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2023)_
느려도 너무 느린 조사, 회피로밖에 안보여(박석운)
등록 2015.06.29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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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종편X파일’, 방통위와 언론의 직무유기에 대하여

느려도 너무 느린 조사, 회피로밖에 안보여


박석운 공동대표

방송통신위원회의 직무유기가 도를 넘고 있다. 오죽 하면 언론운동단체들이 “방송통신위원회인가 종편비호위원회인가”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설까?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어 독립언론인 <선데이저널>(www.sundayjournalusa.com)에서 지난 3월초 연이은 기사를 통해, 종편방송 MBN의 불법 광고영업 실태가 폭로되었다. MBN 업무1팀이 구글 스프레드시트로 업무일지를 공유하다 몽땅 유출되어 그 내용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그래서 “종편광고 X파일“로 불리고 있다. 

 

 

                

 


종편X파일이 보도되자 전국언론노조는 지난 3월10일 그 진상 파악을 요청하는 공문을 방송통신위에 접수하였다. 이어 민언련은 업무일지대로 그 사안이 실제 방송되었는지를 모니터한 < MBN 미디어렙 영업일지 관련 보고서>를 발표하고 3월 31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MBN 불법 광고영업에 대한 실태조사 및 조치를 촉구’하는 민원을 방통위에 접수하였다. 또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최민희 의원은 공공기관의 홍보비 관련 자료를 분석하여 종편인 TV조선과 채널A의 불법광고영업 실태를 폭로하였다. 그 뒤 언론운동단체들이 방통위와 MBN, TV조선, 채널A 등 해당 언론사 앞에서 불법광고영업을 규탄하는 릴레이 기자회견을 열면서, 철저한 진상조사와 처벌, 그리고 재발방지책 마련을 요구하였지만, MBN, TV조선,  채널A 등 종편방송사들은 아직 반성이나 사과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은 불론 그 어떤 해명조차 못하고 있다. 그냥 모른 체하고 있으면서 대충 넘어가기만을 기대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소관 국가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도 대략 조사가 끝났다는 소문만 들릴 뿐, 거의 4달이 되도록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종편 방송사들의 이러한 “돈으로 방송을 사고파는” 불법광고영업 상황이 사실이라면, 이는  방송법과 미디어렙법을 위반한 위법행위이고 실정법상 처벌받아야 되는 “범죄”행위에 해당된다. 이토록 분명하게 일종의 “자백문서”가 있고, 또 공공기관이나 기업에게 비용 지출한 근거가 있으며, 또 종편방송사에서 실제 방송한 내용과 매출수입 잡은 근거가 있다면, 단순히 그것들 간의 상관관계를 비교조사만 해보면 어렵지 않게 사실여부가 확인될 수 있다. 그런데 왜 이토록 미적대고 있는가?


방통위원들, 직을 걸고 진상규명에 나서야

그 일차적 책임은 방송통신위에 있다. 막장·저질방송과 편파방송을 일삼고 있어서 “사회적 흉기”로 지탄받는 종편방송사들에게, 스스로의 잘못된 행태를 고백하거나 사과하며 재발방지책을 모색해 나갈 정도의 “기본적 양식”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토록 엄청난 사안에 대해, 방통위가 조사를 대출 끝내고 “솜방망이” 처벌로 마무리할 것이라는 풍문도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대충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또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만일 방통위가 종편방송사들의 이런 정도의 위법행위조차 두루뭉수리 눈감고 넘어간다면, 방통위의 존립근거를 스스로 허무는 것임은 물론이고, 방송통신위원 자신이 직무유기의 책임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 방통위원들이 그 직을 걸고서라도 진상규명과 그에 합당한 처벌과 재발방지책 마련에 앞장설 것을 촉구한다.   

아울러 이번의 종편광고X파일 등을 통해 확인된 구조적 문제점, 즉, 종편 방송사가 자회사 등의 방법으로 '자사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을 만들 수 있도록 되어 있는 현행 미디어렙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에 자사 미디어렙의 폐해가 드러난 이상, 한시바삐 법 개정을 통해 자사 렙을 금지하고 대신 복수의 공공 미디어렙으로 재편하여야 한다. 광고주와 방송사가 직접 광고거래를 못하게 제도화하는 것만이 바로 이번과 같은 광고주와 방송사 간의 편법, 탈법적인 검은 뒷거래를 예방하는 제도적 대안, 즉 재발방지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보도 회피하는 언론사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편, 이번에 각 언론사들이 종편광고X파일을 적극적으로 보도하지 않고 있는 한국의 언론현실의 민낯을 확인하면서 참담함과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권력에 의한 언론장악과 함께 자본에 의해 언론이 휘둘리는 또 다른 언론왜곡의 이 현실을 혁파하지 않고는, 우리나라의 실질적 민주주의 실현은 요원할 뿐이라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된다.  

민주언론을 위한 우리의 갈 길이 아직 멀다는 또 한 번의 자각과 함께, 특히 종편방송에 대한 체계적이고 일상적인 시민감시 활동이 보다 더 적극적으로 실행되어야 한다.   

밤이 깊을수록 새벽이 가까워진다고 하였다. 지금 우리의 권력과 자본에 의해 만신창이가 되어 있는 우리의 언론현실이 엄중할수록, 독립언론에 대한 국민적 갈증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