2023.05.16 11:18
조회 200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당시 집권 여당에 우호적인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가 뉴스·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종합편성채널까지 갖게 됐다. 정권은 KBS, MBC 등 공영방송을 장악해 권력 친화적인 인물들로 경영진을 구성했다. 전통적인 신문, 방송 영역에서 여론을 일방적으로 좌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시절이 그리운 것일까? 문재인 정부를 지나면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KBS, MBC에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감사원이 KBS, 방송통신위원회에 이어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도 감사하기 시작했다. 세평은 KBS, MBC 사장 교체를 겨냥하고 이를 원활히 진행하려 방송통신위원장을 교체하려는 일련의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감사원, 검찰의 무리한 행보

 

‘태산 명동에 서일필’이라고 했던가? KBS 장기 감사는 국민감사청구 항목 전부 위법 사항이 없다는 결론이 났다. 억지로 문제 있다 결론을 내리지 않았으니 공정한 것이었을까? 국민감사청구는 감사 시작으로부터 60일(2개월) 이내에 결론을 내려야 하는 규정이 있음에도 연장에 또 연장을 거듭해 이례적으로 9개월이나 끌었다. 감사원이 받아들였던 감사 항목들은 9개월이라는 기간이 필요할 사안은 아니었다. 감사원이 정말 무능하지 않은 한!

 

방송통신위원회를 대상으로 한 정기 감사 진행도 정말 이례적이다. 2022년 7월 22일 자료 수집으로 25일부터 감사가 시작됐지만 아직도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감사원은 정말 무능할 것일까? 2022년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 조작 의혹이 있다고 검찰에 이첩해서 방송통신위원장 기소까지 끌어냈다. 하지만 검찰의 위원장 구속 영장 청구는 기각됐고, 직접 관련성을 밝힐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무리한 기소다.

 

방송문화진흥회도 국민청구 감사에 들어갔다. MBC 경영 감독 부실 명분이다. 하지만 공공기관(방송문화진흥회)은 직접 법령 위반이나 부패 행위가 없는 한 국민감사청구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도 굳이 감사를 진행하는 것은 MBC 사장의 사퇴 압박과 해임을 시킬 빌미가 될 MBC 자료에 접근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실 이것들만이 아니다. 집권 여당 원내 대표를 비롯한 인물들이 공개적으로 방송통신위원장, KBS, MBC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대통령 비판 기사에 MBC 기자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로 대응했다. 준공영 YTN은 사영화를 통해 친시장적인 언론으로 탈바꿈시키려 한다. 자유라는 미명 아래 친시장·친기업 행보를 보이는 대통령의 국정에 보조를 맞추게 하기 위함인가?

 

근거 없는 면직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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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면직 검토 관련 MBC 보도 갈무리 ©MBC

 

이런 일련의 방송탄압 행보에 결정적인 분수령은 방송통신위원장 면직 조처가 될 것이다. 이미 인사혁신처는 면직 절차를 밟고 있다. 방통위원장에게 청문 절차를 통보했다. 기소가 명분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설치법)’ 및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기소된 공무원은 직위 해제를 해야 하기에 면직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설치법에는 위원의 독립성과 보호 조항이 있을 뿐이다. 국가공무원법에는 재심 청구, 소청 청구 등 구제 절차로 부당한 조치에 대항할 수 있는 일반직 공무원과 관련된 법 조항만 있을 뿐이다. 정무직 공무원에 적용할 법이 아니다. 게다가 위원장 구속영장은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기각됐다. 혐의 다툼의 여지가 있는 사안을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한 것이다. 따라서 기소는 검찰의 일방적 판단일 뿐이다. 무리하게 기소한 이유는 면직 조처의 명분을 만들고자 함이었을 것이다. 면직 조처를 하면 위원장을 새로 임명하여 위원회 내 다수를 확보하고, 공영방송 경영진 교체라는 수순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10년 동안 고통을 겪고, 발전이 지체됐던 암흑 같은 공영방송의 과거가 미래에 반복되리라 우려된다.

 

면직! 정권의 분수령 될 것

 

방송통신위원장의 임기는 7월 말이다. 채 3개월도 남지 않았다. 그런데 왜 이리 무리한 시도를 할까?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의 낮은 지지율로 총선을 치를 수 없고, 그 전에 지지율을 다시 끌어올리려면 언론을 장악하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리라. 방송통신위원장 면직이 분수령일까? 위원장 면직과 공영방송사 경영진 교체라는 일련의 수순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부드러운 내리막길이 아니라 각계각층의 저항을 야기하여 험난한 길이 될 것이다. 방송 장악 사실이 좀 더 명확해지면서 대통령이 입에 달고 사는 ‘자유’가 모두의 ‘자유’가 아닌 대통령과 그 측근의 자유임이 좀 더 명확해지고 지지율도 떨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면직과 장악은 외려 대통령 지지율이 내리막길을 걷는 분수령이 되지 않을까? 방송장악에 나섰던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말로를 봐라. 스스로를 위해서도 당장 멈추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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