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2023)_
종이신문의 위기와 <조선><동아> 100주년
박용규(상지대학교 미디어영상광고학부 교수)
등록 2020.01.20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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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오마이뉴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9년 ‘언론수용자 조사’에서 신문 가구구독률(‘집에서 종이신문을 정기구독하고 있다’는 비율)이 6.4%로 나타났다. 2018년 통계청 기준 가구 수가 1998만 가구였으니, 6.4%인 128만 가구 정도가 집에서 신문을 구독하고 있는 셈이다. 1996년의 가구구독률 69.3%에서 계속 추락해 10분의 1 이하로 떨어졌다. 같은 조사에서 신문이용률(‘지난 한 주 동안 종이신문을 읽었다’는 비율)도 12.3%로, 1996년의 85.2%에서 급격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속도로 구독률과 이용률이 계속 떨어진다면, 종이신문의 ‘종말’이 머지않은 미래의 일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종말을 염려해야 하는 종이신문

 

종이신문의 구독률과 이용률 급락의 가장 큰 원인은 포털의 뉴스제공과 스마트폰의 등장이다. 많은 사람들이 포털의 공짜뉴스를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보게 되면서 종이신문을 읽으려고 하지 않는다. 같은 조사에서 종이신문을 포함해 다양한 수단으로 종이신문의 기사를 읽은 비율을 의미하는 결합열독률이 88.7%로 나타났다. 그러나 결합열독률이 높다고 해도 온라인 플랫폼에서 광고 수입은 제한적이고 유료화의 전망은 불투명하다. 

 

종이신문이 과거와 같은 위상을 되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아직 종말을 거론하기에 이르다는 반론은 가능하다. 여전히 해설과 논평을 통해 사건의 맥락이나 의미를 전달하는 종이신문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권위와 신뢰가 뒷받침돼야만 이런 역할이 가능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같은 조사에서 ‘영향력 있다고 생각하는 언론사/매체사’와 ‘가장 신뢰하는 언론사/매체사’ 상위 10위 안에 종이신문으로서는 <조선일보>가 각각 7위로 포함돼 있을 뿐이다. 

 

종이신문의 영향력과 신뢰도 하락은 구독률과 이용률 추락의 원인이자 결과이다. 종이신문의 권위와 신뢰가 떨어지며 구독과 이용이 줄어들었고, 구독과 이용이 줄면서 당연히 영향력과 신뢰도가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감소했다. 사람들은 자신이 뉴스를 이용하는 매체가 더 신뢰할 만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종이신문의 권위와 신뢰 하락과 구독과 이용 감소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가운데 <조선일보>는 고연령 보수 성향 독자 덕택으로 그나마 어느 정도의 영향력과 신뢰도를 나타낼 수 있었다.

 

그러나 시사IN이 2019년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가장 불신하는 언론매체를 답해 달라는 질문에서 <조선일보>가 28.5%로 1위를 차지했다. 2018년 25%로 1위를 차지했던 것에 이어 2년째 1위로 나타났다. <조선일보>는 2019년의 같은 조사에서, 가장 신뢰하는 언론매체에 대한 응답에서 5.4%로 5위를 차지해, 종이신문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순위를 나타냈다. 이 같은 결과는 <조선일보>에 대한 독자들의 높은 불신 속에서도 특정 집단의 신뢰가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올해 3월 5일과 4월 1일에 각각 창간 100주년을 맞이한다. 가구 구독률이 6.4%로 나타나 종이신문의 종말을 염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맞이하는 100주년이지만, 두 신문에게 종이신문의 위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찾기 힘들다. ABC협회의 유료부수 인증결과만 보면 전국일간지의 유료부수 감소 추세는 심각하지 않고, 특히 두 신문은 ABC협회의 2019년(2018년도분) 일간신문 유료부수 인증결과 발표에서 1위와 2위를 차지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반성과 성찰의 100주년이 돼야

 

두 신문의 100주년을 앞두고 57개 언론・시민단체는 ‘조선・동아 거짓과 배신의 100년 청산 시민행동’을 꾸리고 1월 15일부터 두 신문의 반성을 촉구하는 시민참여 1인 시위를 시작했다. 두 신문의 반민족적・반민주적 보도의 역사를 비판하며, 부끄러운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이번에도 두 신문이 이런 비판에 귀 기울일 가능성은 전혀 없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두 신문에게는 일정한 부수를 유지시켜 주는 고연령 보수 성향 독자들의 요구 외에는 그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다. 이런 독자들에게 반민족적・반민주적 보도 행태는 큰 문제가 아니다. 극우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에 열광하며 두 신문의 보수적인 보도에 대해서조차 비판하는 독자들을 의식하는 듯한 기사가 실리기도 한다. 정확하고 공정하게 보도해야 한다는 저널리즘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 정파적 이해 앞에 무너지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불신도 높아진다.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종이신문이 가장 불신하는 언론매체 1위로 나타나는 현실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계속 자신들의 정파적이고 현실적인 이해에만 너무 집착한다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종이신문의 권위와 신뢰의 하락을 가속화하고 종이신문의 위기를 심화시켜 결국에는 자신들까지 심각한 난관에 봉착하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다. 종이신문의 종말이 현실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100주년을 맞이하는 두 신문의 반성과 성찰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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