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2023)_
진정한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을 위한 언론의 환골탈태
고승우(80년 해직언론인협의회 상임대표, 민주언론시민연합 고문)
등록 2022.10.24 14:23
조회 232

오늘날 한국 언론의 전문성과 윤리는 어느 수준인가? 언론 대부분은 취재원의 입만 바라보거나 보도자료에 의존하면서 속보 경쟁을 벌이는데 열심인 것으로 보인다. 보도내용이 사실일 수는 있지만, 진실인지 여부에 대해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대서특필하는 것이 체질화돼 있다. 사회구조적이거나 심층적인 부조리, 부정부패 등에 대해 탐사보도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21세기 들어 대중매체의 최대 적의 하나는 가짜뉴스, 허위정보다. 가짜뉴스 등은 돈벌이 비즈니스로 자리 잡고 정교한 정보를 생산·유통하는 상황으로 이에 대한 언론의 대처가 시급하다. 가짜뉴스 등은 언론 자유뿐 아니라 민주주의에 심각한 위해를 끼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언론, 팩트체크 우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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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뉴욕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 회의 행사장에서 한 발언을 두고 국민 10명 중 6명은 “바이든”이라고 들린다고 답했다. KBC광주방송과 UPI뉴스가 여론조사전문기관 넥스트위크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9월 26~27일 이틀 동안 9월 4주차 정기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1.2%는 윤 대통령의 발언이 '바이든 대통령을 지칭한 것이 맞다'고 평가했다. Ⓒkbc광주방송

 

정치권에서 물불 가리지 않고 당리당략 차원의 가짜뉴스, 허위정보를 남발하고 있어 서구 언론의 경우 정치권 보도에서는 팩트체크를 우선하는 관행이 굳어져 있다. 정치인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전달하지 않고 반드시 사실관계를 점검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언론의 대처는 너무 느슨하다. 속보 기능을 중시하면서 진실 전달에는 치열하지 않다. 정치가 언론을 홍보, 선전 수단으로 삼고 있는 부분에 대해 한심할 정도로 무신경하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 공정, 상식, 법치를 파괴하는 현상이 속출하거나 민생을 외면한 채 비정상으로 치닫는 정치싸움이 심각하다. 윤 대통령의 ‘바이든, 날리면’ ‘종북 주사파 협치 불가’ 등 발언은 책임정치의 상궤에서 벗어난다. 정치가 국민에 대한 정직한 서비스를 강화하도록 언론이 제4부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

 

저널리즘의 배타적 독자성이 약화되는 시대 상황인데도 한국 대중매체는 대처가 여전히 느슨하다. 이런 상황에서 대중매체는 다른 SNS가 대행할 수 있는 정보 생산에만 매달릴 경우 그 위상을 유지하기 어렵다. 대중매체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정보, 즉 심층보도와 탐사보도 등에 주력해야 한다. 이러기 위해서는 대중매체만이 할 수 있는 진실, 심층보도 저널리즘 영역을 구축해야 한다.

 

표피적 전쟁저널리즘 매몰

 

한국 언론은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급변하는 한반도와 그 주변 상황에 대해 진지하지 않다. 모두 국가보안법과 한미동맹 개념이 허용하는 공간에 갇히거나 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냉전 도래와 한미, 한미일 군사관계는 한국의 군사적 자주권과 평화통일 노력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는 것인데도 언론은 과거 타성을 반복하는 추세다. 최근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가능성, 한미 연합군 또는 한미일 합동군사훈련 등으로 한반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언론은 표피적 전쟁저널리즘에 매몰되는 형국이다.

 

전쟁저널리즘의 함정에 빠지면 언론은 자칫 정부와 군의 군사적 프로파간다 수단으로 전락할 소지가 많다. 오늘날 언론이 어떤 지경인지 자성이 필요하다. 언론은 일부 정치세력이 앞세우는 전쟁 불사론에 대해 어디까지 당리당략인지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전쟁이 실제 발생할 경우, 그리고 그 이후를 깊이 성찰해 보도해야 한다. 동시에 평화통일 노력이 왜 소중한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언론, 표현의 자유에 직접 영향 미치는 국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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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8일 오전 9시 MBC 본사 앞 상암문화광장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는 해고 방송작가의 복직을 환영하고, MBC가 복직협상에 성실히 임할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은 내부 철학 등을 확립해 민주주의를 선도해야 하는데도 그렇지 못한 측면은 아쉽다. 예를 들어 방송사 내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뿌리 깊은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불평등을 제도화한 사법 판단에 의존하고 있다. 유럽연합 노동법이 강조하는 ‘동일직장,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살펴야 한다. 이 원칙은 30개 가까운 EU 회원국이 나라별로 국력, 경제력 차이가 있는데도, 회원국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모든 회원국에서 취업하는데도 노사갈등 등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안전판이 되고 있다.

 

사회적 불평등을 시정하기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이 시급하지만, 이 법 제정을 촉구하는데 언론이 치열하지 않은 것 역시 부끄러운 일이다. 언론은 남북관계 개선, 남북교류협력, 평화통일을 위해 해결해야 할 숙제의 하나인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에도 무관심하다. 국보법은 언론, 표현의 자유에 직접 영향을 미쳐 언론에 심각한 제약을 가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국가보안법 7조 위헌여부를 가리는 판결을 내놓기 전에 언론이 앞장서 그 문제점을 공론화하고 위헌판결을 견인해야 한다.

 

언론의 역할, 자유에는 반드시 사회적 무한책임이 수반되어야 한다. 책임지지 않는 자유는 결국 방종이나 흉기로 전락한다. 기레기로 손가락질 받는 것은 언론이 자초한 면이 있다. 언론이 자사 이기주의나 상업주의에 매몰되어서는 정보화 시대 제 위상을 유지하기 어렵다. 공공, 공익성을 강화해 다른 뉴미디어나 포털, 플랫폼과 차별성을 보여줘야 한다. 환골탈태하는 언론을 보고 싶다. 그래야 진정한 민주주의, 평화통일이 가능할 것이다.

 

*언론포커스는?
<언론포커스>는 언론계 이슈에 대한 현실진단과 언론 정책의 방향성을 모색해보는 글입니다. 언론 관련 이슈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고 토론할 목적으로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기명 칼럼으로, 민언련 공식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