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2023)_
스마트폰 등장 이후 미디어 시대, 이제는 '플랫폼'이다(김동민)
등록 2016.01.07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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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플랫폼 미디어가 세상을 바꾼다

스마트폰 등장 이후 미디어 시대, 이제는 '플랫폼'이다

 

   

 

김동민(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외래교수)

 

 

 

SBS가 매년 개최하는 서울디지털포럼의 2008년 2월 대회 주제가 ‘미디어 빅뱅, 세상을 바꾼다’였다. 이때만 해도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이었다. 아이폰은 2007년 미국에서 처음 출시되었고, 한국에는 2009년 상륙했다. 2008년의 서울디지털포럼은 진짜 미디어 빅뱅이 임박했을 때의 풍경을 보여준다.


LG전자의 이희국 사장은 당시 모바일 서브 PC를 필요로 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사용에 불편하지 않으면서도 주머니 안으로 들어갈 만한 작은 크기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업계는 노력하고 있다.”라고 했다. 그 후 5년도 안 된 사이에 주머니 안의 컴퓨터로 인해 세상은 엄청 변했다. 스마트폰이 세상을 바꾸나 했더니, 이제는 또 플랫폼이다.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등이 저널리즘의 지형을 뒤흔들고 있음은 물론이다.

 

지구촌은 상대성이론이 증명하는 과학이다

마셜 맥루언(Marshall McLuhan, 1911-1980)이라는 미디어 연구자가 있었다. 그는 <미디어의 이해(Understanding Media)>란 책에서 ‘지구촌’, ‘미디어는 메시지다’, ‘전자시대’ 등의 획기적인 화두를 던졌다. 1964년에 출간된 책이지만 오늘날의 미디어 환경에서 더욱 더 빛을 발한다. 언론학자들은 ‘지구촌’을 은유적 표현으로 생각했고, ‘미디어가 메시지’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으며, ‘전자시대’는 기술결정론 비슷한 것으로 인식했다. 그러나 ‘지구촌’은 은유가 아니라 과학이며, ‘미디어가 메시지’라는 주장은 역사적 경험적으로 증명되었다.


먼저 ‘지구촌’이라는 개념을 보자. ‘전자시대’에 전기의 속도에 의해 공간과 시간의 제약이 소멸됨으로써 지구가 하나의 촌락이 되었다는 주장이다. 이것은 은유가 아니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기반으로 한 과학적인 통찰이다.


특수상대성이론은 시간과 공간이 절대적으로 분리된 3차원의 세계를 부정하면서, 시간이 공간 속으로 들어와 시공간이 휘는 4차원의 세계를 증명해주었다.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가고 공간은 축소된다. 우리는 감각적으로나 상식적으로나 3차원의 세계에 익숙하기 때문에 상대성이론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경험할 수 있는 감각의 세계가 전부는 아니며, 실재의 세계는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법이다.


따라서 전기의 속도에 의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소멸되었다는 것은 일리가 있다. 맥스웰 방정식에 의해 증명된 대로 전자기파가 곧 빛이므로, 이론적으로 빛의 속도만큼 빠르면 시간은 정지된다. 단, 전기의 속도는 빛의 속도만큼 빠르지만 우리가 반응하는 것은 훨씬 느리기 때문에 감지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러나 인터넷은 신문이나 방송처럼 시간을 지체시키는 과정을 대폭 줄여놓았기 때문에 조금은 더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지구촌은 은유가 아니라 과학적으로 증명된 물리적 실체인 것이다.


다음으로 미디어가 메시지라는 통찰을 살펴보자.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세상을 바꾸는 게 미디어인가, 메시지인가? 오랫동안 우리는 주로 메시지에 주목해왔다. 그래서 매스컴 이론은 거의 모두가 메시지 중심의 효과이론이었다.


그러나 1980년 이후 세상을 바꾸어온 것은 메시지가 아니라 퍼스널 컴퓨터, 인터넷, 디지털 미디어, 스마트폰, 플랫폼 등 미디어다. 맥루언의 주장이 이론으로 대접받지 못한 원인이 경험적으로 증명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그렇게 말할 사람이 아마 없을 것이다. 조선일보가 그 동안 메시지를 왜곡하며 세상을 지배해왔지만 새로운 미디어에 흡수되어 곧 사라질 것이다. 이 맥락에서 매체결정론 차원의 전자시대 논의가 전개된다.


맥루언은 “전기적 미디어가 모든 사람들이 참여하는 상호작용의 총체적인 장을 즉시 그리고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다고 했다. 방송은 인쇄신문에 비해 참여의 기회가 확대되긴 했지만 진짜 ‘모든 사람들이 참여하는 상호작용의 총체적인 장’은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비로소 실현되었다. 그리고 플랫폼의 등장으로 지구촌을 보다 더 실감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시민정치참여 플랫폼 ‘시민의 날개’도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많은 플랫폼들 중에 문성근씨가 출범시킨 ‘시민의 날개’를 주목해본다. 시민들이 이 플랫폼에 참여하여 활동함으로써 정치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자는 것이다. 맥루언은 미디어 안에 미디어가 있고 궁극적으로는 모든 사람이 미디어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정확하게 지금의 상황을 예견한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탈당자들이 생기면서 당명이 더불어민주당으로 변경되었고 신당의 출현이 예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추측과 선동과 우려가 난무하다. ‘시민의 날개’가 블랙홀처럼 위력을 발휘하여, 온갖 억측들을 빨아들이고 아젠다를 주도하게 된다면 선거의 판도를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맥루언의 관점이라면 결정론적으로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