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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입 다물라”는 기레기의 배후들 (김은규)
등록 2015.02.09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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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이완구 후보의 언론 통제로 드러난 기레기 언론의 배후

“그 입 다물라”는 기레기의 배후들 




김은규 / 민언련 웹진기획위원장, 우석대 교수(신문방송학)


지난 6일 새정치민주연합 김경협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자신의 검증보도를 내보내려던 방송사에보도 통제를 요청하고 심지어는 언론인을 협박 및 회유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내용은 같은 날 KBS 뉴스가 내보낸 녹취록에서 확인됐다. 녹취록에서 들려오는 이 후보의 발언은 경악 그 자체이다. “야 우선 저 패널부터 막아 임마, 빨리 시간없어,' 그랬더니, 지금 메모 즉시 넣었다고 그래 가지고 빼고 이러더라고. 내가 보니까 빼더라고”. 자신에게 불리한 기사를 보도하지 못하도록 하는 명백한 언론통제이다. “윗사람들하고 다 내가 말은 안꺼내지만 다 관계가 있어요. 어이 이국장, 걔 안 돼, 해 안해? 야, 김부장 걔 안 돼, 지가 죽는 것도 몰라요 어떻게 죽는지도 몰라”. 기자들을 앞에 놓고 한 이 발언은 거물 정치인으로서 기자들의 생사여탈권까지 관여할 수 있다는 엄청난 협박이다. “좀 흠이 있더라도 덮어주시고, 오늘 이 김치찌개를 계기로 해서 도와 주소”. 부탁같은 말이지만 협박에 이은 회유이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에나 볼 수 있었던 언론통제와 협박이 현재 진행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니, 기껏 이루어왔던 우리사회의 민주주의가 MB정권, 박근혜정권의 집권에 따라 이토록 퇴보하고 있다니...참으로 걱정스럽고 통탄스러운 일이다. 


기레기를 만들어내는 위정자들의 왜곡된 언론관


이 사건의 핵심은 소위 말하는 위정자들의 왜곡된 언론관이다. 이완구 총리 후보가 누구인가. 충청남도 도지사를 지냈고, 다선 의원으로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를 지낸 거물 정치인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치이력을 바탕으로 국무총리 후보에까지 오른 지도급 인사이다. 그런 이 후보의 정신세계 속에서 언론은 국민들에게 올바른 사실과 진실을 알리는 사회의 목탁이 아니었다. 언론은 집권당의 수뇌부라는 프리미엄 속에서 얼마든지 통제․회유가 가능한 조작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언론관은 과거 충남도지사 시절에도 싹을 보인 바 있다. 이 후보자는 충남도지사 시절 해외 출장시 도민들의 세비로 언론인의 항공료와 체재비를 지급토록 하는 조례 발의를 시도했다. 언론사 임원과 기자를 한시적으로 홍보대사로 임명하고, 출장 홍보에 협조토록 한다는 것이다. 이 조례안은 충남지역 시민단체들의 반발로 무산되었지만, 언론인을 홍보에 동원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언론을 정치권력, 행정권력의 도구로 인식하는 심각한 것이었다.


지난해 세월호 침몰 이후 한국의 언론은 ‘기레기’가 되었다. 오보, 왜곡보도, 몰염치보도가 남발되면서 언론은 뼈아픈 비난을 받았다. 일선에서 고군분투하는 언론인, 양심적인 언론인들의 참회와 반성도 있었지만, 이후에도 우리 언론의 행태는 나아지고 있지 않다. <미디어오늘>이 사설을 통해 지적했던 것처럼 정권이 <지록위마>의 주연이라면, 언론은 <지록위마>의 조연이었던 것이다. 이번 이완구 후보자의 언론관을 접하면서, 한국 언론이 왜 기레기가 되었는지, 왜 지록위마의 조연으로 기능하고 있는지 확인하게 되었다. 이완구 후보의 언론조작 시도는 결국 그들이 이런 기레기의 배후였음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권력 해바라기 언론인들 역시 기레기의 배후 


기레기의 배후는 비단 이완구 후보같은 위정자 뿐만이 아니다. 정치권력에 빌붙어 영달을 추구하는 언론계 인사들 역시 기레기의 배후이다. MBC 권성민PD의 해고 역시 이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권PD는 세월호 보도와 관련 MBC의 행태에 자성의 목소리를 올렸다. 이후 MBC 경영진은 권PD에게 중징계 조치를 내렸고, 비제작 부서로 발령했다. 제작 PD가 자성을 빌미로 한직으로 밀려났으니 그야말로 ‘유배’였던 것이다. 그런데 MBC 경영진은 이런 표현을 문제 삼아 해고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해바라기 인사들의 충성심은 언론 본연의 사명은 한낱 수사여구로 전락시킬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레기가 탄생하는 것이다.


기레기의 배후가 하나하나 밝혀지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할 말 못하는 언론인들을 기레기라 칭하며 질타해 왔다. 하지만, 그들은 그 부끄러움을 알면서도 생존을 위해 기레기가 되었던 참담해진 자존감을 부둥켜안고 있었다. 민주주의를, 언론을 지키기 위해 기레기의 배후를 밝히고, 그 배후적 메카니즘이 작동하지 않도록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무너진 자존감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언론인들 역시 기꺼이 동참하리라고 본다. 물론, 이완구 총리 후보자는 기레기의 배후로 밝혀진 이상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