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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를 체크한다(1)

[기고] 조선일보는 팩트 체크도 다르다!
등록 2017.04.17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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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 체크가 유행이다. 
그동안 언론은 선거 때마다 받아쓰기만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치인들의 허위 사실 발언도, 터무니없는 공약 제시도 그대로 받아쓰는 기사를 작성함으로써 유권자의 선택을 호도하고 선거판을 어지럽혔다는 지적이다. 

 

팩트 체크는 이에 대한 언론의 대응책이다. 후보자들의 주장을 그대로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검증하여 거짓인지 참인지를 가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유권자들이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이다. 2014년 JTBC를 시작으로, 선거가 가까워지면서 SBS 등 많은 언론사가 시행하고 있다. 

 

언론의 선거 보도가 비판받은 것은 받아쓰기 보도 때문만은 아니다. 받아쓰기 보도를 통해, 또는 그밖의 방식으로 언론이 선거판을 교묘하게 좌지우지한다는 것이 비판의 궁극적인 이유이다. 그러므로 받아쓰기 보도를 지양하고 팩트 체크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팩트 체크를 공정하고 정확하게 수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팩트 체크를 체크해 보았다. 과연 팩트 체크를 통해 언론이 공정 보도, 공익 보도를 실현하면서 언론의 신뢰성을 회복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특히 선거 때만 되면 늘 편향성으로 시민들의 입질에 오르던 언론사의 팩트 체크가 궁금했다. 조선일보를 살펴보았다. 그 가운데서도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양자 대결 프레임으로 안철수 띄우기 의혹’에 초점을 맞춰 문재인 후보 · 안철수 후보와 관련한 팩트 체크 기사들을 체크해 보았다. 조선일보가 적어도 팩트 체크에서만이라도 ‘안철수 띄우기 의혹’을 해소할 것인가? 

 

조선일보 인터넷판에 따르면 조선일보는 4월 12일까지 다양한 후보들의 사안을 팩트 첵크 하였다. 이 가운데 문 후보에 관한 것이 12건, 안 후보에 관한 건은 7건(중복 3건)이다. 공약 관련 검증 각 1건, 상대에 대한 의혹 제기가 문 후보 3건, 안 후보 1건, 문 후보에 제기된 의혹 검증은 6건, 안 후보에 제기된 의혹 검증 4건, 그밖의 주장 검증으로 문 후보 2건, 안 후보 1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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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 체크의 주제 선정은 공평하다? : 사실 아님

 

팩트 체크의 주제 선정부터 살펴보았다. 두 후보에게 제기된 의혹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공교롭게도 두 후보 가족의 취업 특혜이다. 문 후보는 아들이고, 안 후보는 부인이다. 많은 언론사들이 다루는 주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문 후보 아들은 다루면서 안 후보 부인의 취업 특혜는 다루지 않았다. 경선 과정의 동원 의혹도 같은 꼴이다. 단순히 문 후보의 지지 모임에 우석대생들이 동원됐다는 사실을 굳이 의혹으로 다루며 진실임을 강조했지만, 이보다 훨씬 큰 사안인 국민의당 경선 투표일 안 후보 최측근 의원 진영의 선거인 차떼기 동원 의혹은 검증 대상에서 제외했다. 결국 문 후보에게 불리한 주제는 적극적으로 다루면서 안 후보에게 불리한 주제는 다루지 않아서 형평성을 잃었다. 

 

팩트(사실)만을 체크했다? : 사실 아님

 

팩트 체크는 말 그대로 참-거짓이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사실’의 검증이기 때문에 참-거짓을 명확하게 규명할 수 없는 가치 판단의 사안은 팩트 체크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래서 선택된 주제가 팩트 체크의 대상인지 살펴보았다. 그런데 문 후보에 관한 검증을 보면 〈우상호 원내 대표 “실현 가능하지 않은 양자대결 구도를 보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를 주제로 팩트 체크를 하였다. 결론은 “사실 아님”. 이유는 “가상 대결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이건 팩트 체크가 아니라 밸류(value) 체크이다.

