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2023)_
전 국민을 음모론자로 만드는 정부와 언론 (이용마)
등록 2014.07.31 11:37
조회 825



[시시비비] 정부의 거짓말과 언론

전 국민을 음모론자로 만드는 정부와 언론

 


이용마(MBC 기자, 정치학 박사)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내년까지 경기를 확장적으로 운용하겠다는 방침을 연일 천명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거품이 이미 빠졌다며 부동산 투기를 막아온 규제들을 대폭 풀겠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은행에도 양적 완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금리인하를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최 부총리의 지속적인 언질에 주가지수는 연일 최고점을 경신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호가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최 부총리의 확장적인 경제운용 방침은 다소 의외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최근 경기가 조금씩 반등하면서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실시해온 엄청난 규모의 양적 완화 정책을 철회하고 있는 상황에 우리는 정반대의 정책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최 부총리의 확장적인 경제운용 방침은 민생을 우려한 순수 경제정책으로만 해석되지는 않는다. 다분히 2016년 총선을 의식한 정치 논리가 숨어 있다. 박근혜 정권이 출범한 지 1년 반이 되었지만 곤궁해진 민생을 해결할 아무런 전망도 없고, 오히려 국민들의 신뢰를 잃어버리고 있는 데 따른 비상 탈출구로 해석된다.


불법선거운동으로 당선된 박근혜 정권의 계속되는 거짓말 행진


최근 한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유병언 사망 발표에 대해 절반이 넘는 57%의 국민들이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40대 이하는 70% 이상이 못 믿겠다고 답했고, 박근혜 대통령의 탄탄한 지지기반인 50대 이상에서도 신뢰도는 높지 않았다. 50대의 경우 불신한다는 응답이 신뢰한다는 응답보다 높았고, 60대 이상에서야 겨우 신뢰한다는 응답이 불신한다는 응답을 넘어섰다. 국민들의 대정부 불신이 위험 수위를 넘어선 것이다. 최근 유병언 사망, 세월호 참사, 4대강 공사 등과 관련해 시중에서 온갖 소문이 난무하는 배경일 것이다.


사실 박근혜 정부가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당하게 된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정권 출범 이후 국정원의 불법선거운동이 드러났지만, 정부는 이를 덮기 위해 지속적으로 거짓말을 해왔다. 검찰이 추가 수사를 못하도록 온갖 꼼수를 쓰다가 이것도 안 되자 급기야 검찰총장을 내쫓고 수사팀을 해체해 버렸다. 또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불법적으로 공개하며 야권을 종북세력으로 몰아 위기를 탈출하려는 억지를 부렸다. 국정원의 간첩조작 사건이 확인되어 정부의 잘못을 더 이상 감출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을 때는, 국정원장이 짧은 사과문 한 장 던지고 이것으로 끝내자는 식의 대응을 했다.



△ 7월 31일 현재, 세월호 가족들은 2주 넘게 '단식 중'인데, 박대통령은 '휴가 중'이다


세월호 참사 때도 눈앞에 다가온 지방선거를 의식해 대통령이 마지못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유족들과 야권의 요구를 들어주는 척하다, 선거가 끝나자 즉시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야권의 자중지란으로 재보궐 선거 국면조차 유리해지자 그동안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감추어왔던 속내를 여과 없이 드러내기 시작했다.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와 비유하는 것은 물론, 유족들을 향해 마치 시체장사 하는 사람들처럼 매도하고 있다. 하긴 특별법을 요구하며 단식을 하는 유족들을 내팽개치고 대통령이 앞장서서 버젓이 휴가를 갔으니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을 것이다.


“거짓말을 하려면 크게 해라”


히틀러는 자서전 『나의 투쟁』에서 "'거짓말을 하려면 크게 해라. 계속 반복해라. 그럼 대중들이 믿는다“라고 주장했다. 또 사람을 죽이려면 되도록 많이 죽이라고도 했다. 대중은 작은 거짓말에는 쉽게 속지 않지만 큰 거짓말은 설마 하며 속아 넘어간다고. 또 한 명을 죽이면 살인자가 되지만, 많은 사람을 죽이면 영웅이 된다고. 그리고 이를 위해서 언론은 정부의 손 안에 있는 피아노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박근혜 정권의 끊임없는 거짓말 행진, 아무런 비판 없이 정부 여당의 말을 그대로 옮기는 언론을 보면 자꾸만 떠오르는 말들이다.


하지만 문제는 2014년 대한민국과 1930년대 독일은 크게 다르다는 점이다. 이미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히틀러와 괴벨스의 선동정치에 쉽게 넘어가지 않을 정도로 성숙되어 있다. 또 히틀러 시대와 달리 지금은 정부가 원하는 정보만 골라서 유통시킬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그래서 정부가 국정원과 관련해 처음 거짓말을 할 때는 정권 초반인 점을 감안해 알면서도 속는 척 했지만, 반복되는 거짓말에 이제 염증을 느끼는 것이다.


2016년 총선을 향한 위험한 도박


박근혜 정부도 이 정도는 조금 깨달은 모양이다. 그래서 국민들에게 당장 소득증가라는 ‘떡고물’이라도 던져주지 않으면 2016년 총선에서 정권이 위태로울 수 있다고 느끼는 것 같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확장적 정책 운운하며 경기 부양에 다급한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마음이 조급해도 바늘허리에 실을 매어 쓰지는 못한다. 가계부채와 국가채무가 각각 1천 조 원을 넘어선 마당에, 당장 정권의 이득을 위해 동원 가능한 국가자원을 모두 소진해버릴 경우, 정작 필요한 시기에 위험에 빠질 우려가 높다. 더욱이 지금처럼 세계경제 자체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일국적 차원의 웬만한 경기부양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 사이 형성된 거품은 또 다른 폭탄으로 민생을 파탄시킬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민생을 위험한 도박의 제물로 삼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