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2023)_
금리, 종부세, 전세시장, 거래량을 보라
집값이 오를지 내릴지 궁금한 당신에게이태경(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올해 시민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 둘을 꼽으면 무엇일까? 하나는 대통령이 누가 될 것인가, 나머지 하나는 집값이 ‘오르느냐 내리느냐’일 것이다. 이미 대구와 세종시 등 근래 가파르게 가격이 폭등한 지역 집값이 급락하고 있는데 더해 수도권 곳곳에서 하락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마포, 잠실 등 서울 요지에도 급매물이 출현하고 있다.
한 마리 제비가 온다고 봄이 오는 것은 아니겠지만, 곳곳의 급매물 출현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시장 내면의 에너지가 고갈된 느낌이 완연한 가운데 집값의 방향성을 큰 틀에서 결정지을 요인도 대체로 집값 하락을 지시하고 있다. 여기서는 금리,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전세시장, 거래량 등 요인으로 올해 집값의 방향성을 전망하고자 한다.
오르는 금리, 다주택자에겐 부담스러운 종부세
아래 ‘한국은행 기준금리 변동추이’ 그래프가 보여주듯 기준금리는 바닥을 찍고 마침내 1.0%에 도달했다. 역사상 최저점이던 0.5%에 비해 배가 올랐다. 코로나 펜데믹 이후 완화적 통화정책을 고수하던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급격한 태도 변화와 가중되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고려하면 기준금리는 적어도 1.75%까지 추세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 유동성 파티의 끝이 가시화 되는 것이다.
△ 한국은행 기준금리 변동추이(2008년 8월~2021년 11월) ⓒ한국은행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자 및 3주택자 등 다주택자들에겐 종부세도 근심이다. 2021년도 주택분 종부세 부과액은 5.7조 원이다. 그런데 41.5만 명에 해당하는 3주택 이상자(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포함)가 2.6조 원을 부담하고 있다. 특히 다주택자 투기 억제를 위한 과세 강화 조치로 3주택 이상자(조정지역 2주택 포함) 과세인원이 전년 대비 78%, 세액은 223%가 각각 폭증했다. 설사 올해 여러 장치를 통해 다주택자 종부세 부담을 전년도 수준에서 동결한다고 할지라도 다주택자들에겐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종부세 증가는 비용 증가로 직결되고, 비용 증가는 기대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진다.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계속 움켜쥐고 있는 게 퍽 부담스러운 처지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하향 안정세 전세시장, 빙하기 접어든 주택거래량
전세시장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전세 매물이 쌓이고 있고, 전세시장은 매수자 우위시장으로 재편됐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2021년 12월 24일 기준 서울 전세 물량은 3만 1,845가구로 1년 전 1만 6,520가구와 비교해 93%가량 폭증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한국부동산원에서 발표하는 전국 공동주택 전세수급지수가 12월 20일, 100 이하로 떨어졌다는 사실이다. 이미 경기도는 11월 29일, 서울은 12월 6일에 100 이하로 떨어졌고 낙폭이 커지고 있다. 전세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100보다 많으면 매도자 우위시장, 100보다 적으면 매수자 우위시장으로 본다.
전세시장이 매수자 우위시장으로 돌아서고 매물이 쌓이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엇보다 기준금리 인상 때문이다. 통상 시세차익을 노리는 매매시장보다 사용가치에 방점을 둔 전세시장이 금리에 훨씬 탄력성이 크다. 여기에 대출관리도 일조하고 있다. 지금 단계에서 전세시장 하향안정세가 지속하고 심화할지는 단정할 수 없다. 서울 아파트 올해 입주예정 물량이 전년보다 40% 격감한 1만 8천 호로 추정되는 데다, 청약대기 수요도 많고 월세전환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한 건 전세시장 하향안정이 매매시장의 동반 하향안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14%에 불과하던 서울 주택시장의 갭투자 비율이 지난해 7월 41.9%로 3배가량 폭증했고, 지난 1년 4개월 동안 서울에서 주택을 구입한 2030 절반 이상이 갭투자를 했다는 사실은 근년 주택가격 상승이 전세를 낀 갭투자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전셋값 하락은 ‘역전세난’을 일으킬 것이고, 역전세난은 매물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매물 대량출회는 가격 하락을 수반한다.
지금이 ‘대세하락’ 시작 아닐까
지금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은 빙하기다. 지난해 2월부터 3천 건대와 4천 건대에 머물던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9월 2,706건을 기록했고 10월도 2,194건에 머물렀다. 심지어 11월 거래량은 1,354건을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서울 아파트 월 매매거래량이 1천 건대로 내려앉은 건, 2018년 9·13조치 이후 거래량이 1천 건대로 내려앉은 2018년 11월부터 2019년 3월까지 5개월 기간 이후 처음이다.
2021년 12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1월 2일 기준 567건에 머물고 있다. 자칫하면 월 매매거래량이 1천 건대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만약 지금과 같은 추세가 상반기 내내 지속한다면 사실상 거래가 멈췄다고 봐야 할 것이다. 통상 대세상승의 끝에서 만나는 거래절벽은 대세하락의 출발인 경우가 많다.
금리, 종부세, 전세시장, 거래량 등의 요인이 지시하고 있는 바는 명확하다. 주택시장이 장장 8년간의 대세상승을 끝내고 하락세로 완연히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혹시 아는가?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 보면 지금이 대세하락의 초입이었을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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