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2023)_
JTBC 대표 탐사보도 프로그램, 실망스러운 수준 (조민혁)[참견] JTBC<전진배의 탐사플러스> 모니터 보고서
JTBC 대표 탐사보도 프로그램, 실망스러운 수준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
온갖 특혜 속에 방송시장을 교란시켜서 ‘귀태방송’이라고 부르는 종합편성채널이 온갖 선정·왜곡 보도로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가운데 JTBC 보도국이 국민의 주목을 받고 있다. 손석희 사장 취임 이후 꾸준하게 좋은 평을 받아온 JTBC <뉴스9>는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고 참사를 잊지 않으려는 진정성 있는 보도태도를 보이며 국민의 강한 신뢰를 받기 시작했다. 특히 정권으로부터 독립성을 잃어버린 공영방송의 추락 속에서 JTBC <뉴스9>는 유일하게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해주려 노력하는 뉴스로까지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런 JTBC의 변화가 다른 시사프로그램, 다른 뉴스에서도 적용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 세월호 참사가 있던 4월 16일 JTBC <뉴스특보> 앵커는 구조된 안산 단원고 여학생을 인터뷰하는 도중 다른 학생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혹시 알고 있습니까?”라며 물었다. 이 보도로 인해 JTBC는 큰 비판을 받았고, JTBC의 변화는 <뉴스9>에만 해당되고, JTBC 보도국 프로그램은 전체에 미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이러한 지적에 착안해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는 JTBC 보도국에서 제작하는 타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는 그 첫 대상으로 JTBC <전진배의 탐사플러스>를 모니터하기로 했다. <전진배의 탐사 플러스>는 매주 일요일 밤에 방송되는 JTBC 대표 시사프로그램이다. JTBC는 기획의도에서 ‘한 주간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군 이슈를 심층 분석하고 새로운 이슈를 발굴해 심층취재에 나서겠다. 탐사보도에 목마른 시청자들에게 리얼뉴스를 전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주제는 무난하나 내용은 탐사보도라고 보기 어려워
△ JTBC <전진배의 탐사플러스> 방송 제목(6/15~7/6)
한 달간(18회~21회) <탐사플러스>가 다룬 내용은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안이어서 비교적 소재 선택에 있어서는 무난했다. 다만 유병언 검거, 임 병장 수사, 시의원 살인교사 사건 등은 타 종편에서 흥미위주의 ‘카더라’ 식 방송을 지나치게 많이 했던 사안이다. 따라서 탐사보도를 지향하는 <탐사플러스>에서 이 소재를 선택했다면 보다 심도 있는 취재로 차별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탐사플러스>는 각 사안의 원인과 진실규명에 집중하지 못했으며 지엽적인 문제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전반적으로 뉴스에서 편집된 내용을 길게 보여주는 것 같은 인상을 주며, 탐사보도 프로그램으로서의 차별성이 돋보이지 않았다.
기존 JTBC 뉴스와 차별성 거의 없어
[도피 돕는 ‘유병언의 사람들’](6/15)은 유병언 전 회장이 검·경의 수사망을 빠져나간 원인을 살펴보는 내용이었다. 이 사안의 핵심은 두 달 넘게 검거하지 못하고 있는 검·경의 안일한 수사와 늑장대응이다. 그러나 <탐사플러스>는 이를 한 두 차례 언급하는데 그친 채, 부실수사의 원인과 대책은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 내용의 대부분이 유 전 회장의 도주경로, 측근, 은닉, 밀항, 수사교란 등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이미 여러 언론을 통해 수차례 알려진 새로울 것 없는 정보들이었다.
[세월호 참사, 지울 수 없는 고통 속에 의문점은 여전하고](6/22)의 경우도 산만하기는 마찬가지다. 방송의 절반가량을 남겨진 유가족의 고통으로 채우더니 느닷없이 참사의 의문점으로 시선을 옮긴다. 선박의 급선회, 대피방송의 부재, 해경구조대가 진입하지 않은 점 등을 짧은 분량 안에 채워 넣다보니 원인과 책임에 관한 내용은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 심층 취재 없이 여러 문제점들을 급하게 다룬 탓에 일반 뉴스보도와 큰 차별성이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임 병장 추적 42시간, 잃어버린 ‘골든타임’](6/29)은 군 당국의 미흡한 대처를 고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대응과정에서 드러난 ‘가짜 환자 후송’, ‘메모 비공개’ 등 여러 의혹을 직접 파고들지 못한 점은 아쉽다. 또 뉴스보도를 재활용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6월 25일 <뉴스9>는 ‘GOP 총기사고 초기 대응 적절했나’(총기난사 사고로 순직한 고 이범한 상병의 외삼촌인 노봉국씨 대담)보도에서 사고 당시 응급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문제제기를 방송했다. <탐사플러스>는 이 보도에서 더 나아가거나 밝혀진 사실이 없었기에 <뉴스9>의 재탕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추측과 의혹 나열에 그친 방송
추측과 의혹의 나열에 그친 내용도 한계로 지적된다. [도피 돕는 ‘유병언의 사람들’]은 50분의 분량 중 10여 분을 유 전 회장과 정·관계 인사들의 친분에 관한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나 친분의 정황과 의혹들을 종합했을 뿐, 구체적으로 더 밝힌 내용은 없었다. 탐사보도라면 이 친분이 실제로 어떤 영향력을 끼쳤으며 무슨 문제를 야기했는지 파고들었어야 했다.
[서울시의원 살인교사 사건](7/6)에서는 김형식 의원의 살인교사 혐의를 기정사실로 보고 여러 추측과 의혹을 쏟아냈다. 기자는 김 의원이 검찰 수사 중 로비에 설치된 TV에 자신의 얼굴이 나온다고 말했음을 전하며 “태연하게 말하기도 했습니다”고 표현했다. 또한 기자가 “만약 김 의원이 살인의 배후로 밝혀진다면 이중적인 성격의 소유자일 것이라는 전문가 분석도 나옵니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특히 방송에서는 “경찰에 참고인으로 나와 진술한 팽 씨의 부인 A씨는 자녀들을 동반해 가족끼리 만난 자리에서 아이가 김 의원의 아이를 귀엽다고 얼굴을 만지자 김 의원이 정색을 하며 만지지 못 하게 한 적이 있다며 이 때문에 좀 가식적인 사람이라고 느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라고 기자멘트했다. 그러나 자녀의 얼굴을 만지지 못하게 하는 것과 가식적은 것은 전혀 연관성이 없는 일이다. 이날 방송은 사실을 취재하고 검증하는 탐사보도라기보다는 종편의 전형적인 ‘아님 말고’식 멘트들이 난무한 추측 보도에 가까웠다.
진일보하는 <뉴스9>에 비해서 JTBC의 유일한 탐사보도 프로그램인 <전진배의 탐사플러스>의 한 달간 방송은 아쉬움이 컸다. 탐사보도의 간판을 내건 만큼 새롭고 날카로운 접근을 기대했지만, 피상적인 내용만 비출 뿐 심층 취재가 필요한 부분은 비껴가고 있었다. 사건의 핵심을 파헤치고 의혹을 의혹으로 남겨두지 않는 것이 탐사보도의 역할이다. JTBC가 시청자로부터 더 높은 신뢰를 얻기 위해선 탐사보도 영역의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정리 : 조민혁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