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2023)_

농민의 자율적인 결정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마트팜밸리, 귤이 될까 탱자가 될까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
등록 2018.07.23 18:14
조회 642

 

폭염만큼 뜨거운 ‘스마트팜밸리’

연일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농촌 현장에서는 스마트팜밸리 선정 문제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정부가 혁신성장을 내세워 의욕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스마트팜 혁신밸리’ 선정이 내달 초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이투데이 <농식품부, 스마트팜 혁신밸리 8월 중 후보지 2곳 선정…신품목 위주(7.20)> 참조). 정부는 2020년까지 약 7,200억 원을 투입하여 전국 4곳에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데 경남을 제외한 8개도가 이 사업을 신청했고, 8월 초에 우선 2곳을 먼저 선정할 계획이다. 

 

한편에서는 1개소에 약 1,800억 원이 지원되는 대규모 국고보조 사업을 자기 지역에 유치하기 위한 물밑경쟁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 경남을 제외한 8개 도의 지역 언론에서는 지난 몇 개월 동안 이 사업을 반드시 자기 지역에 유치해야 한다는 논조의 기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포털사이트로 검색해 보면 수백 건에 달하는 관련 기사가 이미 쏟아져 나왔다.

 

다른 한편에서는 노컷뉴스 <전농 충북연맹, 스마트팜 혁신밸리 조성사업 철회 촉구(6.22)>, 한겨레 <강원 농민단체 "스마트팜 혁신밸리 철회하라"(7.12)>, 제이누리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농업판 4대강 사업"(7.19)> 등과 같이 이 사업의 추진을 반대하는 농민들의 외로운 목소리가 폭염을 뚫고 간헐적으로 들린다. 

 

스마트팜을 대규모 단지로 묶어라(?)

스마트팜은 유리온실 등과 같은 기존의 농업생산 시설에 ICT기술을 접목한 융복합 첨단시설 혹은 4차 산업혁명 등의 대표 분야로 지목되어 예전부터 정책적으로 지원해 왔다. 언론에서는 네덜란드, 일본 등의 주요 사례가 자주 소개되었고, 박근혜 정부도 ICT 융복합 대표 사례로 스마트팜을 지원했으며, 스마트팜을 이용한 청년 농부들의 창업 성공사례가 주요 언론에 소개되어 주목받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그동안 전국 곳곳에서 스마트팜이 점차 확산되어 왔는데, 기존 농민들도 스마트팜 자체에 대해서는 반대의 목소리를 그다지 크게 높이지 않았다.

 

그런데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농식품부 및 LG그룹 계열사 LG CNS가 새만금에 약 76.2ha(23만평) 규모의 대규모 스마트팜 단지 조성 계획을 발표하면서 농민들의 격렬한 저항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농민단체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와 야당 정치권 모두 한목소리로 대규모 스마트팜 단지에 반대하였고 결국 몇 달 뒤 LG CNS가 사업계획을 철회하면서 한바탕 해프닝으로 끝난 바 있다.(SBS CNBC <LG CNS, 새만금에 '스마트팜 단지' 조성(2016.7.6.)>, 조선비즈 <새만금 스마트 팜, LG CNS "사업 철회"(2016.9.22.) 참조)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스마트팜’이 논란의 핵심이 아니라 ‘대규모 스마트팜 단지’가 갈등의 핵심이라는 사실이다. 이번에 정부가 ‘스마트팜 혁신밸리’라는 이름으로 추진하는 사업이 뜨거운 논란을 불러온 것도 그것이 ‘대규모 스마트팜 단지‘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새만금 한 곳에 76ha 규모로 대단지를 조성하려던 것이 이번에는 전국 4곳에 각각 20ha(6만평) 규모로 쪼개진 것만 차이가 있다. 최근 경향신문 <스마트팜 혁신밸리, 문재인 정부 농정 대기업 편으로?(7.14)> 기사는 바로 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스마트팜 혁신밸리,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최영찬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의 인터뷰를 담은 한국농정 <“판로도, 자체기술도 없는 스마트팜 확대는 불가능”(7.23)> 기사는 차분한 해법을 주문하고 있어서 눈길을 끈다. 국내에 스마트팜을 도입하는데 선구자 역할을 담당한 최 교수는 “스마트팜을 확대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혁신밸리와 같이 대규모 단지 형태로 조성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한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가 벤치마킹한 네덜란드도 대규모 단지 형태는 단 1곳만 있는데, 바게닝겐 대학이 운영하는 그곳은 농업대학과 연구소 및 관련 기업이 집결하여 연구와 교육 및 실증을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농산물 생산 및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생산시설로서 스마트팜 도입 및 확대 여부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농민이나 농업법인의 자율적인 투자 결정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귤화위지(橘化爲枳)라는 말이 있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뜻이다. 정부가 성급하게 밀어붙이는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자칫 귤이 탱자로 전락하는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전문가의 지적에 우리 사회가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2022년 스마트팜 농림축산식품부 제공.jpg

<2022년 스마트팜 조감도> *출처: 농림축산식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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