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2023)_
지역을 외면하는 포털 공룡 네이버김은규 (민주언론시민연합 미디어위원장, 우석대 교수)
모바일 미디어 시대에 뉴스 유통의 주 경로는 어디일까. 누구나 일상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시피 바로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포털 뉴스 서비스이다. 아침 밥상머리에서 잉크 냄새 맡으며 신문을 읽는다는 것은 이젠 가히 전설적 모습으로 회상되고, TV 방송을 통해 실시간 뉴스를 시청한다는 것도 녹록치가 않다. 누구나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모바일 미디어를 통해 그리고 포털 사이트를 통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세상 소식을 접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일상이다.
뉴스 유통의 관문이 된 포털
이러한 상황은 구체적 수치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한국언론재단이 조사한 ‘2018 언론수용자 의식조사’를 보면, 모바일 미디어를 통한 뉴스 이용률이 80.8% 이며, 해마다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포털에서 뉴스 이용 행태는 ‘포털 메인 화면의 뉴스 제목이나 사진을 보고 뉴슬 클릭해 이용한다’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4점 척도 중 2.18). 이에 반해 ‘포털에서 특정 언론사의 뉴스를 찾아서 이용한다’는 응답 척도는 1.93에 불과하다. 요컨대 현재 우리나라 국민들의 뉴스 이용은 ‘모바일 미디어의 포털에서 보여지는’ 뉴스에 접근하는 형태가 주를 이룬다는 것이다. 능동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뉴스에 접근하기 보다는 포털을 통해 제시되는 뉴스 접근 빈도가 높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지점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뉴스 서비스와 관련 포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진다. 뉴스를 생산하지는 않지만 뉴스 유통 통로로서 대세를 이루고 있는 포털이 어떠한 뉴스를 노출하느냐에 따라 사회적 이슈의 흐름이 형성되고 국민의 관심이 쏠리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해묵은 논쟁인 ‘포털이 언론이냐 아니냐’의 문제는 법적 판단의 여부를 떠나 간단히 정리된다. 앞서 언급한 ‘2018 언론수용자 의식조사’를 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자의 62%가 포털은 언론이라고 인식하고 있으며, 젊은 층일수록 그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높았다.
‘지역’이 없는 네이버 모바일 뉴스 서비스
그런데 대한민국의 대표 포털인 네이버의 모바일 뉴스 서비스가 지역을 외면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드높다. 한국지방신문협회와 대한민국지방신문 협회는 “포털 사이트가 뉴스 독점 채널을 가지면서 지역 언론을 말살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의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또한 전국언론노동조합·전국민주언론시민연합·한국지역언론학회·지방분권전국회의·(사)지역방송협의회가 역시 “네이버 뉴스 배열 정책이 지역성을 말살하고 저널리즘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대책을 요구했다. 지역 언론사뿐만 아니라 학계, 시민단체, 언론노조까지 한 목소리로 네이버 뉴스 서비스가 지역성을 간과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의 개선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재 네이버 모바일 뉴스 서비스에 접근해 보면 지역 언론 콘텐츠를 찾아 볼 수가 없다. 14개 방송통신사와 10개 종합지, 9개 경제지 11개 인터넷 및 IT지 등 44개 매체의 기사만 연결되기 때문이다. 중앙 언론 중심이며, 지역 언론 콘텐츠는 사전 차단막이 작동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검색창을 통해 지역매체를 입력하고 해당 언론사 사이트로 접근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모바일 포털에 노출된 뉴스에 접근하는 것이 우리나라 국민의 뉴스 이용 방식이다. 대다수의 뉴스 이용자가 자기도 모르게 지역 언론 콘텐츠에서 차단되어 있는 구조이다.
‘지역’에 관한 뉴스가 전혀 노출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경우는 소위 중앙 언론사가 지역 소식을 다루는 경우일 뿐이다. 그리고 중앙 언론사가 지역 소식을 언급하는 경우는 지역에서 일어난 큼직한 사건이나 이슈 등에 한정되며, 그 내용은 기본적으로 중앙 중심적인 시각이다. 예컨대, 중앙 언론이 보도하는 ‘정치인 이재명’은 보여지지만, 지역 언론이 바라보는 ‘도지사 이재명’은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기술에 빗댄 철학의 빈곤
무엇이 문제일까. 우선 네이버 뉴스 서비스 시스템을 살펴보자. 네이버는 지난 2017년 2월부터 ‘에어스(AiRS, AI Recommender System) 추천 뉴스’ 영역을 선보이며 뉴스 서비스를 알고리즘 기반으로 자동화 했다. 이에 따라 네이버 뉴스 서비스는 이용자가 ‘구독’한 언론사가 직접 편집하는 영역과 에어스를 통한 추천으로 이루어진 개인화 영역으로 구성된다. 에어스는 이용자가 콘텐츠를 소비하는 패턴을 분석해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이다. 인공지능 알고리즘 시스템은 한마디로 사람들이 많이 본 뉴스, 그리고 선호하는 뉴스를 이용자의 패턴에 맞추어 제공한다는 방식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기술의 효용을 바탕으로 뉴스 소비의 편의성을 제공할 수는 있다. 그러나 뉴스가 그야말로 하나의 상품으로 그리고 이슈 중심으로 소비되면서 다양성과 심층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부작용을 필연적으로 안고 있다.
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철학의 문제이다. 네이버는 홈페이지를 통해 기사배열 원칙으로 △ 다양한 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 △ 균형 잡힌 정보로 중립 유지, △ 사회적 공익 가치 존중, △ 이용자와 쌍방향 소통 구현, △ 개인의 인격권 보호를 제시하고 있다. 모두 필요한 내용들이다. 그러나 다양한 정보, 균형 잡힌 정보, 공익 가치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분명히 드러나지 않으며, 더구나 지역에 대한 고민의 흔적은 전혀 보여지지 않는다. 설사 지역성을 굳이 표방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네이버가 내세운 원칙들에서 지역성이 녹아들어가야 하건만, 실제적 운영에서는 오히려 지역을 외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빈곤한 기업 철학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인공지능 알고리즘 시스템을 바탕으로 하는 네이버의 뉴스 서비스는 효율성과 수익 증대라는 목적을 본질적으로 내재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는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기업 운영의 미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기업이 주력 상품이 무엇이냐에 따라 그 미덕이 달라지기도 한다. 네이버는 2000년대 중반 국내 포털 부분 1위에 오른 후 지금까지 국내 1위 포털 위상을 지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MC미디어의 ‘2018 포털 사이트 이용 행태 조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의 지난해 국내 검색 시장점유율은 71.5%에 달한다. 한국 사회에서 커뮤니케이션 기업 네이버는 대다수 국민들의 정보 유통을 담당하는 굴지의 기업이다. 국민들의 눈과 귀가 네이버에 집중되어 있기에, 이에 따른 사회적 책무를 지녀야 할 기업이 된 것이다. 아무쪼록 작금의 문제제기를 건강한 비판으로 인식하고 기업 스스로 이에 대한 대책과 개선 방안을 내놓을 수 있기를 바라는 바이다, 그렇지 못한다면 사회적 시스템이 나설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