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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망친 재벌기업인 사면해주자는 언론, 법치주의 무너뜨려 (이병남)
등록 2014.10.07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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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비리 기업인 사면 운 띄우는 장관 호응하는 보수언론

경제 망친 재벌기업인 사면해주자는 언론, 법치주의 무너뜨려



이병남(민언련 정책위원)


다소 느닷없어 보였던 ‘비리 기업인 사면론’이 기정사실화되는 듯하다.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수감 중인 기업인에 대해 가석방·사면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지원 사격에 나선 바 있다. 잘못된 기업인도 여건이 조성되고 국민여론이 형성된다면 다시 기회를 줄 수 있다는 법무부장관의 말에 최 부총리가 공감을 표하면서 기업인의 가석방이나 사면과 관련한 논의에 불을 지핀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기업 지배주주와 경영자의 중대범죄에 대해서는 사면을 제한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더구나 해외순방중인 상황에서 ‘대기업 총수 사면제한’ 공약을 파기해보려는 애드벌룬 띄우기라는 논란이 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처음 발언 5일 만에 비리 기업인 사면에 대해 ‘부정적이기보다는 긍정적인 여론이 많다’는 의견을 냈다. 


최 부총리, 보수언론만 귀담아 듣고 ‘긍정적 여론이 많다’ 주장 


최 부총리가 여론이 긍정적이라고 판단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민언련의 신문방송모니터보고서에 의하면 조중동은 황 장관과 최 부총리의 ‘비리 기업인 사면 시사 발언’에 대한 재벌그룹의 반응과 입장을 집중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돈 많으면 벌을 안 받는 유전무죄도 문제지만 돈 많으면 더 벌 받는 유전중죄도 곤란한 것 아니냐”며 재벌그룹의 입장만을 대변했다. 중앙일보는 “과거 죄를 지은 기업인들이 잦은 사면을 받으면서 ‘특혜’를 받는 인상을 얻게 된 것이 최근 기업인 경제사범들에게 역풍으로 작용하는 것이고, 저명한 기업인이라고 해서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날 수도 있다”는 논리를 폈다. TV조선은 비리기업인 가석방에 대해 ‘공감’과 ‘선처’를 자주 언급하며 ‘박근혜 대통령도 기업인 사면의 필요성에 어느 정도 공감’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KBS는 발언내용을 그대로 정리하는데 급급했고, MBC와 YTN은 무비판 보도, SBS와 채널A는 관련 내용을 보도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비리 기업인의 사면이 곧 재벌그룹의 투자를 확대해 경제 살리기로 이어진다는 장관들의 주장을 보수언론은 아무런 비판 없이 앵무새처럼 전달했고, 다시 장관은 그 보도에 힘입어 ‘비리 기업인 사면’을 단행할 수도 있다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이미 판결에서부터 전폭적 ‘특혜’를 받은 기업인들에게 ‘특별사면’은 언어도단 


그러나 보수언론이 몰아가는 여론의 논리인 재벌총수가 ‘유전중죄’의 피해자라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한 49개 그룹 중 재벌그룹 총수가 최근 10년간 형사사건에 연루돼 유죄 선고를 받은 비율은 10대 그룹 50%, 20대 그룹 50%, 30대 그룹 46.7%, 40대 그룹 40%로 나타났다. 그러나 2004~2011년까지 선고가 이뤄진 재벌 총수 일가의 형사사건은 모두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거나 대통령의 특별사면 혜택을 받았다. 실형이 집행된 경우는 2012년 이후 태광그룹 이선애 상무, SK그룹 최태원 회장·최재원 부회장 등 3건에 불과하다. 또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해당 기업에서 해임해야하지만 대부분 해당 기업체의 이사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대기업 총수들은 사회기여를 했다는 입장에서 대부분 실형을 받지 않았고 최근에 일부 실형을 받았다. 선고기간만 하더라도 일반인은 100억 정도의 업무상 횡령이나 배임을 하면 10년 이상의 선고를 받는데, 1,000억 이상의 업무상 배임을 해도 재벌 총수들은 3년에 집행유예 5년, 실형을 하더라도 3, 4년만 받아왔다.



△JTBC <아침&> '10대그룹총수 절반, 유죄→사면'(10/6) 화면 갈무리


경제를 망친 주범 사면해주자는 언론은 법치주의 붕괴시키자는 것


박근혜 정부는 대선 공약 때 대기업 지배주주와 경영자의 중대 범죄에 대한 사면권 행사를 엄격히 제한하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무장관과 경제부총리가 재벌 선처를 잇 따라 언급한 것은 대통령의 공약과 발언에 반하는 것이기에 대통령과 청와대의 교감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다. '경제민주화'를 이유로 기업에 무서운 잣대를 들이대더니 이제는 대기업 총수들의 역차별을 주장하며 동정론을 펼친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6일, JTBC <아침&> '10대그룹총수 절반, 유죄→사면'에 패널로 출연한 김경진 변호사는 “(두 장관이) 이런 얘기를 한 것은 지금 CJ그룹이나 SK 쪽에서 워낙 강한 로비가 지금 정권에 대해 있지 않느냐. 상당한 부담이 있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 아닌가 싶고요. 결국 그런 이야기를 한 다음에 청와대에서는 지금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여론의 방향을 지켜보고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사안을 제대로 전달하고 정확한 공론장을 만들어줘야 할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않는데 있다. 


담뱃값, 지방세 인상 등으로 서민 증세 논란이 불거진 데다 세월호 정국이 풀리지 않은 시점에서 흘러나온 '기업인 사면'에 대한 장관들의 여론 간보기. 이것 자체도 문제지만, 이런 간보기를 지적하기는커녕 여론몰이에 나선 보수언론이 더 문제이다. 지금 구속된 재벌 총수들은 경제 질서를 어지럽히고 경제를 망친 주범이다. 이들을 특별하게 가석방이나 사면을 한다는 것은 법치주의를 붕괴시키는 일이나 다름없다. 또한 이는 그들이 주장하는 경제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기업총수만 살리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