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2023)_
진정한 민주정권, 통일을 지향하는 정부 세우기에 앞장서야(김종철)
등록 2015.01.0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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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포커스] 해방 70주년을 맞아 언론인에게 고한다

진정한 민주정권, 통일을 지향하는 정부 세우기에 앞장서야

     


김종철(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


 2015년은 1945년 8월 15일 우리 겨레가 일제의 압제로부터 해방된 지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일본의 군국주의와 혹독한 식민지 착취 아래 신음하던 시기에 시인이자 소설가인 심훈은 가슴이 터질 듯한 목소리로 절규했다.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은 /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 / 이 목숨이 끊어지기 전에 와 주기만 할 양이면 /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 같이 / 종로의 인경 머리로 받으오리다.”


 해방은 마침내 왔다. 8월 15일 정오 일본 왕 히로히토의 항복 선언이 라디오를 통해 울려 퍼지자 “육조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 대는 동포들의 눈에서는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그러나 그때로부터 70년이라는 기나긴 시간이 지난 지금 한반도는 어떻게 되어 있는가? 외세가 패권주의적 이해관계 때문에 그어 놓은 38선 때문에 아직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주독립을 이루지 못한 책임은 언론에게도 있다


왜 아직도 통일은 요원하고 나라의 주인인 국민들은 권위주의적 지배체제 아래서 인간다운 삶을 누리지 못하고 있을까? 문제를 남한사회에만 국한해 볼 때, 지난 70여 년 동안 자주독립의 길을 열지 못한 정치지도자들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8·15 이후 미군정부터 지금의 박근혜 정권에 이르기까지 권력을 올곧게 감시하거나 비판하지 못한 언론의 책임 또한 크다. 


 오늘날 수구보수언론을 대표하는 조선·동아·중앙일보 가운데 조선일보는 친일파가 창간한 매체였으며 동아일보는 ‘국민주신문’을 표방하고 창간된 뒤 김성수 일가의 사유물로 전락했다. 두 신문은 1930년대 중반 일제가 노골적으로 중국을 침략하기 시작하자 일본 ‘천황’에게 극도의 충성을 바쳤다. 친일을 넘어 부일(附日)에 앞장선 조선 사주 방응모와 동아 사주 김성수는 해방 이후 아무런 단죄도 받지 않은 채 ‘새 나라’의 막강한 언론권력으로 탈바꿈했다. 조선일보사에서는 3대째, 동아일보사에서는 4대째 그들의 후손이 매체와 재산을 세습하면서 일제강점기와는 다른 행태로 정치권력에 아부하거나 권력과 ‘상생’의 길을 걷고 있다. 


 1965년 9월에 창간된 중앙일보 역시 현재 사주의 아버지인 홍진기가 친일파라는 점은 조선·동아와 마찬가지이다. 그는 김성수·방응모와 함께, 민족문제연구소가 펴낸 <친일인명사전>에 올라 있다. 1940년 10월 일본 고등문관시험 사법과에 합격한 홍진기는 1943년 12월 고등관 7등의 예비판사에 임용된 뒤 1944년 9월 전주지방법원 판사에 임명되어 해방되기까지 근무했다. 1960년 5월 3·15 부정선거 사건으로 체포되어 1961년 5·16 쿠데타 이후 무기징역이 확정되어 복역한 적이 있는 그는 1966년 12월 중앙일보 회장으로 취임했다. 조·중·동의 현재 사주들이 친일파의 후예로서 단 한 번도 조상의 죄업에 대해 사죄하거나 반성한 적이 없다는 사실은 그 신문들의 논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요인이 되었다. 


 게다가 친일파인 박정희가 18년 동안이나 독재정치를 했는데도 그 딸인 현직 대통령 박근혜가 오히려 아버지를 신격화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것 역시 조·중·동과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일이나 다름없다.


1월 5일(월) 마석 모란공원 고 성유보 선생님 앞에서 결기를 다진 언론시민단체 시무식


언론인, 자유언론과 공정방송을 위해 단합된 힘 보여야


 프랑스는 나치독일의 점령에서 풀려나자마자 친나치 행위자들을 엄중히 처단했고, 독일 역시 아직도 나치의 잔재를 쓸어내는 작업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두 나라와는 정반대 길을 걸음으로써 경제만 ‘선진국’이지 정치는 후진국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한국사회는 과연 일본과 같은 몰락의 길을 따라가야 하는가?


 을미년 양띠 해에 언론인들은 과연 양처럼 순하게 굴어야만 할까? 물론 진보적 언론과 독립언론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수구보수신문들과 채널A, TV조선 같은 종편에 있다. 그러나 낙하산 사장들이 지배하는 지상파방송사들에는 나라와 언론의 민주화를 진정으로 바라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 언론노동자들이 새해에 어떤 각오와 의지로 자유언론과 공정방송을 위해 단합된 힘을 보이는지가 아주 중요하다. 


 지난해 말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해방 이래 국민을 가장 슬프게 만든 사건은 세월호 참사였다. 많은 언론매체들이 참사 이후 드러난 정권의 무능과 독선을 감싸는가 하면 오히려 정부와 여당의 기관지 구실을 함으로써 유가족과 대중으로부터 저주에 가까운 질책을 받아야 했다. 


 올해는 그런 일이 되풀이 되면 안 된다. 언론은 진정한 민주정권, 통일을 지향하는 정부를 세우는 작업에 앞장서야 한다. 유신독재 시대로 되돌아가고 있는 권력을 엄정하게 비판하고 겨레가 다시 하나 되는 방향을 진실하게 제시하는 언론의 책무야말로 그 어떤 행위에 못지않은 ‘고도의 정치’이다.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 민주화와 통일의 길이 활짝 열릴 수 있도록 언론인들이 어깨를 걸고 함께 나가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