 

팩트 체크는 질문과 답변이 일치한다? : 사실 아님

 

조선일보 팩트 체크는 의문형으로 주제를 제시하고 이를 검증하곤 한다. 그래서 검증의 결과인 결론이 질문에 대한 검증인지 혹은 질문과 다른 엉뚱한 사안을 검증한 것인지 살펴보았다. 타당도(validity) 검증인 셈이다. 〈국민의당 “안이 승리한 양자 대결 여론 조사 의심스럽다고? 2, 3월의 같은 방식 여론 조사에는 왜 침묵했나?”〉 주제만 보면 도대체 이걸 어떻게 팩트 체크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쉽지 않다. 결론은 “사실”. “국민의당의 비판은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이다. 결국 물음은 ‘왜’이고 답변은 ‘그렇다’인 동문서답이다. 


문 후보의 공약에 대한 유일한 검증은 〈문재인 “이동통신사, LTE 투자 끝나...1만1000원 월 기본료 폐지하겠다"〉이다. 결론은 “사실 아님”. 이유는 “통신료 완전 폐지의 근거는 사실과 대체로 맞지 않는다.” 이에 관한 논리 전개의 문제점은 단순화하여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공약의 근거가 맞지 않기 때문에 공약이 사실 아니라고 결론 내리는 팩트 체크이다. 

 

팩트 체크의 초점은 공평하다? : 사실 아님

 

다음으로 팩트 체크의 초점이다. 조선일보는 문 후보의 LTE 관련 공약을 팩트 체크한 날 안 후보의 공약과 관련한 팩트 체크도 함께 했다. 대형 단설 유치원 설립 규제 건이다. 만약 문 후보의 공약 검증과 같은 차원으로 접근한다면 설립 규제의 근거로 제시하는 안 후보의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검증해야 최소한 형평성은 맞을 것이다. 그런데 이 사안과 관련한 팩트 체크의 주제는 〈안철수 “내가 신설 제한하겠다는 것은 ‘병설’이 아니라, ‘대형 단설 유치원’이다”?〉. 결론은 “사실”. 안 후보의 연설 보도에서 언론이 처음에는 단설을 병설로 잘못 들어 오보를 했으나 이는 곧 바로잡혀 전혀 논란의 대상이 아니었다. 이 사안은 과연 대형 단설 유치원 신설 제한이 타당하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여기에 대한 근거 검증 없이 생뚱맞게 병설이 아닌 단설이 사실이라며 팩트 체크를 하였다. 

 

안 후보 부인 취업 특혜 의혹은 외면하고 일찌감치 문 후보 아들의 취업 특혜 의혹 사안을 팩트 체크한 조선은 문 후보 측이 제시한 ‘과거 감사를 통해 의혹이 해소됐다’는 주장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래서 주제가 〈문재인 후보 아들의 ‘특혜 채용’ 의혹…2010년 감사에서 말끔히 해명됐다?〉이다. 결론은 “사실 아님”. SBS, 서울신문, 한국일보 등도 ‘감사로 의혹 해소되었다’는 문 후보 측의 주장을 팩트 체크하였다. 결론은 모두 “사실 반, 거짓 반”. 이유는 2007년 감사 결과는 문 후보 측 주장과 대체로 일치하나, 2010년 감사는 문 후보 측 주장과 무관한 감사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2007년 감사는 외면하고 2010년 감사만 콕 집어서 “사실 아님”으로 결론 내렸다. 

 

한편 안 후보에 제기된 ‘포스코에 큰 손실을 안긴 부실기업을 인수했을 당시 이사회 의장으로 인수를 승인했으므로 포스코 불공정 의혹의 주역’이라는 주장은 〈박범계 의원 “安, 포스코 주가 절반 곤두박질 책임…거수기 사외이사 역할”〉이라는 주제로 팩트 체크를 하였다. 결론은 “판정 보류”, 이유는 “안 후보가 이사회 의장 재직 중에 ‘부실기업’ 성진지오텍 인수가 이뤄진 것은 맞지만, 이를 토대로 “안 후보가 포스코 주가 폭락에 책임 있다. 공정경제를 주장할 자격이 없다”고 바로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만약 ‘거수기 이사장으로 불공정 의혹 책임자’에 초점을 맞췄으면 전혀 다른 결론이 나왔을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팩트 자체를 오독하여 팩트 체크를 하진 않았다? : 사실 아님 

