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2023)_
새정치민주연합이 가야할 방향(이완기)
<언론포커스>기울어진 운동장, 저널리즘의 길은 있는가
새정치민주연합이 가야할 방향
이완기(민언련 상임대표)
집권당이 아무리 실정과 악행을 저질러도 야당이 선거에서 이길 수 없는 정치체제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 정치체제가 아니다. 우리의 현실이 그렇다. 2012년 4.11총선은 임기 말 이명박 정권의 失政을 심판하는 선거였지만 여당은 과반수 의석을 확보했고 야당은 패배했다. 이어진 12월 대선정국에서 선거가 끝나면 이명박은 ‘구속 아니면 망명’의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원성이 높았지만, 야당은 졌고 이명박은 살아남았다. 2014년 박근혜 정권은 세월호 참사, 인사 참사 등의 악재를 넘고 6‧4 지방선거에서 승리했고, 그해 7‧30 재보궐 선거에서 15개 의석 중 11개 의석을 석권하며 압승했다. 2015년 정윤회와 문고리 3인방의 국정농단으로 박 대통령의 위상은 끝없이 추락했고 고 성완종 회장의 폭로로 박 정권은 불법 선거자금의 범죄 집단이라는 비난이 거셌지만 4.30 재보궐 선거에서 여당은 보란 듯이 이겼다.
편향된 언론환경에선 야당 백전필패
야당이 선거마다 패배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95:5로 기울어진 언론지형에 있음은 부정하기 어렵다. 선거는 국민의 마음을 얻어 표로 연결시키는 일인데, 당의 노선과 정책방향을 객관적으로 전달해야 할 언론이 선거정국에서 특정 정당과 한 통속이 되어 정보왜곡을 일삼는다면 국민의 올바른 판단에 따른 선거결과를 얻기는 불가능하다. 그러기에 야당이 선거패배의 원인을 언론에 전가하는 것은 일견 이해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야당에 유리한 이슈는 최소화하고 불리한 이슈는 키워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편향된 언론환경이 지속되는 한 야당이 선거에서 이길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길면 자르고 짧으면 늘리는 프로크루스테스처럼 언론은 여론을 자신들의 입맛대로 요리한다.
그러나 기울어진 언론지형을 한탄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럴수록 야당은 오히려 더 비상한 각오와 노력으로 현 상황을 타개해야 하지만 야당의 내부 정서는 ‘비상’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광우병, 4대강, 관권부정선거, 세월호 참사, 인사 참사, 국정농단, 메르스 사태 등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때마다 야당은 국민을 배신한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권에 책임을 지우지 못하는 ‘뒷심 부재’의 행태를 반복해 왔다. 특히 주요 이슈 때마다 간교한 편향을 일삼았던 족벌언론에 대해 야당은 한 번도 맞서 싸우려는 투지를 보여준 적이 없다.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 종편 대응 등에서 무기력함 보인 야당
△ 2009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미디어법을 날치기로 처리하고 있다
2009년 7월의 미디어법 날치기는 언론의 판짜기를 가르는 분기점이었고, 이 싸움에서 진 야당은 족벌언론에 포획되어 끌려 다니는 노예의 신세가 되었다. 2009년 미디어법 처리 과정에서 이 나라 국회는 일사부재의 원칙 위반, 무권투표, 대리투표 등 스스로 국회의 존립을 부정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야만을 저질렀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야당이 청구한 권한쟁의심판 소송에서 법안 처리과정의 불법은 인정하면서도 미디어법의 효력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했다. 문제는 그 다음에 보여준 야당의 태도다. 2차례에 걸친 헌재의 판결과 함께 야당의 투쟁도 끝나버린 것이다. 야만적 행위에 대한 야당의 투쟁 포기는 민주주의를 포기한 것이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언론은 권력 획득을 위한 중추적 도구이고 미디어법은 그 언론의 지형을 형성하는 기반임을 고려할 때 미디어법이 정치지형에 미치는 지속적이고도 본질적인 영향은 절대적이다. 따라서 야당은 법을 앞세운 정치 판결에 굴복할 것이 아니라 전 의원의 직을 걸고 다수의 횡포에 저항했어야 한다. 그러나 뒷심 없는 야당은 개개인의 밥그릇에 만족하면서 편안한 길을 택했다.
투지 없는 야당…그렇게 당하고도 정신 못 차렸나
종편의 탄생은 언론지형의 기울기를 더욱 경사지게 했고 정권의 비호 하에 특혜로 무장한 종편은 막말, 거짓 보도, 불법광고 등 온갖 패악을 거침없이 저질렀다. 이후 2012년 미디어렙법 처리 과정에서도 야당은 협상력의 바닥을 보였고 그 결과는 오늘의 종편 불법광고 행태로 나타나고 있다.
야당의 언론정책 실패는 종편에서만이 아니다. KBS와 MBC 등 공영방송의 정권 편들기에 대해서도 야당은 무대책으로 일관했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MBC노조를 비롯한 언론사들이 파업을 불사하며 저널리즘 복원을 위해 몸부림 쳤을 때, 야당의 대응은 미래권력 박근혜의 선의에 기대는 것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 결과는 최근 MBC 등에서 벌어지고 있는 마구잡이 해고의 칼춤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야당은 이에 속수무책이다.
최근 KBS수신료 인상에 대한 야당 내 분위기나, “종편도 언론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야당의 진단은 스스로 언론권력의 노예로 전락했음을 선포한 것이다. 야당은 2009년 미디어법 날치기 당시의 울분을 깡그리 잊어버린 것인가. 이제 미디어정책에 대한 일관된 노선과 정치적 소신 등을 팽개친 야당의 언론 눈치보기는 일상화됐다.
이러한 무기력한 야당의 현실은 언론권력의 횡포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끊을 것인가. 그것은 원칙과 일관성을 지키며 언론권력과 맞서 싸우는 일밖에는 없다. 정정당당하게 저널리즘을 복원하는 것만이 기울어진 언론지형을 극복하고 야당이 부활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