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2023)_
미디어 개혁 ‘긴급 과제’ 두 가지
미디어 개혁 ‘긴급 과제’ 두 가지김평호(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그림 출처: 미디어오늘)
제목에 ‘언론 개혁’이라고 쓰려 했다. 그런데 언론 하면 일단 저널리즘이고, 주로 신문을 지칭하는 듯 들리기 때문에 좁게 보였다. 개혁과제는 저널리즘 영역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해서 ‘미디어 개혁’이라고 넓게 잡았다.
새로운 질서의 구축은 당연히 무수한 과제를 요구한다. 긴급한 것부터 장기적인 것까지 두루 섞여 있다. 한 번에 해소할 수 없다. 이런 배경에서 글에서는 긴급한 순서로 두 가지 미디어 개혁 과제를 말하려 한다. 첫째는 저널리즘 개혁, 둘째는 미디어 공공 영역 강화이다. 이유는 첫째, 저널리즘이 작금의 한국 사회에 가장 큰 패악을 부리기 때문이다. 둘째, 미디어 과잉 상황에서 공공적 미디어 영역이 매우 빠르게 쇠퇴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과제 : 징벌적 배상법제
저널리즘의 패악은 허위·왜곡정보의 문제다. ‘가짜뉴스’로 통칭하는 그 문제가 얼마나 악질적인 것인지는 다시 설명할 필요가 없다. 이와 관련, 7월 2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윤영찬 의원 등 34명의 의원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을, 또 같은 당 정청래 의원 등 11명의 의원은 그보다 앞선 7월 10,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온라인 상에 유통되는 가짜뉴스에 대해, 언론의 악의적 보도에 대해, 최대 3배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규정한 법안이다. 온라인 상에 차고도 넘치는 가짜뉴스, 소위 언론의 이름을 걸고 자행되는 가짜뉴스와 같은 사악한 행태를 징벌하는 조처의 본격적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징벌적 조처가 손해액의 3배에 불과해 법안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측면이 없지 않으나 일단은 긍정적 출발이다.
두 번째 과제 : 공공성의 강화
미디어와 공공성이 왜 떼려야 뗄 수 없는 짝인가에 대해 길게 말할 이유는 없다. 허위왜곡 정보로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언론의 행태를 보면 공공의 이익을 위해 복무하는 미디어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가를 다시금 통감케 된다. 공공의 이익 실현, 그것이 공공성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이를 위해선 먼저 기술과 서비스의 발전으로 난마처럼 얽혀져 버린 미디어 생태계 전반의 질서를 제대로 세우는 일부터 시작돼야 한다. 사실 이 문제는 오래 전부터 많은 논의가 있었고 다양한 정책 방안이 이미 제출되어 있다. 예를 들면, 지난해 말 방송통신위원회가 운영해온 ‘중장기 방송제도 개선 추진반’이 발표한 정책 제안서가 의미 있는 화두가 될 수 있다. 또 지난해부터 활동해온 ‘미디어개혁시민네트워크’가 발표한 ‘시민의 커뮤니케이션 권리 강화를 위한 미디어 정책 보고서’ 역시 주목할 만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유념해야 할 부분
첫 번째 개혁과제인 징벌적 손해배상 법제는 국회에서 입법으로 처리할 수 있는 간단한 문제이다. 이에 대해 복잡한 수사와 논리로 사안을 흩트리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런 것에 귀 기울이지 않아도 된다. 언론이라고도 할 수 없는 언론이 이 나라를 어지럽히고 있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니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찬성 여론이 81%에 달했고, 심지어 보수 성향 사람들도 73%가 찬성 의사를 표한 것 아니겠는가.
▲ 미디어오늘-리서치뷰 정기여론조사 결과(2020년 6월)
그에 비해 두 번째 과제는 비교적 난해하다. 미디어와 관련한 사회적 가치의 문제부터 역할과 기능, 존재에 대한 철학적 논의에 이르기까지 매우 복잡하기 때문이다. 또 설령 가치와 철학에 동의하더라도 이를 실제로 구현하는 방안과 관련해서는 관점에 따라 매우 다른 견해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금의 미디어 환경에 대해 전문가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는 것은 1. 미디어 기업은 이제 콘텐츠 유통 판매 회사가 되었고, 2. 산업의 틀은 대체로 하청구조로 짜여 있으며, 3. 대부분의 이용자는 상품 소비자 수준에 머무르고 있고, 4. 온라인 플랫폼은 국경을 넘나들며, 5. 기술과 서비스의 발전은 상업적 무한경쟁의 미디어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디어 철학과 가치로써의 공익성과 그것을 실현할 장치로써의 공공 미디어 영역이 위축되는 것은 사회적 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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