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2023)_
조중동 ‘그리스 경제위기’ 보도의 거짓말(김성원)
[시시비비] 호메로스도 기가 찰 조중동의 ‘복지천국 그리스’ 신화
조중동 ‘그리스 경제위기’ 보도의 거짓말
김성원 (민언련 이사)
최근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그리스 경제위기에 대한 조중동의 보도가 참으로 점입가경이다. 조중동은 사설과 보도를 통해 그리스가 오로지 공무원 숫자와 보수 규모가 터무니없이 비대하고 방만한 복지 지출을 감행하다 경제위기를 초래했던 것인 양 몰아갔다.
GDP 50% 이상이 공무원 월급으로 지출? 실제로는 12% 수준
조중동의 기사 중 가장 압권은 ‘GDP의 50% 이상이 공무원 월급으로 지출된다’는 보도이다. 중앙일보는 2일자 사설 <정부·국민이 자초한 그리스 국가부도>에서, 동아일보는 같은 날 사설 <‘철밥통 공무원’ 개혁 못해 국가부도 맞은 그리스의 비극>에서 모두 그런 주장을 폈다. 이러한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2일자 사설 내용은 조선일보가 이미 2013년 <그리스 공무원 철밥통 깨져…올해 2만5000명 감원>(2013.1.4.)에서 “현재 그리스 노동인구 4명 중 1명(85만명)은 공무원이다. 그리스 정부는 이들에게 주는 월급으로 국내총생산(GDP)의 53%를 사용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하지만 OECD의 ≪한 눈으로 본 정부(Government at a glance) 2015≫에 따르면 그리스의 GDP 대비 공무원 보수 비중은 2007년 10.87%, 2008년 11.43%, 2009년 12.92%, 2010년 12.33%, 2011년 12.49%, 2012년 12.44%, 2013년 11.99%, 2014년 12.01%로 조중동이 제시한 수치보다 GDP 대비 비중이 1/4-1/5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이러한 그리스의 GDP 대비 공무원 보수 비중은 다른 유럽 국가들과 비교해 볼 때 터무니없이 높은 수준도 아니다. OECD의 같은 자료에 따르면 그리스의 GDP 대비 공무원 보수 비중은 독일의 7.34%(2007년)~8.05%(2009년)보다는 높지만, 프랑스의 12.36%(2007, 2008년)~13.1%(2009년), 스웨덴의 12.09%(2011년)~12.8%(2009년)보다는 낮거나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리스 공무원 규모, 과연 비대한가?
또한 조중동은 그리스의 공무원 숫자가 노동가능 인구에 비해 지나치게 많아, 터무니없이 비대한 관료 조직을 운영한 것이라 비판해 왔다. 조선일보는 <그리스 좌파 "국민이 원하면 다 줘라(아버지 총리 파판드레우)">(2011.11.4)에서 “인구 1100만인 그리스의 공무원은 85만명에 달한다. 인구로 4배가 넘는 한국의 공무원 수와 엇비슷하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또 그리스의 공무원이 “노동가능 인구 4명 중 1명”(<그리스 공무원 철밥통 깨져…올해 2만5000명 감원>,2013.1.4.)이라고 보도했고, 동아일보도 사설 <‘철밥통 공무원’ 개혁 못해 국가부도 맞은 그리스의 비극>(2015.7.2.)에서 “5명 중 1명이 공무원”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러한 조중동의 비판 역시 국제기구 통계를 살펴보면 일반적인 유럽 국가의 공공 부문 고용 실태를 무시한 사실 호도에 다름 아니다. OECD의 2010년도 판 ≪인적 자원 개발 : 나라별 프로필(Human Resources Development : Country Profiles)≫에 따르면 그리스의 총 노동인구 대비 일반 정부 부문 공무원 고용비율은 7.9%였다. 이는 OECD 최고 수준인 노르웨이(30.5%)는 말할 것도 없고 OECD 평균치(15.1%)의 절반 수준밖에 안 된다. 그리스 전문 영문 웹진 greekreporter.com에 게재된 기사 <The Number of Public Workers in Greece Declines, says Census>(2012.4.10.)에 보도된 것처럼 2010년 OECD에 보고된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를 포괄한 그리스 공무원 76만 8544명을 기준으로 계산해도 17.6%에 불과하다.
또한 OECD의 ≪한 눈으로 본 정부 2015≫에 따르면 그리스의 총 취업자수 대비 공공부문 고용인원 비중은 2009년 22.18%(OECD 평균 21.09%), 2013년 22.62%(OECD 평균 21.28%)였고, 총 노동인구 대비 공공부문 고용인원 비중은 2009년 19.95%(OECD 평균 19.37%), 2013년 17.54%(OECD 평균 19.32%)였다. 이러한 그리스의 공공부문 고용 비중은 OECD 평균은 물론 다른 유럽 국가들의 해당 수치와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리스 사회 복지 지출의 진실은?
그리스가 방만한 사회 복지 지출을 통해 경제가 망했다는 조중동의 주장 역시 통계지표를 놓고 보면 사실이 아니다. 시사인 409호(2015.7.18.자)에 실린 이종태 기자의 <복지 탓이라고? 아니거든요>에 따르면 유럽연합통계국에서 집계한 2007년도 ‘GDP 대비 사회보장 급여 비율’이 그리스 24.8%, 프랑스 30.9%, 독일 27.7%, 핀란드 25.4%, 유로존 평균은 26.8%로 나타났다. 그리스의 사회 복지 지출이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높기는커녕 평균보다 낮은 수준에 불과했던 것이다.
또한 그리스의 GDP 대비 연금 지출 비중 역시 유럽연합통계국에 따르면 2007년 12.3%, 2008년 12.7%, 2009년 13.5%, 2010년 13.9%, 2011년 14.9%, 2012년 17.5% -2002~2012년 수치는 잠정치-로 GDP의 급격한 감소에 따라 연금 지출 절대액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GDP 대비 비중이 높아진 2011, 2012년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12~14% 수준을 보였다. 같은 기간 유로존 18개국의 GDP 대비 연금 지출 비중 평균값은 2007년 12.2%, 2008년 12.4%, 2009년 13.5%, 2010년 13.5%, 2011년 13.5%, 2012년 13.8%를 기록했다.(2008년 이후는 잠정치)
조중동, 그리스 경제위기 관련 사실 보도만이라도 제대로 하라
조중동이 지적하는 것처럼 그리스 공무원 집단이나 복지 체계라고 해서 완전 무결점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고 비판할 부분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비판 역시 사실에 근거해서 수행되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조중동의 그리스 경제 위기 보도 행태는 호메로스도 기가 찰 21세기 판 ‘복지천국 그리스’ 신화 만들기에 다름 아니다. 조중동은 제발 그리스 경제 위기와 관련해서 사실 보도부터 제대로 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