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2023)_

-보수 대통합 저지를 위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언론 비판 필요

친일은 보수정당과 언론의 보수 대통합 전략의 일환
채영길 한국외국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교수
등록 2019.07.22 16:04
조회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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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언론과 언론 자유 진영의 친일적 언론 보도들에 대한 현재의 비판들이 좀 더 정치적으로 명확하고 구체적일 필요가 있다. 논지는 이렇다. 내년 4월에 치러질 21대 총선은 여당도 야당도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정치적 대결이다. 총선 이후 2년이나 남은 문재인 정부의 레임덕을 막고 정치, 경제, 역사의 적폐를 지속해서 청산하기 위하여 여당은 의회 권력을 강화해야 하고 한국당은 대선과 지역선거의 연이은 참패로 유일하게 남은 의회 권력을 수호하고 확장해야 한다. 총선은 이미 모든 정치의 핵이다. 당파적 언론도 예외가 아니다. 

 

조선일보 김대중 주필은 6월18일자 칼럼에서 “2020 총선 시작됐다”라고 전쟁의 본격적인 서막을 알렸다. 그와 동시에 그는 같은 칼럼에서 한국당에게 충고를 하나 건넨다. 정확히 말하자면 한국당을 위한 총선 전략 제시이다. “한국당이 이것을 전화위복 기회로 삼는 반전(反轉)의 길은 있다. 일부에서 거론했듯이 '친박 신당'을 계기로 친박·반박·비박 할 것 없이 현직 거의 전원이 사퇴하고 신인 200여 명으로 총선에 임한다면 이것은 가히 선거 혁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현직의원, 그것도 보수야당 의원의 전원 사퇴는 기대조차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이것을 문자 그대로 이행하라는 주문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전략적 핵심은 담고 있다. 그것은 “친박·반박·비박 할 것 없이”에 있다. 즉, 보수라고 일컫는 진영들의 대통합이다. 현재 보수진영은 국민들에 의해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부정되었고 19대 대선의 참패에서 이를 다시 확인하였으며 2018년 7회 지방선거에서 분열되고 사망 선고를 받았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보수 대통합을 위한 전술적 환경은 그다지 녹록치 않다. 바로 대한민국의 이념적 지형이 평화 체제로 급격히 이동해 갔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40%대에 머물다가도 남북한 간 평화를 위한 협력과 대화가 진전되면 50%를 넘어서는 시대이다. 반공이데올로기와 북한 위협론이라는 도구의 위력이 약해진 것이다. 보수 대통합을 위한 이념적 공백의 자리에 “좌파독재”라는 프레임에 매달리는 한국당과 이를 확성기처럼 받아쓰는 보수언론 ("좌파독재 기필코 막겠다" 한국당, 靑 향해 행진...'태극기 부대' 동참 2019. 4.20 조선일보)의 노력은 공허하기까지 보인다. 

 

국가 위기도 저들에게는 당파적 이익을 위한 기회

 

그런데, 보수 통합을 위한 이념적 대결 구도가 약해지는 이 시기에 일본이 한국에 대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부품 수출 규제 발표를 하였다. 그리고 한국당과 보수 언론은 보수 대통합의 새로운 이념적 ‘수단’으로 이 위기 상황을 득달같이 이용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조선일보를 위시한 보수언론들이 친일언론이라는 여론의 비난에도 불구하고(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러한 비난을 무릅쓰고서라도) 일본보다 우리 정부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실패론과 무능론으로 포문을 열기 시작한 조선일보는 일본의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 규제의 핵심 논리인 일본기업에 대한 개인청구권 부정으로 점차 그 논조를 친일적으로 진화시키고 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청와대와 5당 대표 회담의 합의문에서 소재·부품·장비 산업에 대한 법률적 지원을 넣는 것을 반대하기까지 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여기에 있다. 

 

친미반공에서 친일반공의 전선으로

 

친일이라는 오명을 듣더라도 우리나라의 외교·통상의 위기를 보수정당과 언론들은 보수성향의 중도층을 결집하기 위한 보수통합의 전쟁터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백 년 전 역사에서도 목도했듯이 사회 총체적 단위로서 국가의 이익은 배제되고 당파적 정치적 득실로 그 자리를 대체시킨다. 이 새로운 전선에 당연히 박정희 전 대통령이 소환 된다(조선일보 <만물상/청구권과 사법 농단>(7/5, 임민혁 논설위원). 강제징용자에 대한 청구권 문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메시아적 결정이라는 주문 속에서 해석될 것을 요구하고 친일과 반일의 전선을 근대적 이념의 전선으로 대체시키려고 한다. 또한, 보수언론은 일본과 더불어 ‘북한으로의 전략물자 유출’ 의혹을 제기하여 한 때 강력했던 친미반공의 이념적 연대 전선을 친일반공으로 대체시키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갖게 한다. 최근의 갤럽의 여론조사 추이는 보수 지지층이 2016년 이후 세를 결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왔는데, 일본과의 외교·통상 갈등이 자칫 민족주의를 기반으로 하여 여당 지지층이 결집하여 보수 통합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는 상황은 결단코 피하고자 하려는 정치적 효과도 노리고 있을 것이다.

 

지금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를 중심으로 한 소위 ‘친일’적 보도와 주장들은 이들 언론의 정체성과 관련지어서 비판하는 것이 타당함에도 정체성에 기인하여 그러한 보도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제한적인 설득력을 갖는다. 칼 슈미트의 주장처럼 정치적인 대립은 가장 강도 높고 극단적인 대립이다. 민족주의적 대립은 이념적 체계를 갖춘 대립이라기보다 그러한 정치적 대립에 동원되는 모호한 성격의 신념일 뿐이다. 보수층의 결집과 양적 확대를 위하여 보수언론과 정당은 국가의 위기조차 당파적 기회로 이용한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로 대표되는 보수언론의 친일적 보도 행태에 대한 비판은 이들이 성취하고자 하는 정치적 대립과 대결 구도의 정치적 효과가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이며 명확한 근거에 기초해야 한다. 민족주의적인 감정적 비판은 감정적으로 극적일 수 있고 대중적인 정치적 명분을 쉽게 제공하지만, 실제 총선이라는 정치적 대결에서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지는 분명하지 않다. 기우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새로운 분열의 전선으로 친일이 들어설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 다시 언급하자면 비판언론과 언론 자유 진영의 친일적 언론 보도들에 대한 현재의 비판들이 좀 더 정치적으로 명확하고 구체적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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