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2023)_
1심 유죄 판결난 ‘허위사실’을 공영방송에서 다시 유포한 셈(김언경)
<시시비비> MBC 서울시장 아들 병역비리 의혹 관련 보도 해부
1심 유죄 판결난 ‘허위사실’을 공영방송에서 다시 유포한 셈
김언경(민언련 사무처장)
지난 1일, MBC 저녁종합뉴스인 뉴스데스크에서 <박원순 시장 아들 병역 의혹 수사>(21번째, 김태윤 기자)라는 제목으로 박 시장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을 보도했다. 방송이 공직자의 비리나 도덕성 문제를 지적하고 비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뿐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할 책무이다. 다만, 공직자의 문제를 지적하는 보도에는 합리적인 문제제기와 최소한의 균형이 갖춰져 있어야 하며, 일방적으로 개인을 마녀사냥 하는 태도는 없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MBC 보도는 박 시장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대로 전달하기보다는 정치적 의도를 갖고 박 시장을 공격하려는 편파성이 짙은 보도였다.
이 보도를 한번 해부해보자. 앵커는 이렇게 시작했다.
대부분의 앵커멘트는 그 보도의 주제를 요약하고 있다. 이 앵커멘트에서 보듯이 이 보도에서 전해주는 '사실'은 박 시장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을 제기한 의사들이 재판중인데 이어, 시민단체의 고발로 박 시장 관련 수사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만 해도 무난하다. 저녁종합뉴스에서 언급할만한 아이템이며 뉴스가치가 있는 내용이다.
박 시장 아들의 무혐의에 대해서는 얼버무려
리포트에 들어가 보자. 기자는 먼저 박 시장 아들의 공군 입대, 입대 이후 자생한방병원 MRI영상, 2012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공개적으로 찍은 MRI 사진까지 언급했다. 여기까지는 큰 무리가 없었다. 그러나 기자는 이어 이렇게 말한다.
이 기자멘트에는 두 가지 생략된 말이 있다. 우선 세브란스 병원이 동일인의 것이라고 밝혔다고만 언급하고 있지만, 세브란스병원 공개 검증 이후, 병무청은 보충역 판정 당시 MRI가 박주신 씨 것임을 확인했다. 병원이 밝힌 것과 병무청이 밝힌 것은 시청자에게 그 뉘앙스가 다름에도 기자는 이를 정확히 언급해주지 않고 있다. 두 번째로 기자는 세브란스 병원의 공개검증과 전문의들이 계속 의혹을 제기하는 사이에 일어난 법적 판단을 언급하지 않았다. 세브란스 공개 검증 이후, 검찰은 2013년 5월 박 시장 아들에 대한 병역법 위반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기자는 이런 검찰 처분을 언급하지도 않은 채 “논란을 끝나는 듯했”는데 “계속 의혹을 제기했”다고 얼버무렸다. 의도성이 있든 없든 이는 주요한 사안을 누락하여 결과적으로 왜곡보도가 된 셈이다.
허위사실을 '꼼꼼하게' 유포한 MBC
그러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다음부터이다. 보도는 기자멘트와 더불어 양승오 박사의 녹취를 두 번이나 인용하면서 허위사실인 병역 비리 의혹을 '꼼꼼하게' 보도했다.
MBC가 양 박사 등의 박 시장 아들 병역비리 의혹 주장을 다루려면, 최소한 현재까지 검찰과 법원의 판단을 뒤집을 만한 새로운 의혹제기가 있었어야 한다. 그러나 보도에 언급된 내용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허위사실로 법적 판단이 내려진 주장들을 새삼 꼼꼼하게 정리한 것일 뿐이다. 검찰은 작년 11월, 보도와 같은 의혹을 제기한 사람들을 ‘허위사실 공표에 의한 공직선거법 위반죄’로 기소했고,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또한 이 중 1인은 올해 7월 울산지방법원에서 ‘허위사실공표에 의한 공직선거법위반죄’로 유죄 판단을 받았다. MBC는 이런 내용 또한 전혀 담지 않은 채 의혹만을 나열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보도는 법정에서 허위사실로 유죄를 받은 내용(1심이기는 하지만)을 MBC라는 공영방송을 통해 재유포한 것이다.
고의가 아니라고 이해하기엔 너무 악의적인 표현들
마지막으로 MBC 보도는 박 시장이 선관위에 고발했다가 취하했으나, 오히려 의사들이 법정에서 판단을 받겠다고 주장해 재판이 8개월째 진행 중인 것처럼 표현했다.
이 기자멘트만 보면 허위사실 유포자들은 확신에 차서 박 시장의 고소 취하마저 고사하고 끝까지 진실을 규명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들은 법정에서 판단을 받겠다고 자발적으로 나선 것이 아니다. 선관위가 이들의 죄질을 판단해 검찰에 고발했고, 이에 따라 검찰이 공직선거법 위반죄로 기소하여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또한 기자의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라는 표현도 명백히 사실과 다르다. 서울시장 법률대리인은 보도자료에서 밝힌 것 처럼, 세브란스 공개 검증 이후 “법원, 검찰, 병무청 등 국가기관이 판결, 처분 등의 공적 행위를 통해 ‘병역 의혹’이 사실무근임을 확인한 것만 해도 이번이 6번째”이기 때문이다.(서울시장 법률대리인 보도자료 표 참조) 따라서 이 또한 명백한 왜곡 보도이다.
1) 병무청 13.2.6 보충역(공익근무) 판정 당시 MRI가 박주신 씨 것임을 CT, 신분인식카드발급시스템으로 확인 2) 검찰 13.5.28 박원순 시장 아들에 대한 병역법위반 무혐의 처분
3) 법원 14.4.21 병역비리 의혹제기자들에 대한 ‘허위사실유포금지가처분 결정’ 4) 검찰 14.11.26 병역비리 의혹제기자들에 대한 ‘허위사실공표에 의한 공직선거법위반죄’ 기소 단행 5) 법원 15.7.17 ‘허위사실공표에 의한 공직선거법위반죄’ 유죄판결(울산지방법원 1심 판결) 6) 법원 15.9.3. 서울시청 앞 1인 시위자에 대한 ‘허위사실유포금지가처분 결정’ - <서울시장 법률대리인 보도자료> 중
이제 MBC 보도는 법원과 수사기관에서 보도의 편파성과 왜곡에 대해 다투게 되었다. 서울시가 2일 이 보도를 들어 MBC를 형사 고발 및 민사소송을 제기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에 앞서 민언련은 이번 MBC 보도에 대해서 “박원순 시장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의식해 그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고 싶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음해공작이지 정상적인 보도라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에 민언련은 이 보도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의 공정성, 객관성, 명예훼손 금지 조항을 위반했다고 보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이 방송에 대한 심의를 요청했다. 방심위의 엄정한 심의를 기대해봐야겠지만, 독자 스스로 MBC 보도가 공정성과 객관성을 유지했고, 타인의 명예를 훼손했는지 한번 점검해 봐도 좋을 것 같다.
제 9조(공정성) ② 방송은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을 다룰 때에는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하여야 하고 관련 당사자의 의견을 균형 있게 반영하여야 한다. 제 14조(객관성) 방송은 사실을 정확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다루어야 하며,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인 것으로 방송하여 시청자를 혼동케 하여서는 아니된다. 제 20조(명예훼손 금지) ① 방송은 타인(자연인과 법인, 기타 단체를 포함한다)의 명예를 훼손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되어 있다. -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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