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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을 터부시하는 언론, ‘공적 책임’ 잊었나

“배고파요”‧“급식대란”…노동문제 대하는 언론 태도 바꿔야
등록 2017.07.05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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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에 필요한 ‘사회적 관심’, 언론보도가 보여준 ‘관심’은?

 

지난 6월 30일 비정규 노동자들이 주도하는 민주노총의 사회적 총파업 집회가 열렸다. 학교 혹은 병원의 비정규 노동자와 건설현장 노동자, 청소 혹은 경비 업무를 하는 노동자, 사회운동단체 및 청년, 알바 노동자들도 대거 참석했다. 저임금 노동과 비정규 노동자들이 겪는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그야말로 ‘사회적’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를 강조한 집회였다. 이전 총파업 행사에서 경찰과 물리적 충돌이 있었던 때와 비교하면 더없이 평화집회로 열렸다고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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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3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비정규 노동자들이 주도하는 민주노총의 사회적 총파업 집회가 열렸다. 노동자 시민 등 5만 명이 모인 이 집회에서 참여자들은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철폐, 노조 할 권리” 등을 요구했다. (사진 : 노동과세계)

 

그런데 몇몇 언론 보도 내용을 보면 꼭 이렇지는 않았다. 하루 앞서 학교 급식 비정규 노동자들의 파업이 시작되었을 때 “급식 대란”, “배고파요”와 같은 표현을 보도 제목으로 쓴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번 파업을 두고 보도 제목에서 ‘급식 중단’, ‘밥 대신 빵’과 같은 표현을 사용할 수는 있겠지만, 하루 혹은 이틀 사이 학부모와 학생들이 불편을 겪는 것을 대비할 수 있게 했던 상황은 둘째로 치고 아이들이 굶는 것도 나 몰라라 하며 파업이 진행되었다는 식으로 보도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급식 노동자들이 총파업 참가를 통해 정규직 전환이나 근속수당 인상 요구를 집단행동으로 표시한 것은 내용상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기를 바라는 목적으로 행사에 참여했다고 볼 수는 없다. 여러 직종의 비정규 노동자들이 이 행사에 함께 참석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문제의 해법은 단순하지 않다. 

 

‘민폐’와 ‘불편’만 강조한 파업 보도

 

총파업은 노동자로서, 노동조합 일원으로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한 것이고 노동문제를 사회적으로 알리기 위한 과정의 하나로 언론은 보도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언론보도가 이를 두고 ‘민폐’와 ‘불편’만을 강조해서 보도하는 것은 파업 자체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강화할 수 있다. 또한, 노동 현실의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 자체를 억압하고 현존하는 사회체제의 문제를 제대로 볼 수 없게 만든다는 점에서 학계와 노동계, 언론계는 지속적으로 이 문제를 집중 거론했었다.

 

일부 보도 중에는 경기도의 급식 중단 비율이 높은 이유를 놓고 “외고와 자사고 폐지를 주장한 이재정 교육감 지역의 경기도는~”이라며 파업참여율과 급식 파행학교 비율을 연관해서 보도한 경우도 있다(민언련 방송보도 비평, https://goo.gl/wJQPBg). 비정규직 노동자 중 급식 종사자의 비율이 높지 않은 일부 지역은 급식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이러한 사정이 구분되기보다는 노동자의 파업으로 불편을 겪는 심각한 정도를 어떻게 보도할 것인가에만 초점이 맞춰졌다는 비난도 가능하다. 이른바 파업 참여자들이 왜 파업에 참여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입장을 밝힐 수 있는 인터뷰라든지, 파업의 의미를 공론화하기 위한 보도내용은 좀처럼 찾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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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 총파업 집회를 하루 앞둔 6월 29일. MBN, MBC, TV조선, 채널A의 메인뉴스에서는 ‘민폐’와 ‘불편’을 강조하는 보도를 냈다. (사진 : 각 방송사의 학교 비정규직노조 파업 보도 제목(6/29) 화면 갈무리)

 

민주노총 총파업을 앞두고 일찍부터 언론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기득권 노조가 촛불 빚을 받으려 한다’는 지적과 표현의 방식은 다르지만 ‘대기업 노조가 기득권을 챙기기 위해 시도하는 이기적 투쟁’이라고 보고 사회 혼란을 유발할 것이라는 보도도 있었다(민언련 신문보도 모니터, https://goo.gl/6v53D8). 

 

미디어는 편견 재생산 도구가 아니다

 

주최 측에 대해 언론의 부정적 평가가 내려진 마당에 관련한 어떤 사안을 보도함에 있어서 대체로 긍정적으로 보도하라고 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까지 총파업이 있을 때마다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물리적 충돌을 반복해서 폭력집회, 도심 교통 대란을 일으켰다며 문제적 상황이라고 보도한 언론인데, 이를 고려하지 말고 보도하라는 것은 비현실적인 조언으로 배제하기 쉽다. 그렇지만 노동문제의 심각성을 환기하는 차원에서 행사참여자들의 다양한 문제 제기에 대한 보도는 충실했는가는 묻고 싶다. 일자리 문제, 중소기업의 문제만큼 저임금 노동의 문제, 노동인권의 문제, 노동환경의 문제를 노동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알릴 수 있는 통로로서 언론의 공적 책임이 작지 않다. 

 

미디어는 현실을 구성하는 힘을 가진다. 미디어가 편견의 재생산에 민감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언론은 파업 행위가 교통대란, 급식대란, 폭력시위로 고정되지 않도록 집단행동의 정당성을 찾고 파업도 정당한 노동자의 권리임을 인정하게 하면서 사회 구성원들이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변화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파업 피해를 강조하고 예상되는 폭력을 두고 엄정대응을 미리 경고하는 태도는 부적절한 보도 태도이다.

 

김수정(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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