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2023)_
박효종, 박근혜 정권 역사쿠데타의 첨병 (이준식)
등록 2014.07.08 13:01
조회 854



[언론포커스] 박효종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왜곡된 역사인식, 왜 문제인가? 

박효종, 박근혜 정권 역사쿠데타의 첨병



이준식(역사정의실천연대 정책위원장)



박효종이라는 인물이 지난 6월 신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위원장으로 선임되었다. 서울대 윤리교육학과 교수로 있으면서 뉴라이트의 간판 노릇을 하고 가끔 TV토론에 나와 이명박 정권을 편드는 궤변을 늘어놓기도 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이들은 별로 없었다. 그런데 2012년 대선 직후 박효종은 갑자기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위 간사라는 중책을 맡았기 때문이다. 급기야 2014년에는 방송통신정책의 중추를 이루는 방심위의 수장 자리를 꿰찬 것이다. 박효종이 3기 방심위 위원장으로 내정되었다는 소식이 처음 알려졌을 때부터 박효종의 정체를 아는 사람들은 ‘이제 방송이 이명박 정권 때보다 더한 막장의 끝을 향해 달려가겠구나.’ 하고 우려했었다.






3기 출범하자마자 편향적 심의


박효종의 3기 방심위는 출범하자마자 ‘KBS의 문창극 보도’에 대해 방송의 공정성을 어겼다며 심의에 들어갔다. 문창극이 누구인가? 일제 식민통치와 분단체제를 “하나님의 뜻”이라는 황당한 논리로 정당화하는 반민족적 언사를 늘어놓다가 국민의 저항에 부딪혀 국무총리 자리에서 스스로 사퇴한 인물로 국민들은 이제 확실하게 알고 있다. 이렇게 사람들에게 문창극이 국무총리는커녕 국민으로서의 기본 자격이 의심되는 3류 극우 언론인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것이 KBS의 ‘문창극 강연 동영상’ 보도였다. 이 보도를 통해 문창극의 민낯을 알게 된 사람들은 KBS가 오래간만에 제대로 된 공영방송의 역할을 했다고 박수를 보냈다. 그런데 박효종의 3기 방심위는 대다수 국민들의 상식과 어긋나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결국 박근혜정권이 왜 온갖 비난을 무릅쓰고 박효종을 방심위 위원장으로 밀어붙였는지 입증되는 데 채 한 달도 걸리지 않은 셈이 됐다. 지금 박근혜 정권은 오로지 짧게는 친일·독재를 정당화하는 역사쿠데타에, 길게는 그러한 쿠데타를 통한 보수정권 장기집권에만 몰두해 국민들의 의사가 어떤지는 아예 관심이 없는 듯 보인다. 


작년 9월부터 논란이 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사태에서 박근혜정권이 교육부를 앞세워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를 준국정 교과서로 밀어붙인 것도 역사쿠데타의 일환이다. 교학사 교과서가 시민들의 저항에 부딪혀 사실상 채택률 0%라는 참패를 당하게 되자 부랴부랴 유신체제 아래 역사교육을 정권의 도구로 삼기 위해 도입되었다가 폐지된 국정교과서 제도를 부활시키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방송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방심위는 “방송 내용의 공공성 및 공정성을 보장하고 정보통신에서의 건전한 문화를 창달하며 정보통신의 올바른 이용환경 조성을 위하여 독립적으로 사무를 수행하는” 국가기구이다. 방심위의 존재이유는 방송의 공공성 및 공정성을 보장하는 데 있다. 박근혜정권이 입만 열면 강조하는 법에 그렇게 명시되어 있다. 당연히 방심위 위원은 물론이고 특히 위원장은 방송의 ‘공공성 및 공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박효종은 그러한 가치와는 무관한, 아니 ‘공공성 및 공정성’을 훼손하는 데 앞장섰던 인물이다. 그런 인물을 방심위 위원장으로 앉힌 이유는 분명하다. 방심위를 내세워 방송을 장악함으로써 공중파 방송과 종편 방송을 역사쿠데타의 도구로 삼겠다는 것이다. 방심위의 수장이 된 박효종이 지난날 보인 행적이 이를 잘 보여준다.


색깔론으로 무장한 뉴라이트의 핵심...외눈박이 역사인식 강요


박효종은 교학사 교과서의 배후인 뉴라이트의 핵심 인물이었다. 박효종이 회장으로 있던 교과서포럼은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경제 교과서가 좌편향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색깔론을 내세워 역사교육의 현장을 이념전장으로 만든 단체이다. 실제로 박효종은 친일과 독재를 미화한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를 펴내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는 이 책의 후신이라고 할 수 있다. 박효종은 심지어 2005년 한 논문에서 기존의 독립운동사 연구를 ‘편협한 민족주의’에 입각한 것이었다고 비판하고 “일본 육사를 나왔다고 하더라도 나라를 중흥시켰으면 민족주의자”라는 식의 궤변을 늘어놓음으로써 민족, 민족주의, 독립운동에 대한 전도된 의식을 고취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친일군인이던 박정희에게 민족주의자라는 명예를 얹어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5·16 군사쿠데타에 대해서도 혁명으로 볼 수 있다는 식의 궤변을 늘어놓을 수밖에 없다. 2012년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5·16군사쿠데타를 “쿠데타이기도 하고 혁명이기도 하다”고 평가한 것이 대표적인 보기이다. “민주주의에도 경제적인 토대가 필요한 데 5·16을 통해 경제발전을 이루면서 두터운 중산층이 출현했고, 이들이 민주주의의 등뼈와 같은 존재가 되었다”는 것이 박효종이 말하는 5·16혁명론의 핵심이다. 결국 국민을 잘살게 했으니 박정희야말로 민족중흥의 혁명가라는 것이다. 


친일·독재세력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박정희를 민족주의 혁명가로 화려하게 복권시키려는 박효종은 박근혜정권의 대표적인 어용학자일 뿐이다. 박효종의 주장이 맞다면 일제에 맞서 독립을 이루려고 한 독립운동세력, 군사정권에 맞서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려고 민주화운동세력은 모두 졸지에 ‘반민족주의자’가 되고 만다. 현행 헌법에서는 대한민국이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했다고 명기되어 있다.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이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가능하게 했다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을 부정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치학 전공자인 박효종은 뉴라이트에 속한 인물들이 다 그렇듯이 역사에 대해 무지하면서도 외눈박이 역사인식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는 만용을 저질러 왔다. 따라서 이제 방송심의에도 외눈박이 역사인식이 강요될 것이다. 방송 전파는 특정 개인과 집단의 전유물이 아니다. 정권 차원에서 방송을 좌지우지하려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은 친일파와 그 후신인 독재세력을 역사적으로 복권시키겠다는 망상을 갖고 있다. 그리고 박효종은 기꺼이 그러한 망상의 하수인이 되려는 모양이다.