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칼럼_

언론개혁 과제 ③

방통위, 인적·제도적으로 환골탈태해야
등록 2017.04.24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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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근혜 정부의 방통위, 방송 장악·통제 도구로 고착

 

2008년 출범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이명박 정부 동안 한 일은 1)낙하산 사장 투입 등 정권의 방송장악에 복무하고 2)방송관련법 개악과 종편도입으로 반민주적 언론지형을 확대·고착시키고, 3)방송광고시장을 약육강식의 약탈적 환경으로 바꿔 방송산업의 기반을 무너뜨리고, 4)대기업 눈치보기와 행정편의주의로 통신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킨 네 가지로 요약된다. 업적은 없다. ‘방송장악, 통신쇠락’ 뿐이다.


2013년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위의 1) 2) 3) 세 가지 적폐를 그대로 계승하고, 인터넷 공론장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더욱 옥죄는 폐단을 추가했다. 4)와 관련해서는 ICT 컨트롤타워를 표방한 신설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에 방송통신 진흥업무를 넘겼다. 방통위는 ‘정권의 반민주적 방송통제 도구’로, ‘사업자 이익에 충실한 통신규제 기구’로 추락했고, 미래부는 ‘미래먹거리 창조’라는 슬로건과 달리 이용자를 대기업과 관료의 봉으로 만드는 ‘반국민·비효율 관료조직’으로 등극했다.

 

방통위 정상화는 제대로 된 민주정부 선출로부터 시작

 

문제는 늘 ‘사람 반, 제도 반’이다. 반민주적이고 반국민적인 작금의 방통위는 사람과 제도 양 측면에서 확실히 쇄신돼야 한다. 이명박근혜 정권은 입으로는 언론자유와 방송독립성을 말하면서 정부여당 몫 방송통신위원들을 통해 방통위를 공영방송 장악의 교두보로 악용해 왔다. 탄핵으로 인해 20일 뒤면 교체돼 사라질 정부 몫의 방통위원을 황교안 권한대행이 알박기 식으로 전격 임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방통위의 쇄신은 며칠 남지 않은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우리 국민이 방송장악의 적폐를 바로 알고 그것을 근절할 정책의지를 지닌 정부를 선출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사람 측면에서 그 마무리는 언론자유와 방송독립성의 철학과 경륜이 있는 인물들이 방통위원으로 임명되고, 방통위의 운영이 그들에게 온전하게 맡겨지는 것이다. 그 과정에는 정권에 의한 방송 장악·탄압에서 방통위가 무슨 일을 했는지 밝히고 응분의 책임을 묻는 일, 그리고 탄핵당한 정권에 의한 ‘인적장악’의 잔재를 해소하는 일도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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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통신위원회의 쇄신은 언론적폐 청산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사진은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사진출처 : 미디어오늘>

 

민주적 정책·규제로 거듭나기 위한 제도적 방안

 

방통위가 제 역할을 온전히 할 수 있기 위해선, 사람 측면의 쇄신만으로는 부족하다.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알권리, 방송의 자유와 독립 및 공적 책무를 제대로 보장할 수 있도록 방통위의 목적·위상·구성·운영·역무 등을 재구축하는 심도 있는 제도개혁이 필수적이다. 그 제도개혁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목적 : 방통위설치법에서 방송위의 목적을 ‘방송의 독립성과 여론다양성 및 통신에 대한 보편적 접근성 등 방송통신의 공적 기능 보장과 커뮤니케이션의 자유 함양’으로 개정한다.


2) 위상 : 방통위의 독립성을 대통령 직속의 독립적인 합의제 행정기구 수준에서, 입법·사법·행정 등 3부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국가인권위원회와 같은 독립 국가기구 수준으로 제고한다.


3) 구성 : 정권과의 유착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위원장을 포함한 2인의 대통령 지명권을 삭제한다. 대통령이 1인, 국회에서 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되었던 정당의 교섭단체가 2인, 그 외 교섭단체가 2인을 추천하고(절차상 대통령이 임명), 위원장과 부위원장은 위원들 간의 호선으로 결정한다.


4) 운영 : 그간 많은 파행을 부른 위원장의 독임제적 요소를 완화·축소하고, 합의제 방식의 운영을 확대한다. 상임위원들의 정책기능을 강화하고, 기관운영에 대한 참여를 확대한다.


5) 역무 : 방송·통신 관련 정책업무와 규제업무는 일관성·실효성 제고를 위해 방통위에 집중한다. 인센티브 제공 등 규제 목적의 진흥업무도 이에 포함되며, 이에 따라 방통위는 기존 ‘방송규제정책’, ‘통신이용자정책’ 외에 미래부 소관의 ‘유료방송정책’과 ‘통신·인터넷정책’, 문체부 소관의 ‘방송광고정책’과 ‘외주정책’을 관장한다. 나머지 산업진흥 정책들은 연관성에 따라 산자부·문체부·과기부 등 독임제 부처들에 분산·재배치된다.
한편, 시장의 공정성과 합리성은 언론 책무의 성패에 큰 영향을 주는 조건이다. 우리나라 방송통신 시장 특히 광고·협찬 시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독과점적인 각축경쟁이 높은 수준으로 벌어져 시장의 공정성이 크게 위협받고 있었다. 그러다 종편 도입 이후, MBN미디어렙 영업일지 사태에서 보듯, 이제는 불공정성이 극에 달한 무법·탈법의 약탈적 시장으로 망가질 대로 망가져 버렸다. 방통위는 방송통신 시장의 공정성과 합리성을 감시·규제·개선하는 역무에 보다 철저히 더 큰 자원배분으로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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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통신위원회 홈페이지

 

유사 검열기구로 전락한 방송통신심의위 정상화

 

끝으로, 이명박근혜 정부에서 권력편향의 정치심의로 논란을 일으키며 유사 검열기구로 전락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정상화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이다. 1)방통심의위원 선임을 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되었던 정당의 교섭단체가 4인, 그 외 교섭단체가 4인, 나머지 1인은 여야가 공동으로 추천토록 개선하고, 2)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정심의를 폐지하고, 행정처분 요구를 심의·의결할 수 있는 심의대상을 아동·청소년 포르노 등 ‘불법음란 정보’와 ‘향정신성의약품유통정보’ 지역·인종·성차별 등 ‘소수자 보호’에 한정하고, 3)사회적 쟁점이 되거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중대 사안에 대해서는 ‘시청자참여심의제도’를 도입해 국민들이 직접 심의과정에 참여하여 행정처분의 필요성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며, 4)방송사가 시청자민원의 1차 창구 역할을 하고 방통심의위는 2차 창구 역할을 하도록 민원체계를 전환하는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신태섭(민주언론시민연합 전 대표·동의대 미디어광고학부 교수)

 

*언론개혁 과제 칼럼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은 4월 12일 ‘2017 민언련이 제안하는 언론개혁 과제’를 발표했습니다. 민언련에서 오랜 기간 고민해온 언론개혁 과제를 바탕으로 변화된 언론환경까지 고려해 방송정상화, 신문․뉴스통신 개혁, 독립미디어 활성화․시민주권 강화 등 크게 세 가지 영역의 과제를 제시했습니다. 이를 좀 더 쉽게 해설한 칼럼을 5회에 걸쳐 게재합니다. 세 번째로 ‘방송통신규제 기구 정상화’에 대한 칼럼을 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