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2023)_
책임 회피하는 삼성서울병원 의혹은 입 다물고 애먼 국민 탓하는 조중동(김은규)
등록 2015.06.17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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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메르스’ 보도와 보수언론의 손익계산서

책임 회피하는 삼성서울병원 의혹은 입 다물고

애먼 국민 탓하는 조중동

 
김은규(우석대 교수)

 

 

중동호흡기증후군, 일명 메르스(MERS)가 전국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감염의 두려움에 놓여 있는 국민들의 활동이 위축되면서 가계 경제 어려움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경제가 직접적으로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다. 국내 언론의 보도에서도 ‘메르스’가 핵심을 차지하고 있다. 확산되는 확진자 수, 이동 경로, 예방법 및 증상, 이에 대처하는 정부/지자체의 움직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의 생활상 등 다양한 형태의 메르스 보도가 연일 언론을 통해 전파되고 있다.

 

정부도 문제지만 무지한 국민도 문제?
그런데, 그 내용과 맥락을 들여다보면, 메르스 보도에서조차 보수언론의 손익계산서가 엿보인다. 사실 메르스 사태가 이처럼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 원인에는 정부의 안일한 대처와 늑장 대응이 자리한다.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한 태도가 세월호 참사에 이어 다시 반복된 것이다. 그리고 예의 그 비밀주의가 메르스 확산에 한 몫을 했다. 때문에 모든 언론들 역시 이를 짚고 넘어갔다.


보수언론들 역시 이 부분에는 공감한 것 같다. 아니, 한배를 타고 있다고 하더라도, 워낙 무능했던 정부와는 일정한 선을 그을 필요가 있었던 것 같다. 예컨대, 조선일보는 “메르스 공포 차단,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야”라고 정부의 책임을 강조하기도 했고, 동아일보는 “한국 정부가 비밀주의를 고집하는 바람에 주변 국가들의 눈총까지 받는 상황”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 6월 4일자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하지만, 한편으로 정부를 질타했던 보수언론의 논조는 묘한 이중성을 드러냈다. 대표적인 것이 ‘시민 책임론’이다. 보수언론은 “메르스를 지금과 같은 괴물로 키운 것은 우리 자신”, “공동체의 안전보다는 자신의 이익만을 앞세우는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 “시민정신의 부재”, “공동체 의식이 무너지는 바람에 사태를 더 키웠다”는 논조를 내세우며 국민을 훈계하기 시작했다.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국민의 무지 탓, 공동체 정신과 시민정신의 부재 탓으로 몰고 가려는 전형적인 물타기 논조가 병행된 것이다.

 

대상에 따라 달라지는 비판과 방어 논조
박원순 서울시장의 기자회견을 두고도 보수언론의 논조는 사뭇 달랐다. 4일 밤 진행된 박원순 시장의 기자회견은 비공개로 일관한 정부의 오판을 비판한 것이었다. “지자체나 관련 기관이 독자적으로 해결할 경우 혼란을 초래할 뿐”이라고 날을 세웠던 정부 역시 날선 공방 이후 병원 공개와 지자체와의 협조 방침으로 태도를 바꾸었다. 기자회견 이후 동아일보는 박 시장의 행보를 대선을 의식한 “메르스 정치”로 몰아부쳤다. 이후 정부가 태도를 바꾸자 원색적 비난은 사라졌다. 대신 “메르스 식당 찾아 소비 진작시키라”는 딴지 걸기가 이어졌다.


중앙일보의 정부 비판은 매우 신랄했다. 중앙일보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메르스와의 전쟁에서 뭘 제대로 한 일이 있다고 박 시장을 비난하는지 모를 일”이라고 지적하고, “박 시장의 메르스와의 전쟁 선포는 높게 평가” 했다. “1차적 책임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독 삼성서울병원에 대해서는 관대한 태도를 보였다. “삼성서울병원과 중앙정부가 모두 오판한 책임이 있다”면서도, “지금은 누구의 잘못이었나를 따질 때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양비론을 주장했다. 정부가 삼성서울병원의 심각한 감염 실태를 숨기고 있다는 ‘봐주기’ 의혹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침묵했다. 중앙일보가 정부 비판과 ‘시민책임론’에 열을 올렸던 것을 감안하면 삼성서울병원의 책임은 외면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물론 삼성서울병원과 정부의 유착 의혹은 동아‧조선도 모르쇠로 일관했지만, 중앙일보와 삼성그룹의 관계를 고려하면 혈족에 대한 방어라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이 와중에 헛발질하는 청와대 스핀닥터들
메르스 공포는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에도 심각한 손상을 입혔다. 견고한 지지층을 기반으로 그 어떤 악재에도 끄덕 없던 대통령 지지율이 30%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새누리당 지지율 역시 동반 하락했다. 대신 박원순 시장의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상황이 이러하자 청와대 스핀닥터들의 정신마저 혼미해졌다. 대통령의 동대문 시장 깜작 방문 이벤트를 홍보하면서, 한류 스타급 환대를 받아 경호원들이 애를 먹었다는 브리핑을 내보냈다. 그러나 이런 황당한 코미디는 조롱의 대상으로 회자될 뿐, 여론을 바꾸지 못했다. 정부와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언론들도 차마 이를 부각하기는 낯부끄러웠던 것 같다.


메르스 사태가 좀처럼 진정 국면에 접어들지 않고 있다. 모두가 힘을 합해 수습에 힘을 기울여야겠지만, 사태가 이처럼 확산된 원인과 책임은 분명 뒤따라야 한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세월호 참사 속에서 이미 그 교훈을 얻었지만, 여전히 동일한 맥락의 잘못이 반복되고 있다. 사회적 공기로서 언론은 이러한 점을 분명히 짚을 필요가 있다. 언론 역시 지난해 뼈저린 반성을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보수 언론은 이 와중에서도 손익 계산기를 두드리기에 바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