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2023)_
이 정권이 사는 법: 찌라시, 삐라, 테러 (김동민)
등록 2014.12.15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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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권이 사는 법: 찌라시, 삐라, 테러


<시시비비> '종북 몰이'에 숨결 불어넣는 보수언론 



김동민(한양대 겸임교수, 민언련 이사)

야당과 시민사회에서는 박근혜 정권을 '찌라시' 정권이라고 부른다. 일리가 있는 비판이다. 그 빌미를 이 정권이 제공했으니 억울할 것도 없다. 이 정권은 찌라시의 덕을 톡톡히 보고 집권에 성공했으며, 정권의 유지도 찌라시의 덕을 크게 보고 있다. 찌라시가 없었으면 부정선거와 국정문란의 책임을 전가할 대상도 없었을 것이다. 고마운 찌라시!


새누리당은 2012년 대선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의 소상한 내용이 담긴 문건을 유출하여 선거유세에 활용하며 국민들의 반공심리를 자극함으로써 선거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했다. 공개되어서도 안 되고, 공개될 수도 없는 국가기밀을 빼내 활용했던 것이다. 이것이 나중에 문제가 되자 찌라시에서 얻은 정보라고 둘러댔다.


최근에는 청와대 문건이 밖으로 누출되어 비선의 정권실세가 국정을 농단해 왔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청와대는 즉각 "찌라시 수준의 문건을 보고받았던 것"이라고 둘러댔다. 박근혜 대통령도 1일 오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문건은 루머이며 청와대 문건 유출은 국기문란"이라면서 이 사실을 처음 보도한 <세계일보>에 날을 세웠다. 방귀 뀐 놈이 성내는 꼴이다.


문건 유출의 혐의를 받고 검찰 조사를 받았던 최아무개 경위가 자살한 일에 대해 새누리당 대변인은 "찌라시 같은 문건의 유출은 무차별 의혹으로 부풀려져 국정을 혼란에 빠뜨렸다"면서 최 경위가 찌라시 때문에 자살했다는 식으로 주장했다.






정부 비호에만 앞장서는 찌라시 저널리즘


찌라시(散らし)는 일본어로 주로 광고용으로 사용되는 '삐라'를 의미한다. 그래서 신문에 삽입되어 배달되는 광고전단을 흔히 찌라시라고 부른다. 혹은 찌라시를 배달하는 특정 신문들을 찌라시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 이유는, 증권가에서 믿거나 말거나식의 가공의 정보를 담은 정보지를 찌라시라고 부르는데, 그 특정 신문들은 증권가의 찌라시처럼 신뢰할 수 없는 정보들로 넘쳐나기 때문이다.


이 정권이 남북정상회담 내용을 빼내 선거에 악용하고, 국정원을 동원한 부정선거를 자행하고, '문고리' '십상시'가 국정을 농단해도 거칠 것이 없는 까닭도 이 찌라시라고 불리는 신문들이 비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 경위는 유서에서, <조선일보>가 자신을 "문건 유출의 주범으로 몰고 가 너무 힘들게 되었다"며 잃어버린 저널리즘을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세월호 참사를 왜곡하며 유족들을 모독했던 찌라시 저널리즘의 진상이다.  


삐라는 영어 'Bill(빌)'의 일본식 발음 비라(ビラ)의 우리식 발음이라는 설이 있다. 과거 냉전시대에 정부 주도로 주로 비행기에서 뿌려댔다. 찌라시는 삐라가 진화한 것이다. 이 시대착오적인 선전수단이 새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한 탈북자가 주도하고 때로 철학과 교수라는 자가 합류하여 북한지역에 삐라를 살포하는 작태를 연출하는 것이다. 


이 삐라가 북한 지역에 뿌려지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그건 중요하지 않다. 그게 진짜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짜 목적은 국민들의 반공심리를 지극해 이 정권의 대북정책을 정당화하는 데 있다. 애기봉의 대형 크리스마스트리도 같은 기능을 하는 신종 삐라다. 반공정책의 뿌리는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로, 해방 후 역대의 친일정권이 써먹어 쏠쏠하게 재미를 봤다. 이 정권도 다르지 않다.



시민들의 북한 방문기 '토크콘서트'에 등장한 테러

재미동포 신은미씨와 황선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는 전국을 순회하며 통일을 주제로 토크콘서트를 진행해오던 중 뜻밖의 테러를 당했다. 지난 10일 오후 7시부터 전북 익산시 신동성당에서 '평양에 다녀온 그녀들의 통일이야기'라는 타이틀로 토크콘서트를 진행하던 중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폭발물을 투척해 원광대 이재봉 교수와 행사 주최 측 인사에게 화상을 입힌 것이다.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는 법이다. 어린 학생이 이런 엄청난 일을 저지르기까지는 정부의 경직된 대북정책과 사이비언론의 종북 프레임 퍼뜨리기, 극우단체의 공포 분위기 조성 등이 있었다. 농촌의 청년회가 연로한 노인들로 구성된 것은 농촌의 현실을 반영한 결과지만, 군복 입은 노인들이 해방정국의 테러집단인 서북청년단 간판을 내건 것은 예사롭지 않다. 이들 무리는 광화문의 세월호 광장을 활보하며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테러를 일삼았다.

테러는 정치적 반대파를 제압하기 위해 공포 분위기와 폭력을 사용하는 것이다. 테러의 시원은 프랑스 대혁명 때 자코뱅당이 자행한 공포정치다. 흔히 극우정권이 정적을 제거하고 국민들의 저항을 제압하기 위해 테러를 남용한다. 그리고 극우매체가 그 선봉에 선다.


극우정권 살리는 '극우 찌라시'의 숨결,  '종북몰이'

이번 테러의 대상이 된 신은미씨의 경우도 <조선일보>와 TV조선이 진앙지였다. 두 사람이 북한을 방문해 보고 들은 대로 말한 것을 '종북콘서트'로 규정하며 매도한 것이다. 그런 <조선일보>가 이번 테러 사태에 대해 전달하는 기사는 제목부터 가관이다. <'종북논란' 신은미의 전북 익산콘서트 '황산테러'로 중단>. 이 기사는 "종북(從北)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으로 시작한다. 정작 종북논란을 조작한 당사자의 전형적인 유체이탈 화법이다. 

주재기자인 김창곤 기자가 <모바일 조선미디어>에 올린 기사는 제목은 <"北이 지상낙원이라고?" 고교생이 폭죽연료 투척…'종북 토크쇼' 아수라장>이었다. 이 학생은 홍구공원에서 폭탄을 투척한 윤봉길 의사를 언급했다고 하는데, 당시 윤봉길 의사를 범인이라고 표현한 <조선일보>는 어린 테러리스트를 추켜세우고 있는 것이다.  

이 기사에 따르면 "이날 콘서트 두 시간쯤 전부터 성당 앞에선 보수단체 회원 100여 명이 '신은미·황선을 구속하라'는 등 글이 적힌 피켓을 들고 행사 중단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리고 "신씨와 황씨는 지난 11월 19일 서울 조계사에서 북한을 긍정적으로 설명하고 체제를 옹호하는 듯한 내용의 '콘서트' 첫 행사를 열었다"고 한다. 목적을 위해 작문을 서슴지 않는 찌라시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연합뉴스>는 '종북논란' '종북콘서트'라고 대못을 박는다. 통일콘서트를 찌라시가 종북콘서트라고 명명하면 종북콘서트가 되는 것이다. 이 정권은 반공 대신 실체도 없는 종북에 대한 혐오를 부채질하는 찌라시와 그 장단에 놀아나는 테러에 의존하여 연명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