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2023)_
언론개혁,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김동민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강사)
등록 2020.05.06 16:12
조회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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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 서초동 집회에서부터 검찰개혁과 더불어 언론개혁이 화두에 올랐었다. 검찰의 언론플레이와 관련하여 검찰의 문제는 언론의 문제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총선이 끝나고도 사람들마다 언론개혁을 언급한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하지? 무엇을 어떻게 해야 언론이 개혁되는 거지? 누가 하지? 

 

검찰개혁은 이제 8부 능선을 오른 것 같은데 언론개혁은 그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오리무중이다. 20대 국회에서 비리검찰을 수호하던 검찰출신 국회의원들이 이번 총선에서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고 그 자리에 검찰개혁을 마무리할 선수들이 다수 당선되었다. 그러나 언론개혁을 책임질 선수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게다가 학계나 언론계에 언론개혁에 대한 보편적인 합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언론개혁의 목표를 다양성 확보로 인식하는 경향도 팽배하다. 중구난방에 카오스의 상태이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언론 개혁

 

언론개혁을 위한 전투에 나서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을 통한 많은 수정과 합의가 필요하다. 먼저 언론 · 표현의 자유에 대한 통념의 해체다. 그런 통념의 해체를 위해서는 자연법사상과 자유주의에 대한 망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근대 이후 자연법사상과 자유주의는 부르주아의 권리를 옹호하는 울타리의 역할을 했다. 그 사상은 철학과 과학으로 발전하지 못한 상태에서 여전히 절대적인 천부의 권리로 오용되고 있다. 언론 · 표현의 자유는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절대적인 권리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그렇게 적용되고 있다.

 

총선 전에 경향신문에는 민주당 빼고 찍자는 칼럼이 게재되었다. 민주당이 문제를 삼자 경향신문은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맞받았다. 그 칼럼을 쓴 정치학자도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기세를 올렸다. 대부분의 언론과 학자들도 거들었다. 표현의 자유는 그런 편협한 주장을 보호하는 게 아니다.

 

채널A 기자 사건은 다 아실 터, 검찰이 채널A 보도국에 대한 압수 수색에 나섰다. 채널A 기자들은 언론자유 침해라며 저항했고, 한국기자협회도 “권력을 감시하고 부패한 사회를 고발하는 언론사의 핵심 공간”인 보도국에 대해 “강압적으로 수색을 시도하는 것은 명백한 언론자유 침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해 거들었다. 언론 · 표현의 자유를 절대시하는 유사한 사례는 부지기수로 많다. 그러나 이것은 허구다. 신을 만들어 섬기는 것과 같은 과대망상이다.

 

근대 이후 서양에서 정립된 언론 · 표현의 자유라는 주장은 자연법이라 명명한 부르주아 사상가들의 비과학적인 상상으로 언론 자유를 신성불가침의 절대적 권리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실제로 그 자유는 지배계급에게만 해당하는 특권이었다. 신중하고 분별력 있는 사유에서 나온 보편적 진리는 물론 아니다. 그런 맥락을 거세하고 사대적 태도에서 무분별하게 도입한 언론자유 사상은 우리나라에서 불가침의 성역이 되었다. 신은 죽었고, 성역을 깨야 한다. 

 

언론노조가 ‘자본과 정치권력으로부터 편집권 독립’, ‘신문에 대한 정부의 지원 확대’ 등을 목표로 신문법 개정운동을 한다고 한다. 2009년 미디어법 파동 때 신문법에서 실종된 조항들을 복원하겠다는 것이다.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과 뉴스통신진흥법에 대한 법 개정도 추진한다고 한다. 연합뉴스 노조는 이사회인 뉴스통신진흥회 구성과 관련해 정치권력의 영향력을 축소하고 이사 수를 확대하는 안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글쎄, 이런 것들이 언론개혁에 해당할까?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미디어 생태계는 첨단을 걷고 있는데 이 단체들은 아득한 옛날의 향수에 젖어 있는 모습이다. 지금 편집권 독립이 되어 있지 않아서 기자들이 기레기도 모자라 기더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가? 그런 현실은 그대로 둔 채 정부 지원을 확대해달라는 게 상식에 부합하는가? 연합뉴스는 정치권력의 압력 때문에 뉴스가 그 지경인가? 

 

지상파방송과 조중동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야

 

언론개혁은 우선적으로 조중동과 지상파방송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조중동은 신문시장의 80%를 장악하며 여론을 좌지우지하던 2,000년을 정점으로 해서 내리막길을 질주해왔다. 이때는 조중동이 언론개혁의 주 타깃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냥 하던 대로 내버려두어도 그들 뜻대로 여론을 움직이지 못한다. 다만, 조중동과 종편이 포털을 통해 유포하는 허위왜곡정보에 대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로써 규제해야 한다. 이것은 언론 · 표현의 자유와는 전혀 무관한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규제한다고 하면 또 언론 · 표현의 자유라는 전가의 보도를 휘두르겠지만 개의할 필요 없다. 그것은 허구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원할 대상은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는 신문사가 아니라 넷플릭스 등 OTT의 물량공세와 비대칭 우대를 받고 있는 종편의 파상공세에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상파 공영방송사들이다. 그리고 연합뉴스는 정부의 단호한 결단이 필요하다. 


언론개혁의 목표는 다양성 확보가 아니라 진실보도의 정착이다. 진실보도는 장려하고 지원하되 허위왜곡보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조치해야 한다. 이것이 21세기 언론개혁의 철학과 방향이다. 다양성은 흘러넘친다. 편집권 독립은 법 이전에 내부적으로 쟁취해야 한다.  

 

*언론포커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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