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2023)_
전두환 전대통령의 재산환수 상황, JTBC서 볼 줄이야 (김수정)<시시비비> 공중파 저녁뉴스의 탐사추적보도 상실의 유감
전두환 전대통령의 재산환수 상황, JTBC서 볼 줄이야
김수정(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
민주정치의 진정한 적은 뉴스에 대한 직접적인 검열에 있지 않다. 정치적 의지를 가진 사람들의 진을 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대다수의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따분하게, 때로는 정신 사납게 만들어 놓고 정치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다. 독재자는 뉴스를 검열할 것이 아니라 수많은 뉴스들을 무질서하게 풀어놓고 중요한 한 순간을 사람들이 잡지 못하게 하는 게 낫다고 말한 알랭 드 보통의 지적은 일가견이 있다(알랭 드 보통, 최민우 역, 2014. <뉴스의 시대>. 서울: 문학동네).
아무리 좋게 봐도 방송 3사의 저녁뉴스를 좋아하거나 신뢰하긴 어렵다. 그래도 믿을만한 건 공중파 저녁방송이라고 충고하겠지만 실제로 뉴스를 들여다보고도 과연 그런 소리를 할까 싶다. 뉴스는 국민들의 무지를 해소하기위해 봉사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국민들이 뉴스에서 기대하는 본질은 다른 데에 있다. 바로 무관심의 해소다. 저녁방송에서 우리 국민들은 무관심해서는 안될 뉴스가 무엇인지를 기대하고 있다.
민언련, 이달의 좋은 방송보도로 JTBC의 ‘전두환 일가 미납추징금 집행’ 보도 선정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2014년 10월 ‘이달의 좋은 방송보도’에 JTBC의 ‘전두환 일가 미납추징금 집행’의 허점을 다룬 추적보도를 선정했다. KBS는 <[간추린 단신] 정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최대 2년 추진 외>(10/23), SBS는 <전두환 장남 검찰 고발>(10/8), TV조선은 <전재용·이창석 항소심도 집행유예>(10/23)에서 전두환 일가 관련 후속보도를 한 차례씩 방송했다.
KBS와 TV조선은 전두환 전 대통령 차남 재용 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이 판결됐다는 내용을 단신처리로 다뤘다. SBS는 국감현장에서 국세청의 해외 조세회피처를 이용한 탈세 혐의자 부실조사의 추궁이 있었다는 내용을 전달하면서 전 씨의 장남 재국 씨의 이름을 언급했다. 따지고 보면, MBC는 보도조차 하지 않았고, KBS와 SBS 역시 전 씨에 대한 압수절차 착수 때 보여주었던 호들갑스런 보도와는 다르게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데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고 있음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권력의 부정․부패를 다루지 않는 것은 무보도 중에도 최악
신문방송에 대한 불신의 이유는 간단하다. 너무 많은 뉴스가 남발하고, 하루 종일 새로운 뉴스가 모든 기기들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접근할 수 있어서가 아니다. 내가 보고 싶은 뉴스만 찾아서 보는 적극적인 수용자 탓이라고? 천만에.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알아야할 문제, 즉 민주시민으로서 관심을 두어야할 사회경제적 이슈에 대해 알게 하고 중요도를 결정할 수 있게 해 주는 주요 언론기업에 주어진 소명조차 이행하지 않았음을 스스로 자문해보아야 한다. 공중파 뉴스의 불신을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은 마땅히 보도해야 할 의제를 무시하는 무보도에 있다. 무보도 중에 권력의 부정․부패를 다루지 않는 것은 무보도 중에서도 최악이다. 정치적 권력이든, 경제적 권력이든지 간에 사회에서 강자인 정치인이나 정치집단, 재벌이나 재벌기업이 손해 보는 뉴스를 축소하거나 보도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야 말로 언론기업들이 반성해 볼 지점이 아닌가 말이다.
JTBC의 취재 결과 전 대통령 일가로부터 검찰이 환수하기로 한 재산은 1703억 원 상당이고, 이중 1280억 원의 부동산에서 실제로 환수가 가능한 금액은 3분의 1도 채 안된다고 한다. 검찰이 환수한 부동산이 사실상 빈껍데기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대대적인 재산환수가 일어날 것처럼 발표를 했고, 환수 진행 과정에서 두 번의 압류해제 조치를 내렸던 사실까지 JTBC 취재결과 밝혀졌다. 전 씨 일가의 재산환수를 집행하는 검찰의 의뭉스러운 태도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 지상파 3사 방송사들이 이러한 정황에 대한 보도를 외면하고 있는 사실은 더욱더 이해할 수 없다.
새로운 뉴스를, 맞춤 뉴스를 내놔야 한다는 언론계의 강박적 경향에서 정작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 공중파 3사 뉴스방송에서 다뤄져야 할 의제는 수많은 사건의 구토가 아니라 몰입이 필요한 우리사회의 의제임을 다시 깨닫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