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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통일’가치 내팽개친 조선·동아와 그 길을 간 성유보 선생(김언경)
등록 2014.10.15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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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성유보 선생 타계와 보수언론의 북한 보도

 ‘평화 통일’가치 내팽개친 조선·동아와 그 길을 간 성유보 선생


김언경(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민주‧통일의 ‘이룸태림’(‘큰 숲을 이루다’는 의미의 필명), 참언론인 성유보 선생이 타계했다. 11일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민주사회장으로 치러진 성유보 선생 영결식은 그의 삶을 한마디로 극명하게 보여줬다. 김종철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은 74년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에 참여한 뒤, 동아일보에서 해직된 후 40여 년간 함께 싸워온 동지를 추모했다. 성유보 선생은 한겨레 창간을 주도하고 초대 편집위원장을 맡았으며 87년 민주화를 이끈 <말>지를 발행한 언협의 초대 사무국장이었으며,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이사장을 역임했다. 이처럼 언론 개혁의 한길을 간 성유보 선생이 최근 몇 년 동안 고령과 지병으로 고생하면서도 희망래일과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이사장을 맡아 열정적으로 활동하셨다. ‘참언론인’ 성유보 선생이 왜 ‘평화통일운동’에 방점을 찍고 헌신적으로 그 길을 가셨을까. 나는 며칠 전 보수신문의 대북전단 관련 보도를 보면서 성유보 선생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조선·동아일보의 ‘무조건 북한 잘못’이라는 보도 태도


11일과 13일 조중동과 경향, 한겨레의 대북전단 관련 보도를 비교해보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북이 사전 경고를 강하게 했음에도 무리하게 살포를 진행한 민간단체와 묵인한 우리 정부에 대해서는 아무런 지적도 하지 않은 채, 북에 대해서 두 얼굴을 가진 집단이라는 식의 신랄한 비판을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11일은 다섯 개 신문 모두 북의 총격전을 1면에 보도했고, 13일은 조선일보만 관련 보도를 1면에 보도했다. 이틀간 보도건수를 보면 중앙 8건, 경향과 한겨레가 9건, 동아가 10건이고 조선이 18건을 보도했다. 동아와 조선은 각각 <북 전투기 격추용 고사총 쏴…군 "정전협정 위반" 3배 반격>(11일, 2면), 조선 <북, 2차 고위급 회담 앞두고 강수…계산된 도발일 가능성>(3면)라고 북의 일방적 도발임을 강조하는 제목을 뽑았다. 또한 조선과 동아는 북한이 대북전단에 대해 민감한 것 자체가 심리전에 효과가 크다는 것임을 보여준다며 ‘대북전단의 효과와 당위성’을 강조하는 기사를 반복 게재했다. 


동아일보는 <북, 전단 심리전에 이례적 무력대응…급박함 드러내(11일, 3면), <"삐라 읽고 탈북결심" 파괴력 크지만 평양까지 보낼 남풍 만나기 어려워>(13일, 4면) 조선일보는 <북, 김정은 정통성 부정하고 민심 흔드는 전단에 민감한 반응>(11일, 3면) <"북, 대북전단 풍선에 기관총 쏜 건 가을걷이로 주민 많자 민감해진 탓">(11일, 4면), <김씨 가문 세습비판이 주요 내용…올해만 5000만장 이상 보내>(13일, 3면)등이 그렇다. 한겨레가 대북전단의 악영향을 우려하는 전문가 의견을 집중 보도했고, 중앙이 <전단 10%도 북 못 가는데 "남북관계 개선엔 득보다 실">(13일, 6면)에서 문제를 담은 것과 차이가 있다. 


사설은 아예 본격적으로 북을 공격하느라 바쁘다. 11일 사설에서 동아는 <김정은 위기설 속 북의 연천 총격 도발, 확실히 응징하라>에서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을 강조하면서 “어제 도발은 북한이 ‘따뜻한 인사’를 전하고도 당장 돌아서서 남한 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집단임을 다시 일깨웠다”, “연이은 도발은 북한 실세 3인방의 남한 방문이 화해와 대화 추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을 입증시킨 것”며 강하게 북을 비난했다. 민간단체의 살포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문제 삼지 않았다. 이어 “우리 군이 북한의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하는 것은 북한의 경거망동을 막기 위해서 필요하다. 북한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해 뼈저리게 후회하도록 철저하게 응징했더라면 이번처럼 육지로까지 도발 무대를 확대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보다 우리 군의 강한 대응을 요구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도 에서 “말로는 남북 관계 개선을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군사 도발을 서슴지 않는 북의 실체가 또 한 번 드러났다”며 동아와 같은 입장을 보였으며,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서는 “북은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민간단체의 자발적 활동을 정부가 강제로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면서 민간단체의 행동을 전혀 문제삼지 않았다. 


그나마 중앙일보는 <북한, 대화 무드 깨는 군사 도발 중지하라>에서 소제목으로 <대북단체, 전단 살포 꼭 해야 했나. 그래도 대화의 불씨는 살려나가야>라고 쓰고 내용에서도 “남북 관계가 외줄타기를 하는 상황에서 전단을 살포해야 했는지…남북 관계의 대승적 견지에서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천 지역 주민들의 항의가 거세고 여당에서조차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자제의견이 나오자 동아와 조선은 13일 ‘남남갈등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식의 논리를 펴며 11일과는 조금 다른 사설을 내보냈다. 그러나 대북전단의 효과에 대해서는 거듭 강조하면서 “북에 빌미를 주지 않도록 심야에 풍선을 날리는 등의 전략적 방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동아), “보여주기 식 행사는 불필요한 갈등과 논란만 키울 뿐”, “대북 전단이…일부 단체의 홍보 행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조선)는 애매한 훈수를 두는 데 그쳤다. 


성유보 선생, 보수언론에 맞서 ‘평화통일 운동’에 헌신


성유보 선생은 지난 7월 ‘정전협정과 작별하기 평화 콘서트’에서 “남북 평화를 위해 노력합시다. 평화를 나눕시다. 임진왜란에서 6.25 동란까지 우리민족은 지난 500년 동안 일곱 차례나 전쟁을 겪었습니다. 우리 한반도가 다시 국제적 화약고가 될 수는 없습니다. 남북한 민중이 평화운동에 나서야 합니다”라고 말씀하셨다. 지난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통일응원단 ‘아리랑’을 구성해 남북공동응원을 펼치기도 하셨다. 


아마 조중동의 문제를 가장 정확하게 꿰뚫고 계신 성유보 선생은 시종일관 북한과의 세 과시와 강력한 응징만을 강조하며 ‘한반도 평화통일’라는 가치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치는 조선과 동아에 맞서서 평화통일 운동에 마지막 힘을 보태고 싶으셨던 게 아닐까. 그리고 통일과 남북대화를 이야기하면 무턱대고 ‘종북’으로 몰아가는 보수언론의 보도로 많이 위축된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시민들에게 비빌 언덕이 되어주고 싶으셨던 것이 아닐까. 성유보 선생 타계 무렵에 터진 대북전단 사태를 보며 새삼 언론개혁과 평화통일, 민주화라는 선생이 지나온 길의 가치를 되새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