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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치기가 낳은 '귀태'방송 3년... 우려는 사실이었다 (최진봉)
등록 2014.12.0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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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치기가 낳은 '귀태'방송 3년... 우려는 사실이었다

종편 3년 평가... '양질의 다양한 방송' '글로벌 방송' 장밋빛 약속 어디로



최진봉(성공회대 교수) 


대한민국의 종편(종합편성채널)은 전직 대통령을 김일성이 심어놓은 고정간첩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을 여과 없이 방송하고,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북한군 특수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검증도 하지 않은 채 사실인 것처럼 보도하는 데 전혀 주저함이 없다.


우리 종편처럼 사실에 대한 확인 과정도 없이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서슴없이 방송하고 시청자들을 우롱하는 방송사는 전 세계적으로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다. 더 황당한 것은 이런 말도 안 되는 왜곡 방송을 내보낸 방송사가 아직도 건재하며 방송을 내 보내고 있고, 지금도 편파·왜곡 보도를 계속할 수 있는 나라 역시 전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들다.


종편은 매일 비슷한 포맷의 시사·토크 프로그램들을 통해 일방적이고 편파적인 관점을 강요하고, 추측이나 소문을 인용해 보수에 편향된 정치적 관점을 반복적으로 제공하여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편향된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이처럼 방송국 출범과 함께 노골적인 편파·왜곡 보도로 국민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는 종합편성채널이 12월 1일로 방송을 시작한 지 3년이 된다. 




3년 전 엄청난 사회적 논란과 반대 속에서도 정권의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을 받아 출범한 종합편성채널은 대한민국 미디어 생태계를 심각하게 오염시키며 우리나라 방송 수준을 전체적으로 하향평준화 시키는 주범이 되었다.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는 대한민국 신문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던 보수성향의 신문사들에게 방송 사업까지 할 수 있는 특혜를 주기 위해 미디어법을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보수신문사들에게 종편을 허가해주기 위해 미디어법을 밀어붙이면서, 종편이 탄생하면 2만 개 이상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고 시청자들은 다양한 양질의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방송이 글로벌 방송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호헌장담했다.


그러나 종편 출범 3년이 지난 지금 이명박 정부의 이러한 장밋빛 전망과 약속은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대한민국 방송시장은 종편으로 인해 생태계 자체가 붕괴되고 파괴되는 심각한 부작용만 낳고 말았다. 


[종편 폐해①] 방송의 품위와 품질 저하  


종편이 출범하면서 생긴 부작용 중 가장 심각한 문제는 도저히 방송에서 사용 가능한 표현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의 저속하고 인신공격적이며 선동적인 표현을 서슴없이 사용하여 공정성과 객관성이 생명인 방송의 품위와 품질을 엄청나게 떨어뜨렸다는 점이다.


종편이 제작해 방송하는 시사·보도 프로그램에는 저잣거리에서 시정잡배들 사이에서나 나눌 법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이러한 저속하고 선동적이며 인신공격적인 방송 프로그램들로 인해 종편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다수의 제재조치를 받았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종편의 시사·보도 프로그램들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은 건수는 모두 135건으로, <TV조선>이 66건으로 가장 많았고, <채널A>가 35건, <JTBC>가 15건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지상파 3사의 방심위 심의제재 건수가 37건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종편이 지상파 방송사에 비해 얼마나 저속하고 편파적인 방송을 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종편 폐해②] 여론 다양성 위축 


이와 함께 2009년 이명박 정부가 보수신문사들에게 방송 사업을 허가해주기 위해 미디어법을 통과시키려는 시도를 할 때 언론단체들과 시민단체, 그리고 일부 언론학자들은 신문사가 방송사까지 운영하게 되면 여론의 다양성이 위축되고 여론이 자본력을 가진 특정 언론사에 의해 독과점 될 수 있다는 문제점을 제기했다.


그런데 종편이 방송을 시작한 지 3년이 지난 지금, 시청자들은 <TV조선>과 <채널A>의 시사·보도프로그램과 <JTBC>의 예능프로그램에 익숙해져 있고, 언론계도 종편을 하나의 방송사업자로 인정하는 상황이 되었다.


