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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때는 틀리고, 노무현 때는 옳다’던 <조선일보>의 장관 해임건의안 보도 (김성원)
등록 2016.09.27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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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일관성 없는 조선일보의 장관 해임건의안 관련 보도 태도 비교


‘박근혜 때는 틀리고, 노무현 때는 옳다’던 

<조선일보>의 장관 해임건의안 보도


김성원(민언련 이사)


지난 24일 새벽 국회에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이 가결됐다. 새누리당이 사상 초유의 ‘필리밥스터’를 펼치는 진풍경 끝에 헌정 사상 6번째로 장관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것이다.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거부하고, 새누리당도 국정감사 등 국회 일정을 모두 보이콧하면서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해임건의안 통과 이후 조중동의 반응이 다르게 나타나 그 배경이 주목된다.


조선,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 야당 맹비난… 임동원·김두관 장관 때와 180도 표변


조선일보는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24일과 26일 연이어 사설을 내고 야당을 맹비난했다. 24일자 사설 <‘김재수 해임안’ 감정·오기·대결 정치 정말 질린다>에서 조선일보는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난 김재수 장관의 각종 도덕성 문제에 대해 “지나친 의혹 제기”, “이런 사람이 얼마나 큰 비리가 있을까 하는 것은 상식적 의문”이라고 김 장관을 적극 감쌌다. 김 장관이 SNS에서 “흙수저라 무시당했다”며 의혹을 보도한 언론 관계자를 상대로 법적 대응까지 거론하는 등 국회의 인사청문 절차를 공개적으로 조롱한 행위에 대해서도 “바로 사과했다”며 두둔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 의결에 대해 “해임 건의의 형식적 요건도 못 갖춘 셈”이라고 맹비난했다.

△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는 정세균 국회의장. 사진출처 : 뉴시스

 26일자 사설 <야 갑질 계속하면 내년 대선이 심판대 될 것>에서는 야당을 향해 아예 저주에 가까운 극언을 퍼부었다. 조선일보는 “이번엔 해임안 자체가 거야(巨野)의 힘을 보여주겠다는 식의 일방 독주”였다며 “해임안이 통과됐으니 당장 물러나라는 데 동의할 국민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고 강변했다. 또 정세균 국회의장에 대해서도 “편파적, 정파적 국회 운영은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야당의 행동대 같다”고 맹비난했다. 사설 말미에서 조선일보는 “야권이 이번과 같은 갑질을 한두 번만 더 하면 내년 대선은 정부가 아니라 야당 심판대가 될 것”이라는 가시 돋친 ‘저주’까지 퍼부었다.


 이러한 조선일보의 논조는 지난 2001년 임동원 통일부 장관, 2003년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이 통과되었을 당시 펼쳤던 입장에서 180도 표변한 것이다. 2001년 9월 3일 임동원 통일부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 당시 조선일보는 임 장관 해임건의안 가결을 공개적으로 부추겼다. 2001년 8월 18일 사설 <임동원 장관의 책임>에서 8월 15일 평양 통일축전 당시 방북한 일부 인사들의 행동을 문제삼아 “‘국가망신’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임 장관의 사퇴를 주장했다. 8월 25일 사설 <임동원 장관 정책수행 능력 잃었다>에서도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며 다시금 임 장관의 사퇴를 강권했다. 8월 29일 사설 <자민련의 행보>에서는 당시 새천년민주당과 공동 여당이었던 자민련 내부의 임동원 장관 해임건의안 찬성 기류를 추켜세우면서 임 장관 해임건의안은 “국가 정체성과 체제의 문제를 배경에 깔고 있다”고까지 강조했다. 그러다가 9월 3일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임동원 통일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가결시키자 4일 사설 <‘DJ 정치’의 갈림길>에서는 “국회의 다수의견을 수용하는 것이 헌법정신을 존중하는 순리(順理)인 셈”이라며 김대중 대통령에게 해임건의안을 수용하라고 주문했다. 


 2003년 9월 3일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이 한총련 시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며 한나라당 주도로 해임건의안이 가결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해임건의안 가결 다음 날인 9월 4일 조선일보는 사설 <여야는 해임안 파문 수습 서둘러야>에서 “김 장관 해임안은 정치적 무리가 있다고 해도 국회법 절차에 따라 하자 없이 통과된 것”이라면서 “이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한 전례가 없으며 이번에도 이 같은 관례는 지켜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조선일보는 또 같은 날 원로 헌법학자 김철수 교수의 <해임 건의에 거부권은 없다>는 칼럼을 게재하면서 “국회의 해임 건의는 건의권이기 보다는 불신임권”, “대통령은 헌법의 정신-권력의 견제·균형의 원칙과 국민대표의 원리-을 존중하여 국회 의결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등 노무현 대통령에게 김 장관 해임건의안 수용을 압박하는 논리를 적극 부각시켰다.


박근혜 인증 ‘부패기득권 세력’ 조선일보, 청와대에 약점 잡혔나?


 이러한 조선일보의 해임건의안에 대한 표변한 태도는 중앙일보, 동아일보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국회의 김 장관 해임건의안 의결을 존중하라고 주문한 것과 완전히 다른 행태이다.

 중앙일보는 사설 <대통령·여야, ‘비상시국’일수록 민심 존중해야>에서 “하지만 해임건의안에 아무리 하자가 많더라도 국회를 통과한 이상 대통령은 존중할 의무가 있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총선 민의를 따르는 것이기도 하다”면서 박 대통령에게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을 수용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의 국회 보이콧을 비판하면서 국감을 비롯한 의사일정에 적극 참여할 것을 주문했다. 


△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사진 출처 : SBS



 동아일보도 사설 <해임안 파문 김재수 장관, 정국경색 막기 위해 사퇴하라>에서 “김재수 장관이 먼저 사임 의사를 밝혀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 줘야 한다. 박 대통령은 이를 수용해야 정국이 풀릴 수 있다”며 박 대통령한테 김 장관 해임건의 의결 수용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의 국회 보이콧 방침에 대해 “새누리당이 국정감사까지 거부하겠다는 것은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국감 출석 등 청와대에 껄끄러운 사안을 피하려는 꼼수”라고 꼬집었다. 


 이렇듯 중앙일보, 동아일보와 비교해도 큰 차이를 보이는 조선일보의 행태는 계열사 종편 TV조선이 우병우 비리 의혹, 최순실과 미르재단, K재단 의혹에 대해 보도했다가 대우조선 사장연임 로비 의혹으로 송희영 전 주필을 ‘읍참마속’할 수밖에 없게 되는 등 박근혜 정권에게 단단히 약점을 잡혀 반격을 당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무성하게 하고 있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시절의 해임건의안 통과와 박근혜 정부에서의 해임건의안 통과에 대한 조선일보의 이중잣대는 소위 ‘부패기득권 세력’으로부터 일관성 있는 정론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라는 점을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다. 이렇듯 조선일보의 불공정하고 편파적인 논조야말로 먼저 국민들의 심판대에 오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