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2023)_
이게 나라야? (장행훈)
등록 2014.09.0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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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포커스] 세월호 정국에 고하다

이게 나라야?



장행훈(언론광장 공동대표)



“이게 나라야?”


4월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후 우리가 사람들의 대화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탄식의 소리다. 세월호가 정부 해난 대책기관들의 서툰 대응으로 침몰하는 바람에 304명의 승객들이 억울하게 수장되는 어이없는 참사를 TV를 통해 직접 목격한 국민들이 분통해하며 던진 한탄과 자조의 목소리였다. 



9월 2일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세월호 가족 삼보일배', 사진출처는 민중의 소리


박근혜 대통령이 곧장 학부모와 국민에게 사죄하고 재빨리 사태를 수습했으면 희생자 학부모와 유족들의 분노가 지금까지 격앙되어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해 최고의 책임을 느껴야 할 박근혜 대통령의 당일 행적이나 그 후의 태도는 국민을 크게 실망시켰다. 책임을 시인하고 사과하는데 너무 시간을 끌었다. 총리를 시켜 대리 사과를 했고, 여론이 들끓자 참사 후 43일이 지난 5월19일에야 직접 사과하고 처음으로 눈물을 보였다. 이게 나라야? 하는 소리가 나올 만 했다. 


이런 와중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했다. 교황은 한국에 머무는 4박5일 동안 진정으로 세월호 유족들을 위로했다. 카퍼레이드 중 차가 유족들 앞을 지날 때에는 차에서 내려 유족들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눴다. 박근혜 대통령과는 너무나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종교의 차이를 넘어 모든 국민이 감동하고 교황에게 존경과 사랑의 뜻을 표했다. 교황의 방한은 유족들의 진상규명운동에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됐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외면하는 박근혜와 새누리당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는 일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유족들의 면담 요청을 무시했다. 청와대 앞에서 며칠째 연좌시위를 하며 이야기 좀 들어달라는데도 거들떠보지도 않고 뮤지컬을 구경하러 갔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처신이다. 자기를 뽑아준 주권자인 국민을 대하는 태도가 그래서는 안 된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유족들의 입법청원에 3백50만 명이 서명했다.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제정을 촉구하는 유족들의 단식투쟁에 동참하는 시민들만 8월27일 현재 3천8백 명이다. 인천, 부산, 대전, 광주, 전주, 제주까지 전국적으로 2만 5천 명이 특별법제정 단식에 동참하겠다고 신청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원칙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은 사법질서를 허무는 것 운운하며 지금까지 시간을 끌며 반대해왔다. 그래서 새누리당과 세월호 학생 유족 대표단과의 협상 전망이 밝아 보이지 않는다. 국회는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는 입법기관이다. 국민 수백만 명이 서명한 입법을 반대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태도는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면 박근혜 정권에게 참사의 책임이 돌아갈 것 같으니 어떻게 해서든 진상규명을 물타기 해보려는 속셈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풍긴다. 새누리당은 국회를 국민의 대표기관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청와대의 뜻을 반영하는 2중대로 강등시키는 반민주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유민아빠도 채동욱처럼 ‘찍어내기’ 시도한 보수언론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관련해서는 인터넷이나 SNS를 통한 여론조작 ‘음모’의 냄새도 난다.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될 때까지 단식을 계속하겠다며 40일 넘게 단식해온 유족의 상징적 인물인 ‘유민아빠’ 김영오씨의 사생활을 들춰 공격하는 인터넷 댓글 공세도 그 중 하나로 보인다. 조선과 동아가 이를 확산시키고 있는 양상이다. 김 씨는 비난 댓글을 자세히 반박하면서 자신은 떳떳하기 때문에 거리낄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28일 단식 46일 만에 단식을 중단했다. 유민이가 죽은 후 이제 하나 남은 딸 유나가 아버지의 생명을 걱정해서 단식 중단을 호소하고 단식 소식을 알게 된 노모가 읍소한 것이 중단의 동기라고 설명했으나 조선 동아까지 유민아빠를 비난하는 댓글을 확산하는데 가세하고 있는 것도 단식 중단의 한 원인이 됐으리라는 짐작이다. 작년 9월, 18대 대선의 불법선거운동을 본격 수사한 채동욱 검찰총장을 ‘찍어내는’ 여권의 작전에 조선일보가 앞장섰던 수치스런 전례를 상기시킨다. “이것이 민주국가야?” 하는 소리가 나올 것 같다.


언론은 진실을 보도할 뿐 광고나 선전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언론윤리의 기본이다. 지금 벌써 박근혜 정권에 대한 역사의 부관참시(剖棺斬屍)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 민주화가 되는 날 언론의 ‘반역’ 기록이 기명으로 공개되리라는 것을 잊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