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2023)_
방송평가, 심사는 부적격 방송의 면죄부?(김서중)<언론포커스> TV조선 사례로 보는 방송평가·심사의 문제점
방송평가, 심사는 부적격 방송의 면죄부?
김서중(성공회대학교 신방과 교수, 민언련 정책위원장)
▲ TV조선의 방송평가 종편부문 1위를 알리는 TV조선 홈페이지 배너
동의할 수 없는 평가 결과
TV조선이 방송통신위원회가 실시한 방송평가에서 종편 1등을 했다고 해서 논란이 크다. 방송 전체가 아니고 종편 중에서 1등이니 ‘도토리 키 재기’라고 무시해버릴 수만은 없는 사안이다. 우선 대중들은 그들의 체감상 JTBC를 누르고 TV조선이 1등을 했다는 사실을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가장 신뢰받는 언론인 손석희가 진행하는 ‘뉴스룸’을 TV조선이 이겼다는 의미로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방송평가는 종합적이니 보도만 잘한다고 높은 점수를 받을 수는 없다. 하지만 애초 사업계획대로 제작비 투자 등을 통해 산업적 경쟁력을 추구하는 JTBC를 TV조선이 앞질렀다는 평가 결과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또 내용의 질을 차치하고라도 보도편성 비율이 50%에 육박하는 TV조선이 ‘종합편성’채널 평가에서 1위를 했다는 사실 자체가 평가의 적절성에 의문을 야기한다. 물론 보도 부문에 치우친 편성을 했다고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보도 편성 비율이 그 정도로 높을 거라면 아예 보도 전문 채널을 하지 종편을 선택했느냐는 비아냥이 나올만한 상황이다. ‘종합편성’채널이 아니라는 뜻이다.
정치, 경영상의 이유로 탄생한 ‘보도’ 종편
그럼에도 종편이 시사보도프로그램의 편성비율을 높인 것은 경영상의 이유와 정치적 이유가 절묘하게 결합한 탓으로 보인다. 애초 이명박 정부는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한 개의 종편도 살아남기 힘들다는 학계의 평가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려 4개나 승인하는 무리수를 뒀다. 정치적 우군을 만들겠다는 정치적 고려만이 작동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출범 이후 각종 특혜에도 불구하고 적자를 면치 못하던 일부 종편은 결국 제작비가 적게 드는 보도 프로그램을 편성 비율을 높였다. 그런데 이 선택이 총선과 대선이라는 특수를 맞이하여 경영상 이득과 더불어 정치적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선거방송심의위로부터 지상파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제재를 받은 ‘보도’ 종편들은 역으로 정치적 충성 시청자 군을 확보하는 소득을 올렸다. 종북몰이를 앞세운 파시즘적 편향방송이 등장한 것이다.
2014년 재승인 심사는 이런 비정상을 정상화할 기회였다.하지만 애초 12:3으로 편향된 심사위원 구성, 방송의 공정성, 공적 책임 평가 과락 기준의 하향조정 그리고 방송평가 결과의 기본 점수 확보 등으로 모든 종편이 재승인 심사를 통과했다.
심사의 근본적인 한계와 개혁의 필요성
방통위의 구성과 행태로 볼 때 편향된 심사위원의 구성은 예견된 일이었다. 종편이 부진한 사업실적에 비해 높은 점수를 받은 이유다. 그런 구성에도 방송의 공정성과 공적 책임 평가는 하향된 과락기준 50점을 간신히 넘겼다. 심사위원들이 그 편향성을 옹호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방송의 기본을 갖추지 못했으니 재승인이 거부됐어야 한다.
그런데 재승인 거부기준인 650점은 넘었다. 방송평가라는 또 다른 안전판이 있었기 때문이다. 재승인 심사 1000점 만점에 방송평가 비중이 350이었고 제일 낮은 채널A가 271.3(평균 77.5)을 받아 재승인 심사에서는 378.7(58.3)만 받아도 커트라인을 넘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채널A와 TV 조선은 재승인심사만 보면 커트라인에 미달했다. 방송평가에서 확보한 점수가 아니었으면 재승인은 불가능했다.
따라서 방송평가나 심사에 대한 제도적 개혁이 필요하다. 방송은 사회문화적 존재다. 평가나 심사는 방송이 과연 존재할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평가이어야만 한다. 막말 편파방송으로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방송이 높은 점수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방송평가 항목에 방송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갖춰야 할 경영·기술적 조건 즉 운영 부문이 기본 점수를 확보해주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방송의 존재이유인 공정성, 공적책임, 프로그램 다양성과 간은 내용과 편성 부문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도 이를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방송평가를 엄격히 진행해야 한다는 공감대도 필요하다. 낙제점을 받은 재허가, 재승인 심사 때와 달리 평시의 방송평가는 매우 느슨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1년 사이에 방송이 환골탈태한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이번 방송평가에도 제일 낮은 채널A가 무려 74.2를 획득했다.
또 구체적 내용 평가가 사실상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다. TV조선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어린이 프로그램이 사실은 새벽 4시에 방송되고 있다는 사실은 방송평가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보도 공정성에 대한 언론계, 학계, 시민사회가 참여한 대중적 평가의 반영도 필요하다.
방송평가나 심사 방식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방송평가 또는 재허가, 재승인 시기에 반짝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방송의 재허가, 재승인을 좌우하는 방송 평가가 방송의 본질에 대한 평가로 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평소에 사회 제 집단의 중지를 모아 개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