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2023)_
민변과 눈엣가시 변호사들, 과거사위까지 한 번에 때린 보수언론 (김언경)
등록 2015.02.0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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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과거사위 연관사건 수임한 민변 변호사에 대한 검찰 수사’ 보도 비평

민변과 눈엣가시 변호사들, 과거사위까지 한 번에 때린 보수언론




김언경(민언련 사무처장)


검찰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와 관련된 정부 위원회에 재직했던 변호사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주로 민변 소속 변호사인 이들이 위원회 재직 시 연관된 사건의 소송 변호인을 맡아 변호사법을 위반한 혐의이다. 민변은 이번 검찰 수사가 “민변에 대한 표적·보복적 수사이며, 과거사 청산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검찰은 ‘법조 비리’ 수사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들의 과거사 관련 변호는 이미 언론을 통해서 공공연히 알려져 있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이번 수사는 느닷없는 표적수사로 보이기 충분하다. 검찰의 진심이야 알 수 없다 치더라도, 이번 사안을 통해 검찰은 민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확산시키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검찰이 수사대상자 명단을 공개하고 명백하지도 않은 혐의 내용을 언론에 제공하면서, 이를 근거로 보수언론이 민변의 도덕성을 공격하는 데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흘린 자료 검증 없이 실명까지 그대로 공개한 조선일보, 인격권 침해 요소 많아


조선일보 1월 22일 12면 보도 갈무리


일단 수사 대상에 오른 변호사들의 인격권 침해가 심각하다. 조선일보는 <민변, 과거사위 경력으로 과거사 사건 맡아>(1/22)에서 수사 대상에 오른 변호사 7명의 실명과 경력, 과거활동 등을 표로 공개했다. 기사는 한 변호사의 혐의를 자세히 언급한 뒤, “검찰은 의문사위 상임위원 등을 지낸 김준곤 변호사, 이명춘 변호사 등 다른 변호사들도 위원회 재직 시절 관여한 사건의 국가배상 청구 사건을 수임했다고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수사대상자를 실명 처리한 상태에서 두루뭉수리하게 ‘모두가 부당수임을 했다’고 보도한 것은 이들 변호사의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다. 


수사 대상자는 다른 언론을 통해서도 실명이 공개되었고, 백승헌 전 민변 회장과 김희수 변호사는 해명자료를 냈다. 이들은 의문사위 재임 중 결정한 사건을 수임한 바가 없고, 이들이 수임한 사건은 얼핏 비슷한 과거사 사건 같지만 명백하게 다른 사건이며, 수임사건은 의문사위 결정과 무관하고, 이를 통한 경제적 이득을 본 것도 없다고 해명했다. 특히 김희수 변호사는 명백한 상황과 사실이 있음에도 검찰이 자신의 이름과 범죄 혐의를 언론에 흘리고 언론이 검찰의 발표를 어떤 검증이나 진위 확인 작업도 없이 일방적으로 보도함으로써, 본인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되었다고 지적했다. 


노 모씨는 국가인권위에 긴급조사 요청하기도 


동아일보는 <과거사위 조사관을 직원으로 채용>(1/28)에서 “A로펌에 근무한 노모 씨와 정모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현재 노 씨는 서울시 인권감사관으로, 정씨는 A로펌 직원으로 재직 중”이라고 보도했다. 그런데 이 보도에서 언급된 노 씨가 국가인권위원회에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에 대해 진정서를 제출하고 긴급조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3일 노컷뉴스에 따르면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으로 근무 중인 노 씨는 “검사실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12시간 48분 동안 조사를 받고 끝나고 난 42분 만인 28일 새벽 3시 피의사실이 언론에 공표되어 기사화됐다”며 인권위 차원의 즉각적인 사실관계 조사를 요구했다. 노 씨는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은 3명뿐이고 노 씨는 혼자인데 피의자의 신분이 특정되게 보도돼 인권이 짓밟혔다”고 호소했다. 