 

언론사라면, 또 기자라면 팩트 자체를 오독하여 팩트를 체크했는지 여부가 검증 대상이 된다면 참으로 불쾌하고 불명예스러울 일이다. 왜냐하면 이건 공정성의 문제 이전에 한글 독해력을 검증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증해 보니 한글 독해도 잘못된 팩트 체크들이 있었다.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가 ‘전두환 표창’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제의 결론은 “사실 아님”. 내용은 문 후보 측에서 가짜 뉴스 사례집이라는 문건을 배포해 ‘SNS에 문 후보가 전두환한테 표창 받았다는 가짜 뉴스가 돌고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해서 검증해 보니 사실이라는 것이다. 기사에 제시된 사례집 내용은 이렇다. “올해 1월 SNS상에서 일부 인사의 트윗글이 문재인 후보가 마치 5·18광주민주화 운동 진압과 관련해 전두환에게 표창장을 받은 것처럼 돼 있어 ······ 가짜 뉴스로 분류한 것입니다.” 즉, 전두환한테 표창장을 받지 않았다는 주장이 아니라 5·18 운동을 진압해 표창장을 받은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 내용을 버젓이 기사에 올리고도 결론은 전두환한테 표창장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며 거짓이라는 것이다. 

 

앞서 살펴본 문 후보의 통신 기본료 폐지 공약 검증에서도 한글 독해를 잘못해서 체크하고 있다. 기사는 먼저 팩트 체크의 대상이 되는 텍스트를 다음과 같이 적시하였다. “(문 후보는) 이 기본료는 통신 투자 비용이지만, ‘LTE 기지국 등 통신망과 관련된 설비 투자는 이미 끝난 상태’라며······” 그리고는 검증에 들어가서 “LTE에서 투자가 끝났다는 말은 사실과 다르다. 통신3사는 LTE가 본격 상용화한 2011~2012년 연간 7조~8조 원을 통신 설비 구축에 투자했다. 또한 설비 구축이 완료된 이후에도 네트워크 유지보수와 운영에 매년 5조~6조 원을 투입하고 있다.” 설비 투자가 끝난 상태라는 문 후보의 주장에서 설비 투자를 모든 투자로 확대 해석하고는 거짓 주장이라는 것이다. 

 

결국 조선일보의 팩트 체크는 비틀어지고 깨어진, 말뿐인 팩트 체크였다. 그리고 이렇게 비틀어지고 저렇게 깨어진 팩트 체크들을 꿰뚫는 일관된 흐름은 명확했다. 문재인 후보를 잡고 안철수 후보를 띄우겠다는 것이다. 

 

뭐 조선일보가 늘 하던 일이기는 하다. 그런데 너무 티가 난다. 방식이 너무 노골적이고 유치하고 싸구려다. 명색 자칭 1등 신문이라면 이것보다는 좀 세련되게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나이 들수록 힘과 지략은 쪼그라드는데 못된 성정은 오히려 심해지는 고약한 늙은이를 보는 듯 해서 안쓰럽기도 하다. 

 

그러나 걱정이 앞선다. 조선일보에 대한 걱정이 아니라 조선일보의 장난질로 엉망진창이 된 문재인 후보가 걱정스럽고, 장난질 치는 조선일보와 같은 부류로 묶여버린 안철수 후보도 걱정스럽다.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언론이다. 언론이 떨어진 신뢰성을 회복하고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에 도움을 주려고 개발한 팩트 체크 기사가 조선일보로 인해 여전히 불신과 조롱의 대상이 된다면 그저 안쓰러워 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언론 개혁이 시대의 과제가 되었는데, 미꾸라지 한 마리가 연못을 흙탕물로 만든다고 조선일보로 인해 언론은 자기 정화, 자기 개혁이 불가능한 집단으로 비춰지는 것은 아닌지 정말 걱정스럽다. 다른 언론사들이 조선일보를 반면교사 삼아 팩트 체크를 통해 신뢰성과 공정성을 회복하기를 바랄 뿐이다. 요즘 독자, 시청자들은 하도 당해서 이젠 언론사 속을 훤히 꿰뚫어 보고 있다.

 

자유언론실천재단 기획편집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