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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여론까지 통제하겠다는 보수진영의 대기획(김은규)
등록 2015.09.24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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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신문 등록기준 강화’의 쟁점과 본질

인터넷 여론까지 통제하겠다는 보수진영의 대기획

 

김은규 (우석대 교수, 웹진 기획위원장)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지난 8월 21일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핵심내용은 인터넷신문 등록 요건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신문법 시행령에 의하면 인터넷신문 등록 요건은 ‘취재 인력 2명을 포함하여 취재 및 편집인력 3명을 상시적으로 고용할 것’이다. 이를 ‘취재 인력 3명을 포함하여 취재 및 편집 인력 5명을 상시적으로 고용할 것’으로 개정하여 인터넷신문의 등록 요건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1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이를 소급적용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이비언론 행위와 어뷰징 방지라는 명분
이를 위해 문체부는 두 가지 이유를 내세웠다. 첫째는 인터넷신문의 독자적 기사생산 요건인 취재 및 편집관련 상시고용인력 강화를 통해 기사내용의 정확성 제고 및 언론매체로서의 사회적 책임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둘째는 인터넷신문의 폭발적 증가로 과도한 경쟁과 유사언론 행위 등이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군소 인터넷신문이 뉴스콘텐츠 생산・유통보다 수익창출을 위한 클릭 경쟁에 집중하면서 기사 어뷰징(abusing) 등의 폐해가 발생하고 있기에 이를 방지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문체부의 논리는 ‘언론매체의 사회적 책임 강화’와 ‘유사언론 행위 및 어뷰징 방지’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수사적으로만 이해하자면 이는 물론 필요한 일이다. 협박과 공갈 등이 매개된 사이비언론 행위가 공공연히 이루어지고 있고, 클릭 경쟁을 위한 어뷰징으로 인터넷 공간에 쓰레기 같은 기사들이 넘쳐나는 것이 우리 저널리즘의 현실이다. 그러기에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유사언론 행위 및 어뷰징 방지에 대한 대책은 당연히 필요하다. 이는 정부 당국뿐만 아니라 언론계, 시민사회, 그리고 일반 국민들까지 적극 나서야 할 일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 인터넷신문의 등록 요건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잘못된 전제 속에서 그 책임을 군소 인터넷신문에 전가하는 잘못된 처방이다. 실효성도 없을 뿐만 아니라 언론자유를 침해하고 시민의 자유로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군소 매체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왜곡된 전제 
먼저 짚어보자. 문체부가 내세우는 명분인 유사언론 행위와 어뷰징 기사의 양산을 누가 주도적으로 시행하고 있는가. 지난 7월 한국광고주협회가 내놓은 유사언론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종합일간지, 경제지, 방송사, 인터넷 매체 등 매체 규모에 상관없이 다수의 매체들이 유사언론 행위자로 지목되어 있다. 또한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대형 주류 언론이 광고주의 이해에 따라 프로그램과 기사를 거래했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어뷰징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오히려 주류 언론사의 인터넷신문이 보다 대담하게 어뷰징을 시행하고 있다. ‘어뷰징 기사쓰기 매뉴얼’까지 만들어 놓고 있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 저널리즘이 혼탁해진 것은 매체의 규모가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군소 인터넷신문=사이비언론, 유사언론’이라는 왜곡된 전제 속에서 그 책임을 ‘군소 인터넷신문’ 탓으로 돌리고 있다. 매체 규모가 영세하기에 운영을 위해 어뷰징을 남발하고 ‘샹타주’(chantage; 협박, 공갈이 매개된 언론행위)를 한다고 몰아세우고 있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우리 주변에는 소규모 인력으로도 훌륭하게 저널리즘의 기능을 수행하는 인터넷신문들이 많이 있다. 이들은 주류 언론들이 외면하는 노동, 인권, 소수자, 공동체 문제 등에 관심을 가지며 건강한 저널리즘을 추구하고 있다. 형태도 다양하다. 소수의 실무자가 책임감과 헌신으로 지역공동체 및 가치 공동체를 위해 노력하는 인터넷신문이 있기도 하고, 협동조합신문, 시민저널리즘 같이 소수의 실무자와 공동체 일원이 협력하는 인터넷신문들도 있다. 등록요건 강화는 결국 잘못된 전제 속에서 작은 언론을 통한 시민들의 자유로운 언론활동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실효성 없고 시대에 역행, 언론자유 침해라는 근본적 문제까지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언론자유에 대한 문제이다. 신문법의 입법 취지는 자유로운 언론활동의 보장에 있다. 그런데 등록기준 강화를 통한 매체 설립 진입장벽의 강화는 언론자유, 언론매체 설립의 자유를 침해한다. 더구나 이는 시대적 추세에도 맞지 않다.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미디어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인터넷, 모바일 미디어의 진화와 대중화 속에서 1인 미디어까지 등장하고 있으며 시민 참여형 저널리즘의 확대되고 있는 시대이다. 작은 규모의 언론들이 등장하면서 사회적 소통을 강화하고 있으며, 언론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그러기에 오히려 매체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등록기준 강화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언론자유라는 근본적 문제까지 위협하는 편협한 언론관을 내재하고 있다.


