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2023)_
박근혜 정권 ‘불통’만 언급하고 정책 쇄신은 비껴간 조중동(김성원)<시시비비>박대통령 신년기자회견 관련 신문 사설 분석
박근혜 정권 ‘불통’만 언급하고 정책 쇄신은 비껴간 조중동
김성원(민언련 이사)
12일 박근혜 대통령이 새해 국정운영 구상을 밝히는 신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에 대해 주요 일간지들은 13일자 사설을 통해 일제히 신년 기자회견에서 나타난 박 대통령의 국정 현안 인식과 입장에 대해 비판과 우려를 표했다.
<경향신문> 2015년 1월 13일 1면 스크랩
비선 실세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박 대통령 입장 비판… 이유는 다르다?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 의혹과 그에 따른 인적쇄신 요구를 박 대통령이 거부한 데 대해서는 조중동과 한겨레·경향신문 모두 13일 사설을 통해 비판했다. <대통령 인식과 민심의 큰 격차 어떻게 메꿀 건가>(조선일보), <소통 없이는 대통령의 국정혁신 어렵다>(중앙일보), <‘불통’의 대통령 신년회견으로 새 국정동력 얻을 수 있겠나>(동아일보), <실망과 답답함만 안겨준 대통령 기자회견>(한겨레), <‘독선과 불통’ 재확인한 박대통령 신년 회견>(경향신문) 등 제목부터 박 대통령의 ‘불통’을 부각시켰다. 신문들은 공통적으로 박 대통령이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문고리 권력 3인방’을 재신임하고 인적쇄신을 하지 않은 데 대해 실망감을 드러내며 비판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경제·노동 등의 의제에 대한 인식에는 신문 별로 상이한 입장이 나타났다.
중앙일보는 13일자 사설 <경제 살리기 개혁, 대통령부터 실천 의지 보여야>에서 “우리는 당장의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경제의 큰 틀을 다시 짜겠다는 대통령의 인식에 깊이 공감한다”고 언명했다. 공무원 연금 삭감, 노동시장 유연화, 규제완화 등 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 등 전반적인 경제 기조에는 동의한 셈이다. 중앙일보는 단지 박 대통령이 그런 경제 정책 기조를 힘있게 밀고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하면서, 수도권정비계획법, 산업집적활성화법 등 구체적인 법안까지 거명하며 수도권 규제 완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동아일보도 사설 <경제혁신에 승부 건 박대통령, 공무원부터 뛰게 하라>에서 “노동 금융 공공 교육의 4대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데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의 경제 운용 기조에 대해 동의한다는 뜻을 보였다. 사설은 이어 박근혜 정부가 과연 공무원 연금 삭감이나 노동시장 유연화 등을 밀어붙일 수 있을지 의구심을 표하면서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의지 표명을 촉구하기도 했다.
반면 한겨레는 사설 <중산·서민층이 배제된 경제활성화 대책>에서 “박 대통령의 발언은 지금까지 해오던 것으로, 엄중한 국내외 경제현실을 타개할 비전을 찾아보기 어렵다. 중산·서민층의 팍팍한 살림이 피게 할 방도는 더더욱 눈에 띄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정규직 처우 개선, 창조경제 진흥 방안, 내수 확대, 빈부격차와 소득불평등 개선 등에 대해 박 대통령이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도 사설 <비정규직 대책, 근본적 정책 전환 필요하다>에서 박 대통령의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대한 입장이 “노동계 반발을 산 정부의 노·사·정 타협안 및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그대로 되풀이한 것이어서 실망스럽다. 특히 노동 문제를 노동 문제 자체로 보지 않고 경제 성과 달성의 수단으로 삼겠다는 발상은 기업 편향적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정규직 문제는 궁극적으로 정규직 전환으로만 해결”될 수 있다며 대통령의 인식과 정책기조 전환을 촉구했다.
조중동, 박 대통령 ‘조기 레임덕’ 따른 경제·노동정책 기조 표류 걱정?
이러한 신문들의 논조를 살펴보면 조중동은 박근혜 정부의 공무원 연금 삭감, 노동시장 유연화, 각종 규제 완화 등 전반적인 경제, 노동정책 기조에 동의한다고 볼 수 있다. 조중동이 우려하는 것은 박 대통령이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 의혹과 그에 따른 인적쇄신 요구에 대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지 않다가 자칫 ‘조기 레임덕’이 초래되면서 조중동이 갈망하는 경제, 노동 정책 기조를 힘 있게 밀어붙일 동력이 상실될 수도 있다는 점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국민들 사이에서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을 해소하기 위한 인적쇄신 요구가 공감을 얻고 있는 것은 국정 운영 방식을 정상화하면서 새롭고 참신한 인물들의 참여를 통해 정책 기조가 전환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중동이 13일자 사설을 통해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에 대한 박 대통령의 입장을 비판한 것이 과연 본질적인 비판인가에 대해서는 심각한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조중동이 진실로 박근혜 정부의 국정쇄신을 바란다면 인적쇄신 뿐 아니라 정책전환도 함께 요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