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2023)_

KBS 정상화의 결정적 물꼬가 터졌다

‘촛불방송법’, ‘이용마법’이 공론화되어야 한다
박석운(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등록 2017.11.29 14:19
조회 288

지난 24일 감사원은 KBS 이사들의 업무추진비 집행에 대한 특정감사 결과 통보에서 방송통신위가 비리 이사들에 대해 해임건의나 이사연임 제한조치 등을 취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KBS 이사는 금품 관련 비리에 대해서는 공무원으로 의제되는데, 인사혁신처의 ‘국가공무원 복무·징계에 관한 예규’에 의하면 공금횡령(유용)의 경우 “업무상 배임이 300만 원 이상일 경우 징계요구권자는 비위정도 고의·과실 유무와 관계없이” 파면·해임 등 “중징계 의결을 요구”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업무추진비의 사적 유용이 확인된 금액이 큰 차기환 이사(448만여 원)나 강규형 이사(327만여 원)는 일단 이 기준을 넘어서는 것이고 그 외에도 사적 유용이 의심되는 금액이 큰 이인호 이사장(2,821만여 원) 등도 사적 유용이 아니라는 본인의 소명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중징계 대상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35호 언론포커스 01.jpg
△ 지난 11월 8일, 서울 삼청동 감사원 앞에서 KBS이사들의 업무추진비 유용 관련 철저한 감사와 그 결과 발표를 촉구하고 있는 KBS·MBC 정상화시민행동. 감사원은 지난 11월 24일 감사결과를 발표하고 방통위에 해임을 포함한 인사조치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사진 : 전국언론노조)

 

KBS 정상화 첫 단계는 ‘비리 이사 해임’, 신속히 추진하라

 

이제 방송통신위가 좌고우면하지 말고 원칙에 입각하여, 비리 이사에 대해 해임 건의하고 KBS 이사의 임면권을 가진 대통령이 해임하는 절차를 거치면 비리 이사를 해임할 수 있게 된다. 비리 이사 중 1명 이상만 해임되고 그 자리에 개혁적인 이사가 새로 임명되면, KBS 이사회는 개혁적인 이사와 적폐 이사간의 비율이 6:5 또는 7:4의 구도로 역전되게 된다. 그러면 이사회에서 이사장 교체와 사장해임의 절차를 거칠 수 있게 된다. 이어서 새 사장을 선임하고 새 사장이 내부 인사발령을 통해 개혁적인 사람들을 배치하면 KBS 정상화는 일단락되는 것이다.

 

135호 언론포커스 02.jpg
△ 지난 11월 27일, 언론노조 KBS본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방통위의 조속한 KBS이사 해임 절차 진행을 촉구했다. (사진 : 한국기자협회)

 

이러한 여러 단계 중에서 첫 번째 단계인 방송통신위의 비리 이사 해임건의와 대통령의 해임조치가 법적 하자 없이 최대한 신속하게 추진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어차피 한번은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조치하는 것이, 이미 지나치게 길어지고 있는 방송파행을 상대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내년 초의 평창올림픽이나 패럴림픽 중계방송에 차질이 덜 생기기 때문이다. 조금 더 진도가 빠른 MBC에서 오는 12월 7일 새 사장이 임명되고, 이번에 KBS까지 정상화되면 비로소 언론적폐청산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수 있게 된다. 

 

어떤 권력에도 휘둘리지 않도록 ‘방송관계법 개정’이 필요

 

