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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2기 내각’ 구하기에 나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김서중)
등록 2014.07.08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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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보수언론의 공조 

‘박근혜 2기 내각’ 구하기에 나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김서중(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안대희 후보에 이어 문창극 총리 후보가 사퇴하고 ‘전임’ 정홍원 총리가 ‘후임’ 정홍원 총리가 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가히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참사’라 할 만하다. 문 후보 사퇴는 총리 후보로 부적절한 그의 가치관 때문이었다. KBS 뉴스를 통해 알려진 종교행사 강연 내용뿐만이 아니라 중앙일보에서 재직하는 동안 쓴 편향된 글들 때문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를 알게 된 시민들의 총리 임명 반대 여론이 결정적 요인이었다.



    △ 6월 21일자 중앙일보 5면  



문창극 후보 사퇴는 언론 탓? 동조하는 언론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이를 후보자의 ‘신상털기식 비판’이나 ‘높아진 검증 기준’ 탓으로 돌렸다. KBS의 뉴스가 6월 11일 문 후보가 자학적인 식민사관을 가지고 있다고 의심할만한 종교 강연 중 부적절한 발언을 보도하고 그 이후 다른 언론들이 이를 받아 보도한 것을 겨냥한 것일 테다.


그런데 어디서 본 듯하지 않나?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지고, 2004년 탄핵에서 실패한 이후 모든 게 방송 때문이라 했던 한나라당의 행태와 너무 닮았다. 한나라당은 공영 방송을 비난했고, 조중동 수구 언론들은 이를 받았다. 조중동이 받으면 다시 한나라당이 받았다. 절묘한 상호공조였다. 그리고 한나라당은 방송심의를 통해 KBS를 손보고자 했다.


지금은 그 시절보다 공조하는 언론이 더 늘어났다. 종편이 있기 때문이다. ‘문창극 구하기’에 나섰던 중앙일보는 문 후보 발언 비판 보도를 ‘마녀사냥’이라 규정했다. 언론이 언론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도 소임이라고 하지만 청문회를 앞둔 공직 후보자에 대한 검증보도를 마녀사냥이라 공격한 것은 스스로 언론이기를 포기한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긴급토론’ 편성 해놓고 토론할 시간 40 여분을 동영상 원본 방송에 할애하는 무모한 MBC. 이것을 계기로 ‘대한언론인회’ 성명서를 인용해 KBS 보도를 왜곡이라고 비난한 중앙일보. 광우병 ‘선동’ 뺨친다고 몰아세운 동아일보. 월주 스님의 청문회 촉구 발언을 인용한 조선·중앙. 이례적으로 KBS 보도 인용을 반성한다는 <뉴스9> 김명우 앵커의 발언을 내보내고 <뉴스쇼 판>을 통해 문창극 후보의 발언 자체가 절대 문제없고 그의 우국충정에 감동했다는 이인호 교수 발언을 내보낸 TV조선. 이 모든 것이 KBS 보도 이후 악화된 여론을 반전시키고자 하는 친정부 언론들의 공조 행위다.


동영상 원본으로 확인되고 더욱 심화된 문 후보의 문제


KBS 보도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즐겨 쓴 논리가 ‘원본 봤나?’였다. 그들 눈에는 MBC 긴급토론 이후 부정적인 여론이 더욱 높아졌다는 사실이 보이지 않나 보다. 원본 시청 소감은 원래의 문제점에 더하여, 문 후보가 민족의 운명조차도 하느님의 예정에 따른 것이라 간주하는 철저한 기독교 신자라서 세속의 총리 후보로 적절한지 새로운 의문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서울을 봉헌한다는 발언을 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얼굴이 중첩된다.


또 원본은 KBS 보도를 확증해준다. 문 후보는 비록 지배자의 잘못을 더 지적하지만 왕부터 민중에 이르기까지 부패하고, 무능하고, 게으르기 때문에 식민지 지배는 불가피했다고 인식하는 자학적 식민사관을 드러냈다. 백만에 가까운 민간인 사상자를 포함 백 사십 여만 명의 희생자를 낸 한국전쟁의 배경이 되는 분단이 오히려 잘 됐다는 인식, 국가가 항쟁으로 인정한 제주 4·3이 공산주의자들의 폭동이라고 생각하는 철저한 반공주의적 사고의 한계를 보였다. 그래서 조갑제 씨는 사퇴를 용인한 박근혜 대통령을 용서할 수 없다고 한 것인가.


밀리지 않겠다는 수구 보수 세력-심의로 답하다


수구 보수 세력의 상징(?) 문 후보의 사퇴는 그들에게 더 이상 물러서서는 안 된다는 경각심을 강화시킨 듯 보인다. KBS 보도를 방송통신심의위(이하, 방심위)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심의하라고 하던 체면 차림도 내팽겨 치고 ‘책임자를 문책’하라거나 ‘중대 범죄행위’라는 어이없는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그리고 KBS 보도는 방심위로 넘겨졌다. 


방심위 내 자문기구인 보도교양방송특별위원회는 7월 1일 예상대로 여권 성향 위원들이 주도해 중징계 의견을 냈다. 이제 7월 방송소위, 본 회의 등을 통해 중징계의 수순을 밟을 것이다. 방심위는 여권 추천 6명 대 야권 추천 3의 정치적 구도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방심위가 정치적 공정성을 심의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친일 교과서’라는 평가를 받는 뉴라이트 대안교과서 집필을 주도하고 5·16쿠데타를 구국의 혁명이라고 주장한 박효종 서울대 명예교수가 위원장이라는 점 또한 심의의 결과를 예측하는 중요 변수이다. 


방심위 내 소위원회가 7월 2일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 오보에 대해 권고를 결정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소위는 각 방송사의 ‘전원 구조’ 보도 내용과 수준이 다르고, 특히 MBC는 전원 구조가 아니라는 현장보고를 전국부가 묵살했다는 의혹이 있음에도 단일 사안으로 처리했다. 결국 가장 문제시된 MBC 구하기를 위해 ‘물타기’에 나선 것이다.


어떤 사안이든 정치적으로 심의가 이루어질 것이라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당한 비판이라도 정부 비판을 하는 방송이 쉬울까? KBS 보도에 대한 중징계 결정은 박근혜 2기 내각 청문회를 앞두고 언론에 경고하는 포석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