더욱이 출범 초기에 '애국가 시청률'이라는 조롱을 받으며, 1% 이하의 시청률에 머물렀던 종편들이 올해 11월 기준으로 <MBN> 1.895%, <TV조선> 1.583%, <채널A> 1.427%, <JTBC> 1.214%를 기록하며 <EBS>(0.771%)와 <tvN>(0.925%) 보다 더 높은 시청률을 보이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시청률이 증가하고 있는 종편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작·편성해야 하는 종편 원래의 목적을 벗어나 보도와 시사토크 프로그램만을 집중적으로 편성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슈를 보수 편향적 시각을 통해 분석하고, 이를 통해 노골적으로 보수정권을 지원하고 홍보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언론은 정권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이슈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에서 양쪽의 의견을 모두 전달해주어야 하는데, 종편은 노골적으로 보수적인 시각의 의견만을 집중적으로 방송하면서 국민들의 여론을 보수 편향적으로 몰아가는 '여론의 보수독점화'를 강화시키는 도구로서 기능하고 있다.


실제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결과, 종편은 공정성, 객관성, 명예훼손, 품위유지 조항을 빈번히 위반하면서 편파적인 방송을 일삼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종편 폐해③] 방송시장 교란, 제작환경 열악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법 통과를 반대했던 언론·시민단체들과 언론학 교수들은 종편이 출범하게 되면 제한된 방송광고시장에 4개의 새로운 방송사업자가 뛰어들게 되어 방송광고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져 방송시장 전체가 교란되고, 방송제작환경이 열악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러한 예측은 종편이 출범한 지 3년이 지난 지금 현실이 되고 말았다.


제한된 방송광고시장에 4개의 종편 사업자들이 새로 들어오면서 방송광고시장은 심각한 혼란에 빠지게 되었고, 종편들은 이명박 정부의 특혜로 미디어렙의 통제를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광고 판매를 할 수 있게 되면서 약탈적인 광고영업을 통해 광고시장을 교란시켰다.


이러한 특혜의 결과로 방송광고시장의 침체 속에서도 종편의 광고 매출은 증가세를 보여 2013년 광고매출이 전년도보다 646억 원 증가한 2355억 원을 기록하며, 37.8%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반면 같은 기간 지상파방송사의 광고매출은 5.3%, 케이블 PP의 광고매출은 4.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종편 출범으로 인해 지상파와 케이블 PP의 광고가 일부분 종편으로 옮겨 간 것으로 나타났다.


종편 출범으로 인한 이러한 광고시장의 혼란은 방송사들을 시청률 경쟁에 매몰되게 만들고, 시청률 경쟁에 매몰된 방송사들은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게 되어 시청자들의 방송 프로그램 소비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작용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3년 전 지적한 문제점들, 고스란히 현실로... 


이뿐만이 아니다. 종합편성채널은 원래 뉴스·교양·드라마·시사·오락 등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을 제작해 방송하는 것을 전제로 방송허가를 받았다. 따라서 종편은 방송국 허가 목적에 부합되게 다양한 프로그램 제작을 통해 방송의 다양성을 제고하고 프로그램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주로 시사·보도 프로그램들만 제작해 방송하고 있어 방송국 허가 조건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종편은 또한 방송시간을 때우기 위해 이미 방송된 프로그램을 재방송하는 비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종편의 보도(뉴스)프로그램 편성 비율을 보면, <TV조선> 48.2%, <채널A> 43.2%, <MBN> 39.9%, <JTBC> 14.2%로 종편이 방송국 허가를 받기 위해 제출했던 사업계획서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종편의 프로그램 재방송 비율도 50~6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전체 방송 시간의 절반 이상을 재방송으로 채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1월 18일 <MBN>을 끝으로 출범 3주년을 맞은 종합편성채널 4개사는 모두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재승인을 받아 방송을 계속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앞서 지적했던 것처럼 종편 출범 당시 예측된 많은 문제점들이 3년이 지난 지금 고스란히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방송을 존속시키는 것이 과연 우리 사회에 어떤 유익이 되는지 심각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