시급하게 공영방송의 적폐 이사들과 적폐 사장들을 교체하는 응급조치가 취해진 다음에는, 방송관계법 개정이 본격적으로 공론화되어야 한다. 어느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공영방송에 개입하고자 하는 욕구가 생기게 마련인데, 이참에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인 공영방송을 재구축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된다. 특히 KBS 새 사장의 임기가 내년 8월 말에 만료된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KBS 정상화 조치에 바로 이어서 권력으로부터 독립되는 방향으로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하는 공론화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 핵심은 공영방송 사장을 국민이 직접적으로 선출하는 ‘촛불방송법’, ‘이용마법’의 도입이라고 생각한다. 지난겨울부터 올봄까지 진행된 촛불광장에서 터져 나온 “언론도 공범이다”, “언론적폐 청산하자”는 국민의 목소리가 지금도 귀에 생생하고, “내가 나를 대표한다”며 피켓을 들고 대의정치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했던 촛불국민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촛불집회에서 MBC로부터 부당해고되어 복막암 투병 중인 이용마 기자가 처음 제안했듯이, 성별·연령별·지역별로 안배되어 무작위 추출된 국민들로 구성된 국민대리인단에 공영방송사장 선출권을 부여하자는 이 제도개선안을 우리는 촛불방송법, 이용마법으로 부른다. 지난 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경험을 바탕으로, 무작위 추출된 100~200인으로 구성된 사장추천위원회가 사장후보 검증과 사장선출을 사실상 확정하고 이사회가 절차상 그 후보를 사장으로 임명제청한 뒤 국회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절차를 거치는 방식을 채택하자는 것이다. 

 

135호 언론포커스 03.jpg
△ 지난 3월 11일, 마지막 박근혜탄핵촛불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용마 MBC 해직기자. 이용마 기자는 여기에서 공영방송과 검찰의 인사권을 국민에게 돌려줄 것을 제안했다. (사진 : 미디어오늘)

 

‘비 정파적 이사회’ 구성과 ‘내적 자율성’ 보장도 제도화해야

 

그 외에도 공영방송의 이사회 구성 시 정당추천이 아닌 비 정파적 이사(공영방송구성원 추천이나 학계추천 등)가 최소한 전체의 1/3 이상이 되도록 제도 개선하여 공영방송 이사회가 마치 “정당 대리인간에 대리정쟁을 벌이는” 듯한 지난 이명박근혜 정권 시절의 폐단을 실질적으로 극복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또한 방송사의 보도·편성책임자에 대한 임명동의제와 노사동수 편성위원회의 법제화 등 방송사의 내적 자율성을 보장하도록 제도화되어야 한다. 이 경우 임명동의제와 편성위원회 실시 규정이 임의적·훈시적 규정으로 치부되지 않도록 벌칙 규정을 두거나 방송사 재허가 재승인 심사항목으로 포함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법적 강제력을 갖도록 제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  

 

이제 얼마 안 있어 MBC와 KBS가 정상화되는 공영방송 정상화 1단계가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공영방송 정상화는 적폐인사 퇴출에 그쳐서는 안 된다. 공영방송의 방송내용이 공공성과 공정성을 갖도록 혁신하는 제2단계 정상화 과제가 바로 앞에 놓여 있다. 총파업투쟁을 끈질기게 진행해 온 언론노동자들의 과감한 혁신실천이 필요하다. 우리 시청자들은 “공영방송이 정상화되니 민주주의가 살아나고 또 내 삶이 달라지더라”는 기대가 현실화되는 것을 하루빨리 실감하고 싶다. 

 

*언론포커스는?
언론포커스는 고정 언론칼럼으로 매주 회원들을 찾아갑니다. 언론계 이슈를 다루면서 현실진단과 더불어 언론 정책의 방향을 제시할 것입니다.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면서도 한국사회의 언론민주화를 위한 민언련 활동에 품을 내주신 분들이 '언론포커스' 필진으로 나섰습니다. 앞으로 고승우(민언련 이사장), 김동민(단국대 외래교수), 김서중(성공회대 교수), 김은규(우석대 교수), 김평호(단국대 교수), 박석운(민언련 공동대표), 박태순(민언련 정책위원), 신태섭(동의대 교수), 안성일(MBC 전 논설위원), 이용성(한서대 교수), 이완기(방문진 이사장), 이정환(미디어오늘 대표), 정연구(한림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정연우(세명대 교수), 최진봉(성공회대 교수)의 글로 여러분과 소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