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2023)_
종편에 대한 방송정책 대수술 필요(고승우)
<언론포커스> 솜방망이 종편 재승인 이행심사 결과를 보며
종편에 대한 방송정책 대수술 필요
고승우(민언련 이사장)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6월 초 종편4사의 ‘2014년도 이행실적 점검결과’를 공개했다. 결과는 ‘오보, 막말, 편파방송이 전년에 비해 크게 증가하고 보도 프로그램 과다편성 문제는 여전하며, 콘텐츠 투자계획과 재방비율 등은 완화된 조건에도 불구하고 준수되지 못했다’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4개사 종편은 모두 합격 판정을 받았다.
심사 결과 막말 편파 방송이 많은 종편일수록 보도 편성비율이 높은 것으로도 나타났는데도 이를 강제로 고칠 수단이 없다는 점도 지적되었다. 종편은 무정부 상태와 같은 공간에서 활개치고 있는 셈이다. 재승인 심사가 엉터리라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종편 재승인 심사 결과에 대한 기초적인 자료조차 없이 의결이 강행됐고 야당 추천 방통위원들은 의결에 반대해 퇴장했었다.
방통위가 기준에 미달된 종편에게 방송 재승인을 불허하지 않고 승인해주는 거수기 역할을 반복하자 보다 실효성 있는 방송 재승인을 위해 임시허가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실행될지는 의문이다.
종편 허용, 그 자체가 수구보수세력의 장기집권을 위한 노림수
이명박 정권이 날치기 불법 통과된 ‘미디어 악법’으로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을 출현시킨 것은, 노태우 정권이 종이신문을 종래의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꿔 다수의 신생 신문을 등장케 한 정치적 노림수와 유사하다. 노태우는 87년 6월 항쟁으로 분출한 민주화 열기가 신생 신문 창간으로 이어지자, 제한적인 광고시장에서의 과당 경쟁으로 신생 언론이 왜소화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종이신문을 대거 등장토록 조치했다. 이명박 정권은 지상파 TV가 노조의 공정방송 실천 운동이 제도화된 것을 보고, 족벌언론과 대자본이 주축이 된 종편을 다수 허용해 수구적 정보를 쏟아내게 했다. 종편의 등장은 수구‧보수세력이 장기 집권을 획책한다는 음모적 발상의 발로임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노태우와 이명박이 정치 공작적 발상으로 언론정책을 강행한 방식은, 박정희가 종이신문 등장을 억제시키고 전두환이 보도지침을 통한 언론 통제 방식을 택한 것과 차이가 있다. 군사독재 정권이 몽둥이로 지배하는 통치를 앞세우지만 민주주의라는 틀 속에서의 통치는 간교한 공작정치로 이뤄지는 것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종편은 자본주의적 민주주의에서 가장 경계하는 언론과 대자본의 야합이 실현된,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미디어다. 종편은 지난 2009년 미디어법이 국회를 날치기 통과된 뒤 2년 후 신문사와 대기업이 그 지분을 30%까지, IPTV는 49%까지 소유할 수 있게 허용돼 등장한 매체다.
거대자본은 ‘사회적 파수견’으로 지칭되는 언론의 감시, 비판 대상이어야 한다. 자본주의적 민주주의 체제에서 자본은 통제 불능의 가장 거대한 권력이 되어 있다. 서구에서 자본의 횡포에 대해 ‘기업의 전체주의적 쿠데타가 진행 중’이라는 평가를 내놓을 정도다. 하지만 대자본은 한국에서 종편을 통해 한 패거리가 되었다. 이명박 정권이 종편에 대자본의 참가를 가능케 한 폐해는 21세기 한국적 자본주의의 모순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정권의 적극적 비호를 받고 있는 대자본은 생명보다 돈 벌이를 더 중시하면서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가 발생하는 근원의 하나가 되고 있다.
방송장악 않겠다던 박근혜 정권의 종편 비호 꼼수도 만만치 않아
이명박 정권에 이은 박근혜 정권은 종편을 키우기 위해 지상파를 죽이는 방식을 병행하는 공작 정치적 언론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정치권력은 MBC가 끝 모를 추락을 하도록 직간접적인 원인을 제공하고, KBS의 수신료 인상을 통해 종편이 차지할 광고시장의 파이를 크게 만들려 획책하고 있다. 종편에 담겨 있는 비민주적, 반역사적인 역할을 강화하려는 음모적 발상은 종편에 대한 각종 특혜 제공과 함께 재승인 과정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재승인에 필수적인 여러 검증 항목에 대한 심사는 솜방망이에 불과하다. 종편이 쏟아내는 막말·편파 방송과 같은 심각한 반사회적 정보나 과도한 보도프로그램 편성 문제와 같은 고질적인 종편의 폐해를 시정할 적극적인 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종편은 사회적 공기로서 부적절하다는 자료와 증거가 속출하지만 방송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특혜를 누리고 있다. 종편이 그 등장이후 치러진 각종 선거에서 보수, 수구세력의 승리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평가가 정설로 굳어지면서 수구세력의 비호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종편이 방송사로 계속 가동될 수 있느냐를 심사하는 재승인은 요식행위로 치러지고 있을 뿐이다. 종편 출범 4년이 지난 지금 종편의 현주소는 이명박 정권이 제시한 설립목표와는 거리가 너무 멀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종편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을 통한 새로운 정책을 새롭게 수립해야 한다. 그리고 종편의 ‘정상화’를 위해 방통위가 MBN 등 일부 종편의 불법 광고·협찬 의혹에 대해 명쾌한 조사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