보수신문, 악의적 표현, 일방적 규탄 의견기사 등으로 민변 때리기 나서 


이밖에도 동아와 조선은 과거사 소송을 다른 변호사들이 매우 탐냈는데 민변 일부 변호사만 다뤘다며 이를 ‘독식’, ‘싹쓸이’했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민변은 물론 과거사위 피해자 단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과거사위 소송을 담당할 변호사를 구하기 어려워 맡은 측면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전의 과거사 관련 소송과 관련된 보도에서도 피해자 가족들이 사건을 맡아줄 변호사를 구하지 못해서 법조타운을 헤맸다는 등의 이야기는 종종 볼 수 있는 기사였다. 그럼에도 조중동은 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사적 욕심으로 ‘4000억 규모 과거사 소송’을  ‘독식’,  ‘싹쓸이’했다는 식으로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있다. 


조중동은 사설에서 민변을 강하게 규탄했다. 특히 동아일보는 사설 2건, 기자칼럼 1건을 동원해서 강하게 민변을 비난했다. 동아는 <과거사위 활동 뒤 손배소송 맡은 변호사들 떳떳한가>(1/19)에서는 “불법 수임이나 하는 변호사가 남 앞에서는 인권을 외쳤다면 뻔뻔한 일이다”라고 비난했다. <인권과 과거사 팔아 사익 챙긴 민변 변호사들>(1/29)에서는 “일부 변호사들이 각종 과거사위에 참여해 얻은 정보로 막대한 사적 이익까지 얻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고 혐의에 대해 단정적으로 표현했다. 조선일보는 <일부 민변 변호사, 자기가 조사한 사건 소송까지 맡다니>(1/20)에서 “민변 변호사들은 입만 열면 비리 타파와 정의 구현을 외쳤다. 그런 변호사들이 수임료 수입을 위해 비리를 저질렀다면 비리 척결이니 정의니 하는 말은 꺼낼 자격이 없다”고 비난했다. 


한편 조중동은 과거사위 피해자들의 배상액이 엄청나다고 강조했다. 이는 변호사의 이득을 강조하기 위해서였겠지만, 자칫 국민에게 과거사위 피해자는 ‘거액의 세금이나 축내는 자’라는 부정적 인식을 줄 우려가 있기에 주의했어야 한다. 특히 동아와 조선은 사설에서 과거사위 피해자들이 “줄줄이 손해배상 청구까지” 했다고 표현했다. 언론이 국가폭력으로 인해 심각한 인권침해를 당한 과거사위 피해자에게 깊은 사죄와 공감을 표하기는커녕 보상액 금액이나 언급하고, 줄줄이 손해배상을 내고 있다는 식의 비난조의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동아일보와 채널A의 압도적인 보도량의 속내는 무엇일까


1월 17일 첫 보도가 나온 이후 오늘까지 보도량은 중앙일보 3건, 경향신문 4건이었다. 한겨레와 조선일보는 8건을 보도했다. 방송도 SBS가 1.5건, JTBC가 1건을 보도한 것 이외에 KBS, MBC, TV조선은 보도하지 않았다. 이는 그다지 많은 양이 아니다. 그러나 동아일보와 채널A는 사정이 다르다. 


채널A <방만 경영·편향 인사 논란 많은 '과거'>(1/27, 7번째, 김민찬 기자)화면 갈무리


동아일보는 관련내용을 12건이나 보도했고 그중 민변을 비판하는 사설을 2건, 기자칼럼을 1건 보도했다. 채널A도 타 방송사와 다르게 이 내용을 5건이나 보도했다. 특히 채널A는 <방만 경영‧편향 인사 논란 많은 ‘과거’>(1/27)에서 과거사 관련 위원회들이 많은 일을 했지만 적잖은 문제점을 남겼다며 과거사위가 방만했고 편향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동아일보와 채널A가 타사와는 달리 많은 보도를 할애하며 이번 사안에 집중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특이하게 이번 수사 착수에 단초가 된 박상훈 변호사는 동아일보와 인연이 깊다. 1974년 동아일보 기자들의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발표 이후, 동아일보는 소속 언론인을 대량 해고했다. 2008년 과거사위는 이에 대해 ‘국가는 이들에게 사과하고 적절한 화해의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동아일보는 정부를 상대로 과거사위 권고 취소 행정소송과,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박상훈 변호사는 이 소송의 대한민국 정부를 대리해 변호해왔다. 동아일보가 이번 수사를 타사와 달리 비중 있게 보도하며 과거사위를 비판한 것은 동아일보의 지극히 사적인 민원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