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2023)_
결국 질식당한 MBC 시사교양국 (정재홍)[언론포커스] MBC 교양제작국 해체를 애도하는 작가의 글
결국 질식당한 MBC 시사교양국
정재홍(한국방송작가협회 이사)
2014년 10월, MBC 교양제작국이 해체되고 PD와 작가들은 예능, 사업팀, 시사제작국 등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이로써 <인간시대>, <휴먼다큐 사랑>, <이제는 말할 수 있다>, < MBC다큐스페셜 >, < PD수첩 > 등 숱한 히트 프로그램을 만들어 온 시사교양국 체제가 종말을 맞았다. MBC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은 “이번 조직개편 등은 방송광고 매출 급감 및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응해 방송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교양제작국이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조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과연 교양제작국, 나아가 시사교양국 체제는 경쟁력을 잃고 수명이 다한 조직이었나? 지난 30년 동안 MBC의 공영성을 지켜온 조직, 그러나 이제는 쓰러진 MBC 시사교양국을 돌이켜 본다.
다양성을 인정한 조직
내가 MBC시사교양국에 처음 발을 들여놓는 것은 1996년, 당시 여의도 방송센터 4층 시사교양국에는 PD와 작가 등 100여명이 복작대고 있었다. 분위기는 뜨거웠다. 전화통을 잡고 섭외하는 소리, 회의하는 소리, 격렬히 토론하는 소리…… 프로그램은 다양했고 제각기 활력이 넘쳤다. <10시 임성훈입니다>에서는 구성애 씨가 질펀한 성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경찰청 사람들>에서는 어벙한 경찰관이 등장해 “당 경찰서에서는 본 사건을…” 식으로 무용담을 전해 인기를 끌었다. ‘권씨부자전’ 등 감동과 재미를 선사한 <인간시대>가 있었고 정통 다큐멘터리를 지향하던 < MBC스페셜 >이 있었다.
그리고 < PD수첩 >도 있었다. 그 무렵
자율성을 존중한 조직
좋은 인재가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을 만든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이라도 능력 있는 인재가 빠지면 하루아침에 몰락하는 것이 방송 현장이다. 그런데 좋은 인재가 강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조건이 있다. 자율성이다. 자율성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인재라도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없다. 그런 면에서 MBC 시사교양국은 경쟁력 있는 조직이었다. PD와 작가는 자율적으로 방송소재를 결정했고 양심에 따라 취재하고 방송했다. (이명박 정권 이전까지 얘기지만) 경영진의 간섭은 배제됐다. 프로그램 제작을 국장이 책임지는 “국장책임제”가 시행됐다. 이렇게 확보한 자율적인 공간에서 시대를 앞서가는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이 제작됐다. 시사교양국장과 간부들은 제작 자율성을 지켜주는 방패 역할을 했다. 권력에 줄을 대는 간부, 정권의 눈치를 보며 보직에 연연하는 간부는 비웃음을 받고 도태되는 조직이었다.
권력에 맞서 진실을 이야기한 조직
MBC의 대주주는 국가, 즉 국민이다. 공영방송인 것이다. 그래서 MBC는 극단적인 이윤을 추구하거나 권력의 눈치를 보며 할 말을 못하는 일부 민영방송과는 달라야 한다.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것이 MBC의 근본적인 존재 이유인 것이다. 시사교양국은 MBC 내에서도 특히 공영성에 충실한 조직이었다. 2002년 경
질식당한 조직, MBC 시사교양국
국민의 알권리에 충실한 방송, 권력에 아부하지 않는 방송이 눈엣가시가 된 것일까? 이명박 정권 들어 MBC 시사교양국은 온갖 수난을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