실효성도 문제이다. 상시 인원 5명으로 등록 요건이 강화되면 현재 운영 중인 인터넷신문의 85%가 퇴출된다고 한다. 이들은 법적으로 인터넷신문의 지위를 상실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인터넷과 모바일 시대에 그 기능과 역할마저 퇴출된다고 보는 것은 그야말로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이다. 정치적 의도가 농후한 판결에 의해 ‘법외 노조’가 탄생하였듯이 ‘법외 인터넷 신문’이라는 새로운 이름의 매체를 탄생시킬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인터넷신문이 아닐 것인가? 아버지를 아버지라 못하는, 인터넷 시대의 새로운 홍길동이 탄생할 뿐이다. 이 지점에서 핵심은 정부당국과 주류 언론이 만들어 놓은 공식적 정보 접근 과정에서 이들이 배제될 것이라는 점이다. 결국, 등록 요건 강화는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운운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공공 정보에 대해 접근권을 자신들의 기준에 따라 규제하겠다는 발상으로 언론자유에 대한 심각한 역행인 것이다.

 

방송장악에 이어 인터넷까지 통제하겠다는 일련의 기획들
한걸음 더 나아가 짚어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최근 인터넷 공간의 문제를 이슈화하고 이를 공략하는 정부여당의 행보를 보면, 인터넷 여론까지 통제하겠다는 거대 기획이 진행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지난 7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사이버 명예훼손 심의규정 개정안을 내놓았다. 명예훼손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 의해 또는 방송통신심위위원회가 직접 심의에 착수해 명예훼손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고 게시물을 차단, 삭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높으신 분이나 가지신 분’들을 언짢게 하는 못마땅한 게시물들은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의 요청으로도 심의하고 삭제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지난 9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정부여당의 포털 다잡기도 그렇다. 새누리당 싱크탱크가 발주한 관제 보고서를 바탕으로 여당 대표가 포문을 열고 보수언론이 뒷받침하는 가운데 국정감사를 통해 연일 포털 때리기가 진행되고 있다. 보수진영의 정치적 이해와 보수언론의 시장적 이해가 팀워크를 이뤄 포털 손보기를 하고 있음이다. 여기에 한편으로 등록요건을 강화해 인터넷신문을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각각의 각론을 합치면 결국 인터넷 공간의 여론마저 통제하겠다는 보수진영의 거대 기획이 드러난다.


방송은 이미 장악되어 있는 상태이다.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통해 그리고 2008년 미디어법 개악을 바탕으로 탄생한 종편들을 통해 방송을 통제하고 있는 보수진영이다. 하지만 자유로운 소통 공간인 인터넷은 어찌 할 수 없었던 것이 그들의 안타까움이었다. 그러기에 인터넷 여론마저 통제하고 싶은 것이 보수정권과 보수 언론의 바람이었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권력과 행정력을 동원해 이를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 최근 보이는 일련의 움직임이다. 방송장악에 이어 인터넷 여론까지 통제하겠다는 기획이 실행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