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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잘못된 전제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는가(김은규)
등록 2016.01.1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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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포커스>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과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기준의 문제

포털, 잘못된 전제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는가

 

김은규(우석대 교수, 웹진 기획위원장)

 

 

인터넷신문의 등록을 제한하는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해 11월 3일 국무회의를 통과하고 19일부터 전격 시행됐다. 개정 내용의 핵심은 ‘취재 및 편집인력 3명 이상’의 등록요건을 ‘5명 이상’으로 강화하는 것이다. 상시고용 인력의 확대를 통해 인터넷신문의 사회적 책임성과 사이비언론 행위를 방지한다는 것이 명분이었다. 하지만 이는 언론자유를 침해함과 아울러 실효성 역시 문제가 되는 안이었다(e-시민과언론 언론포커스 ‘인터넷신문 등록기준 강화의 쟁점과 본질(2015.9.24.) 참조). 부작용과 폐단이 많기에 인터넷언론사를 비롯한 각계의 반대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렇다한 논의와 합의도 없이 ‘시행령 개정’이라는 간단한 행정 절차를 통해 개정안을 밀어붙였다. 가히 승자독식, 불통의 시대가 무엇인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안 중의 하나이다.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기존 인터넷신문에 소급 적용되기에 1년 후  대다수 인터넷신문은 언론은 언론이되 법적으로 언론이 아닌 ‘법외 언론’이 된다. 상근인원의 편법 등록, 매체유형 변경 등을 통한 ‘편법 언론’ 역시 예상된다.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
우리 언론의 상황을 짚어볼 때 사이비언론과 기사 어뷰징의 문제는 어떻게든 개선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은 한국 저널리즘의 문제를 치유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사이비 언론이 양산되는 본질적 문제는 빗겨가면서 매체 규모로 이를 판단하고자 하는 잘못된 전제에서 발현된 것이기 때문이다. 5인 이하의 군소 인터넷신문이 사이비언론 행위와 어뷰징을 주도적으로 행함으로써 한국 저널리즘을 망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작은 규모의 미디어 운영이 얼마든지 가능한 시대이다.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권리에 대한 국민의 의식 수준과 관심이 높아지면서 공동체의 소통과 비판적 감시를 추구하는 작은 언론들이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 이는 우리사회의 흐름이기도 하다. 실제 소규모 인력으로도 지역사회 및 사회 공동체의 소통에 이바지하면서, 진실 추구 및 비판과 감시라는 건강한 저널리즘 기능을 수행하는 작은 규모의 인터넷언론을 주변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그러기에 국민의 자유로운 언론활동, 표현의 자유, 커뮤니케이션권 증진이라는 차원에서 오히려 이러한 작은 언론들이 활성화되도록 법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상황이다. 결국, 군소 인터넷신문의 퇴출을 강제하는 신문법 개정안은 오히려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며, 방송 장악에 이어 인터넷 공간마저 통제하겠다는 현 정부와 보수집단의 횡포이자 국민의 자유로운 언론활동에 대한 억압이다.   

 

포털에서도 사라지는 소규모 인터넷언론

 


여파는 당장 포털의 뉴스 제휴 규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 7일, 포털뉴스의 진입과 퇴출을 결정한다는 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그 기준을 발표했다. 위원회가 발표한 규정에 따르면 △신문사업자, 정기간행물사업자, 방송사업자, 인터넷신문사업자, 뉴스통신사업자,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로 등록 또는 인·허가 받은 지 1년이 지난 매체 △일정 수준의 기사 생산량과 자체 기사 생산 비율을 유지할 수 있는 매체 △전송 안전성 등 기술성을 확보한 매체 등이 제휴 대상이 된다. 


이 기준은 어뷰징을 방지하고 포털에 게시된 기사의 옥석을 가려낸다고 하는 것이겠지만, 소규모 인터넷신문을 포털에서 퇴출하겠다는 내용을 반영하고 있다. ‘등록 또는 인·허가 받은지 1년이 지난 매체’로 제시한 규정은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을 수용해 5인 이하의 소규모 인터넷신문은 포털에서도 퇴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1사 다매체’ 제휴가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대형언론에게는 유리한 면을 제공한다.


결국 법적으로 언론의 지위를 잃게 되는 소규모 인터넷신문은 앞으로 포털에서도 퇴출되게 된다. 소규모 매체는 사이비매체라는 잘못된 전제가 포털에서도 적용됨으로서 유통망이 약한 군소 매체들이 대형 언론과의 경쟁할 수 있었던 기반마저 박탈되게 된다. 포털은 인터넷과 스마트폰 시대에 뉴스 유통의 주도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하나의 인터넷 사업자이지 뉴스를 평가하고 이의 유통을 심의 통제하는 기관이 아니다. 물론 포털을 통해 어뷰징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이를 방지하고자 하는 고민이기는 하겠지만, 잘못된 전제를 그대로 수용하여 소규모 인력으로도 양질의 기사를 만들어 내고 건강한 저널리즘을 수행하는 작은 언론마저 퇴출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옥석 구분을 위한 기준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대로라면 포털은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보수 정권의 들러리가 완전히 전락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